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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카바보' 이모의 조카앓이
2012-08-08 11:40:54최종 업데이트 : 2012-08-08 11:40:54 작성자 : 시민기자   유병희
'조카바보' 이모의 조카앓이_1
'조카바보' 이모의 조카앓이_1

주말에 조카가 놀러왔다. 막내 여동생의 둘째 아이. 이제 겨우 우리 나이로 3살인데 얼마나 개구쟁이인지 모르겠다. 그러면서도 애교 만점이라 이모한테 오라고 하면 얼른 달려와 안기면서 "사랑해요" 라고 애교스럽게 말한다. 
"아이고, 사내 녀석이 이렇게 사랑한다는 말을 마구 하면 나중에 아무 여자한테나 사랑한다는 말 하는거 아닌가 몰라"라며 웃었다.

해죽 해죽 웃으며 달려들고 예쁜짓 하는게 너무 귀여워 두 볼이 잘 익은 복숭아 같다. 녀석의 볼을 살짝 꼬집어 주니 "아파, 호" 하면서 내게 호 불어달라고 제 볼을 내민다. 그 하는 행동이 더욱 예뻐서 저절로 "어이구, 내 새끼" 소리가 나오는데 동생이 잠시 나갔다 오겠다며 조카 좀 봐 달라고 한다.
오케이 사인을 보내는데 현관 앞으로 조르르 달려가 엄마한테 "안녕히 다녀오세요" 하면서 고개를 푹 숙이는 녀석. 기특하기도 하지, 언제 저렇게 컸는지.

하지만 이런 귀여움도 잠시. 아이는 아이였다.
녀석은 엄마가 외출하자마자 온 집안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기 시작했는데 정말로 한 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돌아 다니면서 물건을 끄집어 내고 흩트리며 장난을 쳤다. 밥풀을 거실 바닥에 붙여놓고 손으로 뭉개질 않나, 물을 쏟아 놓고 손장난을 치질 않나, 먹지도 않으면서 과일을 씹어 뱉어 놓질 않나. 

처음에 예쁘고 사랑스러웠던 모습과는 다르게 행동하는 조카를 돌보는 일에 점점 지쳐갔다.
그러다가 내가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나온 사이 거실에서 주방용 두루마리 화장지를 죄다 풀어 완전 난장판을 만들어 놓은 것을 보고는 정말 짜증이 폭발해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꽥 질렀다.
"이놈아. 누가 이렇게 화장지를 풀어 헤치라고 그랬어? 이거 하나도 못쓰게 됐잖아. 너 이모한테 때찌 맞을거야 정말?"

나는 녀석이 눈물을 흘리며 잘못했다고 빌 줄 알았다. 그러나 나를 쳐다보는 녀석의 눈이 심상치 않아보여 순간 괜히 소리를 질렀나 싶어 후회하는 맘도 들었다.
모처럼 놀러온 조카를 야단을 친 것이 아닌가 싶어 반성하고 있었는데 내 곁으로 다가와 이제 3살밖에 되지 않은 녀석이 건방지게도 내 어깨를 툭툭 치면서 "괜찮아, 괜찮아. 미안해" 한다.
웃음이 터지려는 것을 꾹 참고 "괜찮기는 뭐가 괜찮아?" 하면서 한 번 더 화를 내 보았다. 녀석이 어쩌려나 싶었는데 내 두 팔을 잡고 위로 힘겹게 올리더니 "아, 때찌, 벌 서, 벌 서"하는게 아닌가.

어처구니가 없었지만 졌다는 표시로 두 손을 들어 벌 서는 시늉을 하자 "괜찮아, 사랑해여" 하면서 내 등을 토닥인다. 
참 내...나도 아이들을 이렇게 키웠을까. 내 아이들도 이런 애교가 있었을까 싶었다.
늦었지만 아기를 낳아 기르는 동생이 대견하고 고맙다. 누구나 다 낳는 아기지만 요즘은 아기 낳는 일이 국경일 수준의 반갑고 큰 일이다 보니 가족중에 이렇게 자라나는 아이가 있는것도 집안에서는 늘 관심거리이고 행복을 주는 매개체이다.

휴가랍시고 잠깐 짬을 내어 이모집에 온 이녀석이 이제 돌아가고 없다. 병 주고 약 주고 했는 이 녀석이 벌써 보고 싶어진다. 이게 '조카앓이'라고 해도 되는걸까.
조카에 대한 이모의 사랑을 전화 목소리로나마 자주 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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