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매미와 곤충채집의 추억
6년을 기다려 1달을 사는 매미, 우리가 배워야 하는 기다림과 인내
2012-08-09 09:36:05최종 업데이트 : 2012-08-09 09:36:05 작성자 : 시민기자   정진혁
TV를 틀으니 매미 울음소리가 나왔다.  TV에서는 푹푹 찌는 열대야에 유난히 심하게 울어 사람들의 밤잠을 설치게 하는 주범이라며 애꿎은 매미에게 화풀이를 하는 뉴스였지만, 시골에서 자라서 늘 매미소리와 함께 했던 시민기자로서는 도시에서 매미 소리를 들으니 어릴 적 곤충채집의 추억과 함께 매미가 그리워진다. 

더운 여름 날, 학교에 갔다 오면 엄마가 해주시는 오이냉국에 밥 말아 된장에 풋고추 푹푹 찍어 점심 맛나게 먹고는 곧바로 냇가로 달려가 놀다 보면 냇가 미류나무에서는 우리의 물놀이에 추임새라도 넣듯 매미들이 신나게 울어제껴 주었다. 
물속에서 땀이 날 정도로 몇시간동안 실컷 놀고 난 뒤 집으로 오면 엄마는 또 펌프에 물 한바가지를 부어서 있는 힘껏 퍽퍽 길어 올려 시원한 물을 받아 아직은 설익은 그 당시 노지 수박을 숟가락으로 푹푹 떠내서 사카린을 넣고 화채를 해주시곤 했는데 그 맛이 얼마나 맛난지 게 눈 감추듯 하고는 그것도 모자라 수박 겉껍질에 구멍이 나도록 박박 긁어 먹었다. 

그리고는 매미채를 들고 나가 본격적으로 곤충사냥(?)에 나서곤 했다. 지금 도시에서야 곤충 구경이 어려우니 백화점에서 사와야 하지만 그때 내가 살던 시골에서는 대문만 나서면 곤충 천지였으니까.
우선 노는 틈틈이 벌레들을 잡아 모았다. 제일 만만한 방아깨비부터 시작해서 메뚜기, 풀무치부터 잡아 들였다. 풀섶 같은 데서 놀다보면 갑자기 발밑에서 큼지막한 뭐가 하나 푸르르 날아오르곤 했는데, 아이들은 잠시 그 화려한 연둣빛 속날개를 황홀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서야 "풀무치다!"라고 소리 지르며 뒤를 쫓았다.

방아깨비와 풀무치의 뒤를 이어 메뚜기, 여치와 베짱이, 부엌 근처에 많은 귀뚜라미와 방울벌레도 곤충채집의 주요 목표물이었다. 그리고 풍뎅이와 하늘소, 잠자리까지.
그리고 곤충채집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지막 '작품'을 화려하게 빛내주는 또 하나의 스타는 커다란 태극나방이었다. 옥색 날개 끝에 태극무늬가 선명한 놈이다. 

친구들이 이놈을 보면 우와 이거 어디서 잡았냐고 흥분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요건 사실 따로 찾아다닐 필요도 없었다. 여름밤 식구들이 모여 수박을 깨먹고 평상에 누워있다 보면, 처마 밑 백열전구에 날아와 붙어 있곤 하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곤충채집에 빠져서는 안 되지만 그때로서는 정말 불가능하게 여겨졌던 것이 하나 남아있었으니, 바로 매미였다. 
매미는 아주 많았다. 놈들은 온 숲에 깔려 정말 귀청이 얼얼할 정도로 울어대었지만, 늘 우리가 닿을 수 없이 높은 곳, 우리가 오를 수 없는 작은 가지에 앉아 있었다.  나는 나무 중간까지 기어오르기도 하고 잠자리채에 작대기를 덧대어 길이를 늘려보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도 높이가 닿지 않거나, 용케 닿는 경우라도 임시로 덧대어 어기적거리는 불안정한 포충망으로는 경계심 많고 날렵한 매미들에게 민첩하게 대응할 수가 없었다.

 
매미와 곤충채집의 추억_1
매미와 곤충채집의 추억_1

이제는 고백해도 되는 일이 하나 있다. 
이 곤충채집에는 부정선수가 꼭 몇 놈 있었으니, 동네 아이들에게서 몇 푼을 주고 산 매미들이 있었다. 워낙 잡기가 어려워서...

매미의 수명은 보통 6년이라고 한다. 그 6년 중 5년 11개월은 땅 속에서 애벌레로 지난다,  땅 속에서 나무뿌리의 즙을 먹으며 지나다가 네 번째 껍질을 벗은 후 정확히 6년째가 되는 여름 어느 날 땅 위로 올라오는데 그때 땅 위로 치솟는 힘은 아스팔트도 뚫을 수 있는 정도라고 한다.

사람들은 매미소리를 울음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게으르고 한가하게 노는 노랫소리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매미가 노래를 부르는 것은 종족을 이어가려는 처절한 몸부림이고 암컷을 부르는 사랑의 몸부림이다.
4주로 제한된 기간 안에 암컷을 불러 후손을 이어가야 하는 절박함이 있어 노래를 부르는 것이라고 한다. 새나 다른 짐승들이 이 노래 소리를 듣고 자신을 먹이로 삼을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매미는 노래를 멈추지 않는다. 

이렇게 하여 암컷을 만나 자손을 퍼트리고 난 후 4주 안에 매미는 일생을 마치고 나서 개미의 먹이가 되거나 다른 벌레들의 먹이가 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이 미물 매미도 기다림의 시간을 숭고하게 보내는것 같다. 6년을 기다려 4주의 생애를 불태우다 불꽃처럼 지는 매미는 어쩌면 우리에게 삶의 고귀한 깨우침을 주는것 아닌가 싶다. 우리가 그저 매미려니 하고 우습게 알지만 그 6년이라는 긴 기다림의 시간에 의미를 부여하자면 정말 숭고하다 아니할수 없다.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이라고 한다. 단 1달을 살기 위해 6년을 땅속에서 버티며 기다리는 매미처럼 우리도 기다림 소게서 삶과 인내를 배웠으면 한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