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 베고 잔디 씨 채취하던 여름 방학이야기
2012-08-09 09:37:22최종 업데이트 : 2012-08-09 09:37:22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
말복과 입추를 계기로 찜통 더위가 조금은 달라진 것도 같다. 한낮 더위야 어쩔 수 없지만 새벽녘에 들어오는 바람은 어느새 이불을 더듬더듬 찾게 된다. 풀 베고 잔디 씨 채취하던 여름 방학이야기_1 풀 베고 잔디 씨 채취하던 여름 방학이야기_2 그리고 잔디 씨를 채취하여 편지 봉투에 넣어 개학 날 제출해야 했는데 봉투 반이 넘지 않으면 퇴짜를 맞아서 다시 추가로 잔디 씨를 받아와야했다. 시골이라 잔디 씨 채취 할 곳은 지천에 깔려 있었지만 좁쌀 보다 작은 잔디 씨를 훑어서 편지봉투를 채운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뜨거운 햇빛을 온몸으로 받으며 묘지 주변을 기어 다니면서 한 가닥 한 가닥 훑어내려면 연한 손가락에는 금방 풀물이 들고 붉게 골이 졌었다. 친구들과 함께 시끌벅적 킬킬거리며 손바닥에 갈색의 잔디 씨를 올려놓고 "요요요" 소리를 내면서 불다가 호흡을 반대로 하여 입 속으로 훅 하고 들어가 캑캑 거리기도 했었다. 어찌 보면 반질반질하게 생긴 갈색의 씨앗이 작은 벌레 같게 생긴 모양새가 머릿니와 비슷하기도 하다. 팔뚝 위에 쭉 줄을 세우고 두 손톱을 맞대어 이 잡은 시늉도 하고 놀았다. 잔디 씨를 받는 숙제에서 이 잡는 놀이로 바뀌고 급기야 넓적한 돌 위에 올려놓고 찧기도 하고 그러다가 소꿉놀이로 아예 전업을 하기도 했었다. 지난 날 우리들의 여름 방학 과제를 요즘 아이들에게 얘기하면 웬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냐고 할 것이다. 요즘 초등학생들 숙제야 체력 기르기 일환으로 줄넘기하기. 여행으로 마음 살찌우기 . 참을성 기르기로 텔레비전 3일 동안 안보기 등 듣기만 해도 럭셔리 그 자체다. 예정에 없이 찾아오는 잡상인처럼 불쑥불쑥 들어오는 서풍에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며 옛 추억에 잠겨 본다. 연관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