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피서지에서 사라지는 양심
2012-08-09 13:54:58최종 업데이트 : 2012-08-09 13:54:58 작성자 : 시민기자   임윤빈
연일 36도를 웃도는 폭염주의보에다 열대야현상까지 지속되면서 가족단위로 떠나는 피서객이 급증한 금년 여름이다. 
주5일 근무제 시행과 여가문화 확산으로 피서객은 늘어나고 있으나 우리의 휴가문화는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보인다. 올해도 어김없이 산과 계곡은 버려진 양심으로 병들어가고 있다. 

지난 주말에 천안의 광덕산 계곡으로 바람이나 쐴 생각으로 내려 갔는데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쉬러 온 사람들이 꽉 들어찼다. 남들이야 제주도네 해외네 하면서 멀리들 가지만 가까운 곳에서 쉬기 위해 찾아온 알뜰 피서객들이었다.
우리도 계곡에 들어가기 전에 차를 세우고 계곡 옆 민가에서 마련한 나무 밑 침상을 빌려 그곳에 짐을 푼 뒤 계곡에 발을 담그고 한동안 놀았다.

그 민가에서 미리 준비해 간 김밥과 과일을 먹으면서 놀다가 저녁나절 주변을 정리하고 저녁 나절에 돌아오려고 짐을 싸 들고 차를 몰고 나오다 보니 계곡 주변이 장난이 아니게 지저분했었다.
피서지에 남은 건 오물들과 쓰레기 더미들이었다. 나만 잘 놀고 가면 그만이라는 몰지각한 피서객들의 어긋난 피서문화의 소산이다. 매년 이런 후진국형 피서문화를 지탄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연례행사에 그치고 있는것 같다. 

피서지에서 사라지는 양심_1
피서지에서 사라지는 양심_1

이러다가는 10년 후에도 '자기가 남긴 쓰레기는 되가져 갑시다'라는 부끄러운 구호가 되풀이 될 지도 모른다. 
원래 부산 해운대를 비롯해서 강원도 강릉 경포대 같은 유명 바캉스 해수욕장 주변은 미리부터 '바캉스 질서 지키기' 캠페인을 벌이고 단속도 하고 감시도 하다 보니 전국의 유명 유원지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수거 노력이 돋보인다.

그리고 그런데는 쓰레기 수거를 담당하는 사람이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유명하지 않은 작은 곳일수록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어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얼룩지게 만들고 휴가철의 실종된 시민의식을 새삼 곱씹게 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잘 알려지지 않은 곳은 자연보존이 잘 된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요즘 책이나 신문 방송에서 소위 '알려지지 않는 피서지' 라는 식으로 속속들이 그곳들이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말 그대로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곳이고, 아는 사람들만 찾아가는 곳이다 보니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고 일부 피서객들이 마구 버린 쓰레기 때문에 생태계가 심각하게 파괴되는 것이다.

취사행위가 금지된 계곡 주변에서 냄새를 풍기며 휴대용 버너로 고기를 굽는 불법행위가 이뤄지고, 음식물쓰레기와 술병, 음료수 캔 등을 몰래 버리는 등 오물투기 행위도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쓰레기를 되가져가지는 못할망정 보이지 않는 수풀 속이나 꺼내기도 힘든 바위틈에 버리는 것은 우리의 피서지 양심 실종을 뜻한다. 

내가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고 떠난 그 자리에 다른 사람도 와서 안식을 얻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문화가 아쉬운 것이다.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것은 남을 배려하는 데서 시작된다. 선진 문화시민으로서 지켜야 할 행동양식에 대해 초등학교 때부터 많은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내가 한 행동이 남에게 피해는 주지 않을까', '어떻게 하면 남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을까'를 염려하고 배려해 주는 정신이 너무 부족하다. 

기초질서는 사회를 지탱하는 주춧돌이자 우리의 의식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다. 그리고 사회비용을 줄이는 데 필수적이다. 정리되지 않은 서랍 속에서는 물건을 찾기가 어려운 것처럼 무질서는 시간낭비와 비용을 초래한다. 
소수의 무질서와 탈법이 선량한 대다수의 국민에게 커다란 피해로 이어진다는 사실을 명심하자. '나 하나쯤이야 어때' 하는 이기적인 사고는 이제는 정말 버려야 할 일이다.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에 필요한 질서를 남에게만 적용하고 자신에게는 항상 예외로 하는 이중적 태도 또한 부끄러운 일이 아닐수 없다.

문화시민으로서 성숙한 휴가문화를 즐기기 위해선 먼저 양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나누되,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에게도 어려서부터 질서와 예절을 몸에 배게 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금의 부모들처럼 이 아이들도 자라서 나중에 똑같이 행할 것이다. 국민소득 2만 달러의 정신에 걸맞는 휴가문화를 정착시키자.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