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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하는 동현군과 현주양
굿윌스토어에서 자원봉사하는 학생들
2013-07-23 21:51:46최종 업데이트 : 2013-07-23 21:51:46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아침부터 쏟아 붓기 시작한 비는 정오가 될 때까지 줄어드는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오늘은 정기적으로 자원봉사 가기로 약속된 날이다. 세숫대야로 쏟아내는 비를 뚫고 가야할지 오늘은 그냥 못간다 전화만 하고 불참을 할까 고민하다가 결국 큰 가방을 둘러메고 현관을 나섰다.

짧은 바지에 젤리슈즈 비오는 거리를 논 삼듯이 첨벙거리며 향했는데 어찌 된 일인지 오전 내내 쏟아지던 빗줄기가 차츰 가늘어지는 것이 아닌가? 지난밤에 평소에 자주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기증하기 위하여 큰 가방에 차곡차곡 챙겨두었었다. 

수원 굿윌스토어(팔달구 교동 소재)에 도착 할 쯤에는 다행히 비가 많이 줄어들어 우산을 쓰지 않아도 될 정도가 되었다. 먼저 팩토리가 있던 곳으로 지난주에 이사한 도네이션으로 향했다. 이전에도 지나다니면서 이층에 있는 간판은 보고 다녔는데 정작 입구를 찾을 수가 없어서 건물주변을 헤매는 웃지못할 일이 벌어졌다. 구석진 계단을 통하여 이층으로 올라가니 지난번 있던 도네이션보다 공간이 훨씬 넓어지고 작업 환경이 좋아진 것 같았다.

직업훈련을 받고 있는 장애우들과 방학을 맞이한 학생들이 있어 다른 때보다 자원봉사자가 많아 보였지만 각자의 위치에서 바쁘게 일 하고 있었다. 

기증받은 물건들은 의류와 그 외 물건으로 나눠서 담당하는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정리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기증받은 품목을 살펴보니 오늘은 신발과 가방류 그리고 악세사리까지 다양했다. 친구에게 선물한 도서임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주는 사람이 받는 사람에게 쓴 편지가 그대로 있어 정리하는 사람으로서 웃음 짓게 했다. 기증받은 도서가 많았지만 도서로서 판매보다는 폐지로 판매되어야 할 것이 더 많다. 개인적이고 오래 된 도서들은 구매하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이다.

잡화를 정리하는 동안에도 의류 정리하는 일손이 부족하면 그쪽으로 가 일해야 한다. 본격적인 오늘의 임무는 의류 다림질이다. 

오전부터 의류를 정리했던 학생들이 다림질을 하고 매장까지 의류를 옮겼다. 주부인 나도 스탠드형 스팀 다리미를 처음 사용해서 어설픈데 옆에서 다림질 하는 남학생과 여학생이 슥슥슥 능숙하게 한다. 율천고등학교 1학년 동현군과 장안고등학교 2학년 이현주학생이다. 

방학을 했다고는 하지만 며칠 쉬지 않고 다시 보충수업을 해야 하는 학생들이 선택한 방학생활이 자원봉사라고 생각하니 기특하기가 그지없다. 일주일이상 봉사 계획을 하고 있다는 장안고등학교 이현주 학생은 "자원봉사 활동을 해보니 할 때는 힘이 드는데 하고 나면 자신 스스로 보람을 느끼고 한번하게 되니까 기회가 될 때마다 자꾸하게 되어 자원봉사도 중독성이 있는것 같다"고 한다. 그 외에도 이현주 학생은 환경정화 활동이나 시에서 주관하는 행사가 있을 때 마다 안내봉사를 두루 거친 풋풋한 얼굴과는 달리 경험 많은 자원봉사자였다.

자원봉사하는 동현군과 현주양_2
다림질한 의류에 가격표를 붙이는 장안고등학교 2학년 이현주 학생

자원봉사하는 동현군과 현주양_1
다림질하는 율천고등학교 1학년 동현군

선풍기를 틀고 다림질을 하지만 후덥지근한 날씨와 다리미 열에 흐르는 땀을 어찌 할 수 없다.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것도 관여하지 않고 다림질에 열심히 하는 율천고등학교 동현군은 기운이 좋아서인지 확실히 속도가 다르다. "엄마가 맞벌이를 하시는데 아마 엄마는 저보다 더 힘들고 덥게 일할지도 모른다. 여기 와서 직접 일해 보니까 부모님이 얼마나 힘들게 일하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고 하면서 수줍은 소년의 얼굴을 한다. 

오늘 굿윌스토어에서 만난 학생들은 스스로 찾아 자원봉사자로 나선 학생들 외에도 체벌에 가까운 사회봉사로 나온 학생들도 있었다. 지각을 많이 해서 사회봉사를 나왔다는 여학생은 아침 10시부터 5시까지 꼬박 악세사리 정리 사회봉사를 했다. 함께 작업을 했던 선생님은 여학생의 꼼꼼한 일처리와 성실한 태도에 사회봉사가 믿어지지가 않는다고 했다. 

굿윌스토어에서 만난 학생들은 자원봉사에 참가한 동기는 각자 다르지만 이 세상은 함께 나누면서 더불어 살아간다는 것을 몸으로 배우고 체험하고 있었다. 
비가 와서 못한다 날씨 탓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핑계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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