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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을 맞은 언주 구릉 이야기
새로운 나라 네팔, 내가 만난 네팔 사람들 12
2012-08-10 17:07:10최종 업데이트 : 2012-08-10 17:07:10 작성자 : 시민기자   김형효

23세 생일을 맞은 언주 구릉을 만난 지 이제 1년이 되어간다. 그녀는 내 아내의 여동생이다. 그러니까 내게는 처제가 된다. 오늘 새삼스럽게 나의 처제 이야기를 하게 되는 것은 오늘날 네팔 젊은이들의 일상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아서다.

내게 처제가 되는 언주 구릉(Anju Gurung, 23세)은 대학생이며 직장인이다. 인도에서 태어나 어머니의 조국이고 아버지의 조국인 네팔에서 살고 있는 언니(나의 아내, 먼주 구릉, 38세)에게 의지해 살고 있다. 이제 10년이 넘은 네팔 생활을 하고 있는 그는 아직 네팔 시민권도 인도 시민권도 없다. 나의 기회 있을 때마다. 시민권을 만들라는 권유를 하고 있다.

생일을 맞은 언주 구릉 이야기_1
생일 전날이다. 음식재료들을 사와 다듬으며 밤 12시를 넘겼다. 그러면서도 밝은 빛을 잃지 않았다. 자신의 생일상을 직접 차려야하는 그녀가 안타깝기도 대견스럽기도 했다.

생일을 맞은 언주 구릉 이야기_2
생일날 언니(먼주 구릉, 나의 아내)가 동생 언주 구릉에게 축원을 비는 디까의식을 하고 있다.

우리가 이해하지 못할 일이다. 어떻게 네팔 시민권이 없는데 학교에 다니고 직장에 다니는가? 나도 항상 이해하지 못해 하는 일이다. 그렇지만 , 네팔에는 매우 많은 사람들이 시민권없이 살고 있다. 그래서 네팔의 인구 통계가 3000만에 가깝다는 말을 믿지만, 그보다 작다는 통계에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된다. 나의 장모님은 인도에서 살지만, 마찬가지로 인도 시민권도 네팔 시민권도 없다.

어제는 나의 처제인 언주 구릉의 23회 생일이었다. 며칠 전부터 생일잔치 생각에 들떠 있는 그녀를 보았다. 생기발랄한 모습을 보며 나도 즐겁기도 했고 한편에는 안되었다는 생각도 했다. 많은 네팔의 젊은이들도 그런 처지에 놓여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어린 나이에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인도에 살고 아버지가 다른 언니와 살며 변변한 살림살이를 살지 못한 탓에 처음 맞는 생일잔치다. 

그래서 내가 그녀에게 줄 수 있는 선물이 그녀의 친구들을 불러 한 끼 식사를 대접하고 어울려 놀 수 있게 해주는 것이란 생각에 기꺼이 적지 않은 경비를 지출했다. 그럴만한 이유라면 그냥 생일잔치를 열어준다기 보다 그녀가 견뎌내고 있는 삶의 대견함에 대한 나의 선물이다. 
그녀는 아침 6시가 되면 등굣길에 오르기 위해 준비를 하고 6시 30분이면 학교로 향한다. 그리고 10시 30분쯤 집으로 돌아와 늦은 아침을 먹고 직장으로 향한다. 그녀는 가끔 내게 형부 아빠라고 농담을 하기도 한다. 25살 나이차를 생각하며 분명 딸이라 해도 될 듯하다. 

그녀의 일상은 어린 시절 내 모습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사실 난 그런 고학생도 되어보지 못했지만 말이다. 단지 그런 일상에 대한 대견함만이 그녀를 특별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난 그 무엇보다 그녀의 밝은 생활태도가 마음에 든다. 그늘없는 미소와 항상 활기가 넘쳐 그 어떤 그늘이 느껴지지 않아서다. 사람이 생활의 무게에 짓눌리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지치고 체념적인 사유를 하게 되는 것이란 생각이다. 하지만 어찌되었든 이겨내자고 하고 웃고 견디어 나가자면 또 이겨내지 못할 일도 아니란 것이 내 생각이다. 

생일을 맞은 언주 구릉 이야기_3
언니인 먼주 구릉이 언주 구릉에게 축하 케잌을 입에 넣어주고 있다.

생일을 맞은 언주 구릉 이야기_4
좁은 응접실에서 젊음의 열기를 발산하고 있다. 방과 응접실에 나뉘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며 즐거워하고 있다.

생일 잔칫날도 그녀는 평소의 그런 태도와 다름없었다. 아침 일찍 일어난 멋진 옷을 챙겨 입고는 대청소를 했다. 그리고 전날부터 작성한 생일잔치에 필요한 음식물 목록을 들고 친구의 오토바이를 타고 도매시장에 다녀왔다. 전날 밤에는 양파와 오이, 무, 당근 등을 다듬어 놓느라 밤 12시를 넘겨서야 잠을 잔 것을 안다. 그리고는 집 주인과 이웃 아주머니들을 불러 도움을 청한다. 생일날 이전에 이미 이웃들을 모두 섭외해둔 모양이다. 

생일잔치가 시작되기 3시간 전쯤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친 그녀는 곱게 차려입은 옷매무시를 가다듬고 흥을 돋을 앰프를 설치한다. 대체 어디서 구해왔는지 궁금할 뿐이다. 
집 주인도 모두 이해를 하고 설치를 도와주었다. 그런데 하필 생일잔치가 시작되고 흥을 돋우려는 그때 정전이다. 
그렇게 3시간이 흐른 후 전기가 들어왔다. 밤 10시다. 이제 앰프 소리를 줄이고 그 소리에 처제의 친구들은 좁은 응접실에서 아쉬운 젊음의 열기를 발산한다. 물론 고르카라는 네팔 맥주와 시그네쳐라는 네팔 양주도 한몫을 한다. 

다음 날 아침 늦은 잠에서 깨었다. 대부분은 집으로 돌아갔지만, 예닐곱 친구들이 아침 커피를 마시며 지난 밤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가족적으로 뭉쳐진 젊음의 열기가 부럽다.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 속에서 즐거움을 나눌 줄 아는 그들의 앞날에 우정도 깊어지고 꿈도 더 크게 영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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