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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사 쁘라딥 타쿠르 이야기
새로운 나라 네팔, 내가 만난 네팔 사람들 13
2012-08-14 17:30:20최종 업데이트 : 2012-08-14 17:30:20 작성자 : 시민기자   김형효

이발사인 쁘라딥 타쿠르(30세)는 15세 때부터 이발사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는 태어나면서부터 힌두교적 전통에 의해 이발사로 삶의 진로가 결정된 사람이다. 

독자들께서도 이미 잘 아시는 것처럼 힌두교는 브라만, 바운, 체트리 종족 이외의 사람들은 카스트에 발이 묶여 희망을 꿈꾸기 힘들다. 커스짜, 버이셔, 수트러, 까미, 더마이 등의 계급으로 삶이 규정되고 경제력도 한계가 있다. 이들 중 까미족은 천민에 속하고 커스짜족은 농사를 짓는 계급이다. 수트러 종족 등 기타 계급은 옷을 만들거나 신발을 만들고 연주를 하는 등의 계급이라고 한다. 옷을 빠는 사람들은 도비, 타쿠르 종족은 이발을 하는 계급이다.

이발사 쁘라딥 타쿠르 이야기_1
쁘라딥 타쿠르가 작은 이발소 앞에 섰다. 막 손님의 이발을 시작하려는데 사진 한 장을 찍자고 했다.

외국에 살며 한국에 사는 보통 사람의 생활을 하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매우 사소한 일상인 이발을 하는 일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과거 우크라이나에 살면서 언어 소통도 어렵고 이발을 어디서 하는 것이 좋을지 몰라 홀로 내 머리를 깎던 일이 생각난다. 사실 네팔에서야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인도나 네팔에 가면 이발을 하고 오라!"는 말이 있다. 그것은 매우 값싼 이발요금 때문에 생긴 말이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네팔에 이발요금은 25루피(한화 300원)정도였다.

나는 네팔에 머무는 동안 한국 미용실에서 이발을 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에 많이 바쁘기도 하고 한 사람의 지인과 이발관을 찾은 적이 있다. 저렴한 이발가격은 50루피였다. 그 후로 포카라에 갔을 때 관광객이 많은 포카라는 가격이 어떤가 싶어 가격을 물어본 적이 있다. 200루피라고 한다. 수도인 카트만두의 이발가격의 네 배다. 몇 년 사이 네팔에 물가가 폭등한 이유도 있겠지만, 포카라는 특별히 비싼 것 같다. 

이발사 쁘라딥 타쿠르 이야기_2
나무로 만든 의자 2개가 쁘라딥 타쿠르의 생계를 잇는 수단이다. 작은 이발소는 겨우 한 평 남짓 되어 보였다.

대부분의 물가도 카트만두에 비해 관광객이 많은 포카라의 물가는 비싸다. 이는 관광도시라서 관광객들에게는 별 문제가 없는 일이겠지만, 현지인들에게는 생활에 어려움을 줄만한 일이다. 

이야기가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시민기자가 살고 있는 카트만두 거푸르다하라는 인도대사관과 영국대사관이 있는 동네다. 교통 중심지인 사마코시 방향으로 매우 작은 이발소가 있다. 아침 6시부터 저녁 8시까지 쁘라딥 타쿠르는 아들 쿠스발 타쿠르(4세), 아내 소바 데비(Shobha Devi, 25세)와의 행복한 삶을 위해 장시간 노동을 한다. 

그는 본래 인도 중부에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으나 이발사인 아버지를 따라 다섯 살 때 네팔로 왔다고 한다. 그의 아버지와 그의 장인도 같은 카스트로 모두 이발사라고 한다. 카스트의 장벽을 넘어서기 어려운 것은 다른 나라인 네팔이지만, 네팔 또한 같은 힌두 문화적 전통을 간직하고 있다. 

이발사 쁘라딥 타쿠르 이야기_3
이발을 시작한 쁘라딥 타쿠르는 장인도 아버지도 모두 이발사다. 그는 15세부터 이발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가 한 달 일을 하고 벌어들이는 수익은 5000루피에서 2만5000루피까지, 비수기인 최근에는 5000루피 정도를 번다고 했다. 지금은 장마철이다. 그가 벌어들이는 한 달 수입의 대부분은 가게 세 3,500루피와 작은 방 하나의 월세 2500루피 아이의 유치원 보육료 750루피가 들어간다고 했다. 학기별로 책을 구입하는 비용이 1000루피 정도이고 일부 저축을 한다고 했다. 

카트만두의 보통 사람들의 수익에 비해서 작은 금액은 아니다. 하지만 카트만두도 도시화가 가속화되면서 모든 물가가 수직 상승하고 있다. 그러니 깊은 생활고는 없다하더라도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걱정은 많아 보인다. 하지만, 그에게서 고통의 흔적을 보기는 어렵다. 그것은 아마도 보는 사람들의 눈과 다르게 그들 스스로 카스트에 순응하는 것이 이유가 될 듯하다. 사람의 만족과 불만족이 인생의 행복을 결정하는 주요한 이유가 되는 것은 순응할 것인가? 역행할 것인가? 하는 이유도 있는 것 같다. 

이발사 쁘라딥 타쿠르 이야기_4
작은 공간에 풍요의 신인 럭스미 신을 액자에 모셔 여러 개를 걸어 두었다.

오늘날 우리는 버거운 일상도 역행의 다른 말인 '도전'이란 말로 극복하자고 한다. 그러나 그 도전에만 집착하다보면 허송세월 같은 고통도 동반하게 된다. 아이러니한 일이다. 도전하자, 말하지만 역행하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순응하라 말하지만 안주하지 말 것을 말한다. 언어의 틀 속에 갇혀 우리가 열어가야 할 세상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역행도 아닌 순응도 아닌 개척의지는 무엇일까? 

네팔에 사는 인도인 이발사 쁘라딥 타쿠르에 이발소에는 부를 상징하는 럭스미 신이 여러 개 걸려 있었다. 풍요로움은 모든 사람의 꿈이리라. 우리가 말하던 이발소 그림같은 것은 그들이 살아가는 한 편의 드라마도 있는 것 같다. 우리가 과거 푸쉬킨의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와 같은 시구(詩句)를 이발소에서 읽었던 것은 그만큼 극복하고 이겨내야 할 것들이 많은 시절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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