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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계신 엄마, 간호하시는 아버지
자꾸만 늙어 가시는 부모님을 뵈니 가슴이 아려
2012-08-09 15:20:06최종 업데이트 : 2012-08-09 15:20:06 작성자 : 시민기자   문성희
친정엄마 연세가 7순을 넘기셔서인지 자꾸만 편찮으시다. 며칠 전에도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오빠들이 있고, 올케 언니들도 다 효부들이고, 아버지도 계시기는 하지만 자식된 도리로써 엄마가 아프시니 마음이 편할리 없다.

이제는 연세 탓인지, 엄마는 연례행사처럼 일 년에 한 두 차례 입원을 하신다. 그때마다 돌보시는 아버지의 고생이 여간 아닌데, 좁고 딱딱한 보조 침대에서 새우잠을 청하시는 모습과 탁한 병실 안의 공기가 걱정스럽기만 하다. 
간병인을 두라 하여도 굳이 아버지께서 직접 병간호를 해야 한다며 고집을 부리시고, 또한 좀더 넓은 병실로 가자고 하여도 싫다 하신다. 좁은 병실 안이 답답하실 만도 한데, 함께 입원하고 있는 병실 맞은편의 노부부와 서로 말동무가 되고 있는 듯 하여 지루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병원에 계신 엄마, 간호하시는 아버지_1
병원에 계신 엄마, 간호하시는 아버지_1

연락받은 것으로는 그다지 위급한 상황은 아니라 하여 주말에 잠깐 찾아뵈러 갔는데 오랜만에 딸이 엄마 옆을 지키겠다고 말씀을 드려도 귀찮다 하시며 엄마는 웃으신다. 
꼬부랑 할머니가 되어서까지도 뭐가 그리 좋냐며 농담을 건네면 엄마는 아버지가 훨씬 편하다고 하시며, 아버지 역시 싫은 내색 없이 내내 엄마 곁을 떠나지 않는다. 
늙으면 자식도 필요 없다는 말이 그래서 나온 말인가. 여하튼 모난 일 없이 사십년을 넘도록 오랜 시간을 두 분이 서로 옆에서 지켜주시는 모습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시간이 지나 저녁때가 다가와 아버지를 모시고 식당을 가게 되었다. 고생하시는 모습이 안쓰러워 맛있는 저녁을 사드리고자 여쭈어 보았는데, 칼국수가 드시고 싶다는 것이었다. 
그런데...승용차의 조수석에 올라 타시는 아버지의 몸 놀림이 여간 힘겨워 보이지 않는다. 병원에 계신 엄마보다 아버지가 더 늙으신것 같아, 아버지가 더 편찮으신것 같아 가슴이 아렸다.

"아버지, 다리에 힘이 없으세요?"
"아니다. 그냥 오늘은 조금 저리네"
딸의 걱정스런 질문을 애써 피하시며 괜찮다고 얼버무리시는 아버지. 당신도 연세가 7순을 훨씬 넘기셨으니 몸이 예전같지 않으신게 당연하다. 그렇다 해도 안방에 앉아 자식들 죄다 앉혀 놓고 무섭게 호령하시던 젊은시절 당신의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그때의 당신의 모습이 아니라는 생각에 눈물이 날뻔 했다.

누구나 다 늙는 것이기는 하지만 내 어버이가 이렇게 하루 이틀 자꾸만 변해 가시니 가슴이 먹먹해 진다.
아버지는 원래 면 종류를 좋아하시긴하지만, 고기를 잡수시러 가자고 말씀을 드려도 이가 좋지 못하다고 하시며 극구 사양하셨다. 아마 딸의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셨는지도 모르겠다.

결국은 병원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국수 집으로 가게 되었고, 다소 시장하셨는지 잔치국수 국물에서 모락모락 올라오는 김을 옆으로 불어내시며 맛있게 드셨다. 평소보다도 많이 드시는 것 같아 탈이 나시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하였으나, 입맛에 맞으셨는지 매우 흡족해 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나 역시 기쁘기는 마찬가지였다. 

아버지께서는 잔치국수를 잡수시는 내내 맛있다고 하시며, 퇴원하는 날 이곳으로 다시 찾아와 엄마도 한 그릇 사주어야겠다는 말을 계속하셨다.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던 중 아버지의 머리쪽을 바라보다가 그만 밖으로 나와야만 했다.

원래 머리숱이 많으셨는데, 속이 훤히 들여다보일 정도로 얼마 남지 않은 채 하얗게 변해버린 머리카락과 깊어지는 굵은 주름을 보며 눈물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아버지 앞에서 훌쩍거릴 수가 없어서....
 터져 나오는 눈물을 간신히 참고 다시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그래도 건강하실 때 미리미리 당신의 얼굴 많이 봐 둬야지 하는 마음에 아버지 얼굴을 더 찬찬히 보노라니 굵게 팬 이마 위 주름에는 검버섯이 깊게 피었다. 

역시 세월의 흐름은 어쩔수 없구나 하늠 마음에 아버지 손을 꼭 잡아 드렸다. 부디 건강하시고 오래오래 사시라고.  딸의 손을 잡은 아버지의 손은 무척 부드러웠다. 

잠시 후 엄마로부터 빨리 와 달라는 문자가 날아왔다. 에그, 당신은 1분이라도 낭군이 안 계시면 심심한 모양이다. 지금도 저렇게 서로 좋은데 나중에 엄마든, 아버지든 한분이 먼저 떠나시면 그땐 외로워서 어쩌나... 미리부터 이런 걱정을 하는게 옳은건지 나쁜건지.
두분을 뵌 그날따라 유난히 눈물이 자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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