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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들어 기껏 생각해낸게 이혼인가요?
2012-08-15 09:34:54최종 업데이트 : 2012-08-15 09:34:54 작성자 : 시민기자   유병희
농촌의 농작물을 죄다 녹여 내고, 한강과 낙동강에 녹조라떼를 만들어 내던 더위가 요 몇일간 내린 비 덕분에 주춤해졌다고 하니 다행이 아닐수 없다.
창 밖에 주룩주룩 내리를 비를 그저 고마운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자니 문득 두달 전 일이 떠올랐다.
'진석 엄마는 지금 잘 하고 있겠지....'

그 두달전 일이다. 옆집에 사는 명규 엄마가 전화를 걸어와 뜻밖의 말을 꺼냈다. 
"아침에 녹색교통 봉사대 같이 하는 진석이 엄마 있잖아?. 글쎄... 요즘 별거한다고 소문났대. 참 내! 왜들 그러는지 모르겠네. 애들 고등학교까지 다니는데...어쩌지?"
별거? 그거 잘못하면 이혼으로 가는 건데... 나도 괜스레 걱정이 됐다. 진석이 엄마는 성격 좋고 부부간에 금슬도 좋은걸로 알았는데.

그때 주말에 날을 잡아 우리는 이미 의왕의 친정집에 가 있는 진석 엄마를 만났다. 말로는 얼굴 본지도 오래 됐으니 우리가 놀러갈테니까 같이 차나 한잔 마시자고 했다. 
그러나 우리는 마치 무슨 의무감 혹은 사명감 같은걸 안고 진석이 엄마와 근처 커피숍에서 만났다.

진석 엄마를 만나 보니 정말 이혼을 염두에 두고 별거중이라 했다. 이유는 성격이 안맞고 괜히 서로간에 허무감만 생긴다고 말했다. 설사 그렇다 해도 내 이웃이 이혼준비중이라니?  우리는 믿기지가 않고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우리 둘은 그정도 이유라면 충분히 달랠수(?)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진석엄마더러 전문가 상담을 받아보자고 설득했다. 썩 내키지는 않아 하는 진석엄마와 다시 만난건 그후 1주일 뒤였다. 우리는 미리 알아 둔 상담센터에 가서 함께 앉았다.

"부부들이 착각하는게 한가지 있어요. 오랫동안 부부로 살아왔으니 서로를 잘 안다고 여기는 겁니다. 그러나 정작 내 남편이 좋아하는 색깔이 무엇인지 내 아내가 싫어하는 건 무엇인지 부부가 서로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담 선생님은 진석엄마와 우리를 앉혀놓고 '특강'을 했다.  
"남편과 아내는 한집에서 살면서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기 위해 내 주장, 내고집을 내세우지 않고 상대방 것을 존중하며 살아갑니다. 모든 가정이 다 그래요. 그게 가정의 평화와 화목을 지키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부부가 그렇게 양보해가며 수십년간 살다보니 상대방이 표현하는게 진짜 맞는걸로 착각하는거죠"

그렇게 20년, 30년 넘게 살다가 50대 60대가 되어서 애들 키우고 마음의 여유가 생기니 좋은건 까먹은 채 기껏 생각해 낸게 서로의 성격차이라는 것이다.  서로를 잘 모르기 때문에 말이 안통한다고 생각하고 짜증내고 그게 커지고 불거지면서 이혼의 길을 걷는다고 했다. 

상담 선생님은 그동안 잘 참고 배려해 온 것을 왜 나이 먹어서 자기가 옳다고 고집부리느냐는 충고까지 곁들여졌다. 나머지 여생도 원래 있었던 성격차를 인정하고 사는게 부부와 가정의 기본 조건이라는 얘기였다. 
구구절절 옳은 얘기였다. 상담소를 나오면서 우리 셋은 말 없이 걸었다. 그리고 한참만에 입을 연 진석 엄마.  

"이런곳에 데려와줘서 고맙다"라며 눈물을 글썽였다. 눈물을 보니 느낌이 좋았다. 해피엔딩이 될것 같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더 원숙해진다는 것은 너그럽고 이해하는 깊이의 정도가 더 커지는거라 한다.  진석엄마의 마음이 약간 돌아선듯 해서 마음이 놓이긴 했다. 이젠 진석 아빠를 설득하는 일만 남았다. 그건 그 직후 남편들이 해결해 주었다.

나이들어 기껏 생각해낸게 이혼인가요?_1
나이들어 기껏 생각해낸게 이혼인가요?_1

우리 이웃들이 부부간에 서로를 생각하고 먼저 양보하는 배려의 샘을 더 깊이 파내려 가는 이해심을 키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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