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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글씨를 탓하기 전에
2012-08-09 13:35:34최종 업데이트 : 2012-08-09 13:35:34 작성자 : 시민기자   김만석
아이들의 글씨를 보면 참 난감하기 이를데 없고, 심지어 황당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야, 발로 써도 이만큼 쓰겠다. 이게 뭐냐 글씨가... 이걸 글씨라고... 쯔쯧"
아이 노트를 보면서 혀를 차고 고쳐보라고 이르기도 하고, 글씨의 중요성을 말해 본들 잘 고쳐지지 않는다.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허구헌날 컴퓨터 자판과 휴대폰 문자메시지를 두들기다 보니 글씨가 엉망이 된 것이다.

적잖은 가정의 부모님들이 공통으로 갖고 계실 이런 아이들에 대한 불만과 문제, 그런데 알고 보면 그 원인중 일부가 우리 부모님들에게 있다는 사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잘 모르는 미국에서만 1월 23일에 열리는 행사가 있다. 해마다 이날에 3억의 미국인들은 좀 별난 행사를 한다. 휴대폰과 컴퓨터 자판만 두드리며 살다가 이날 하루만큼은 연필이나 펜으로 글을 쓰는 것이다. 

매년 1월 23일이 전미(全美) 글쓰기의 날이기 때문이다. 
연필이나 볼펜 등 필기도구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만든 날이고 거기서 후원하는 행사이기 때문에 볼펜이나 연필 같은 것을 많이 팔아보자는 속셈도 있다는 비판이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 해도 점점 손글씨가 엉망으로 변해가는 요즘 그런 행사라도 있는 미국이 부럽기만 하다.

지금 현대인들이 빠르고 편리한 것에 익숙해지면서 정작 인간적인 숨결이 배어나오는 손 글씨의 감성의 중요성은 잊어가고 있다
사실 인간의 정감과 마음을 전하는데 있어 육필(筆)만한 것이 없다. 레이저 프린트나 이메일, 휴대폰의 문자메시지로 보내는 사랑의 편지나 감사의 글이 손으로 쓴 육필 편지나 일기보다 감동을 더 줄수는 없는 일이니까.

아이들 글씨를 탓하기 전에_1
아이들 글씨를 탓하기 전에_1

인터넷 문자가 아무리 글꼴이 다양하다 해도 손끝에서 쓰여지는 펜글씨의 독특한 개성이나 종이 위에 배어나온 정감을 대신할 수 없음이다.
손으로 글 쓰는 것은 우울증이나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분노를 치유하는 등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이는 전문적인 연구가 아니더라도 쉽게 짐작이 간다.
컴퓨터나 문자는 손으로 툭툭탁탁 치면서 마음에 안들면 그야말로 딜리트 키 눌러서 순식간에 지워버리면 그만이기에 생각나는대로 아무 부담없이 막 타이핑을 한다.
그러나 손글씨는 어디 그런가.
당장 볼펜만 해도 대충 썼다가는 지울 방법이 없으므로 정말 정성을 다해 쓰게 되고, 미리미리 무엇을 어떻게 쓸건지 습작도 해 보고, 한동안 고심도 하면서 머리를 비우고 사색하는 마음으로 글감을 고르기도 한다.

이는 지우개로 지울수 있는 연필도 마찬가지다. 지우개로 지우고 다시 쓸수 있다는 차이가 볼펜과 다른 점이기는 하지만 어차피 손글씨는 그 쓰는 과정이 볼펜과 거의 비슷하다.
예전에 우주인용으로 개발됐다는 전천후 특수 볼펜은 볼펜심을 한 번도 갈아 끼우지 않고도 50년을 쓸 수 있다고 해서 아주 큰 화제가 되었다. 
물속에서 써지는 것은 기본이고 영하 50℃에서도 잉크가 얼지 않고 매끄러운 유리 위에도 써진다. 한국에서도 선물용으로 꽤나 팔렸다. 

요즘 한국의 남편들이 사랑하는 아내에게 평생 동안 몇 통의 편지를 쓸까. 1년 내내 흔해 빠진 문자메시지 한 줄 안 보내고 사는 남편이 수두룩할 거란 짐작이 간다. 
기껏 "오늘 저녁 뭘 먹을까"식의 생활용 문자가 전부 아닐까.
편지 역사상 가장 짧은 편지는 소설 레 미제라블을 쓴 빅토르 위고가 자신의 책이 얼마나 잘 팔리는지 궁금해 출판업자에게 '?'라고 쓴 편지라고 한다. 그 편지를 받은 출판업자가  대박 터졌다는 뜻으로 보낸 답장 역시 '!' 부호 하나가 전부였다고 한다. 

내용이 어떻든 짧든 길든 손으로 쓴 글은 기계가 찍어낸 글씨보다는 감동을 준다. 
세상이 아무리 변하고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대세인 세상이라 할지라도 가끔씩 연필을(볼펜) 잡고 편지 한 통 일기 한 줄이라도 써보자.
또한 부모들의 그런 모습에 아이들 글씨도 좀 더 나아지지 않을까. 내가 글씨 한줄 적지 않으면서 아이들더러 "글씨가 왜 괴발개발이냐"고 다그치기만 할게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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