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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뽀로 대 참사' 말끔히 씻은 '런던 대첩'
피할 수 없는 숙적 일본에 2:0으로 이겨, 올림픽 사상 첫 메달 획득
2012-08-11 07:10:00최종 업데이트 : 2012-08-11 07:10:00 작성자 : 시민기자   한상훈

 

'삿뽀로 대 참사' 말끔히 씻은 '런던 대첩'_1
경기 종료 직후 환호하는 자랑스런 태극전사들

11일 새벽,  일본과의 동메달 결정전이 있었다. 이번 올림픽은 14시간 차이나는 영국과의 시차와 체력 저하로 밤을 새가며 올림픽 경기를 지켜 보지 못했다. 재방송을 보거나 간추린 뉴스를 통해 결과만 챙겨봐서 그런지 올림픽 시즌에도 올림픽 열기를 느끼지 못했다. 

축구 동메달 결정전이 다행히 주말에 잡혀 있어 다음날 일정에 대한 부담없이 지켜 볼 수 있었다. 더군다나 영원한 숙적 일본과의 경기이다. 지난 한 맺힌 역사 때문인지, 여러 분야에서 아시아의 선두를 치열하게 다투기 때문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우리 국민은 한일전에 유독 민감하다. 기자 또한 유치함을 무릅쓰고 '일본 타도'를 마음속으로 외치며 잠자리에 들었다. 

새벽 3시, 저절로 떠진 눈, 한 주의 피로가 몰려와 토요일에는 늦잠자기 일쑤인데 누가 깨우거나 거슬리는 알람소리 없이 개운하게 일어났다. '삿뽀로 참사'를 기억하며 와인한병과 치즈, 오징어채등 간단한 안주거리를 준비했다. 사실 마음은 광화문 광장에 나가 2002 월드컵의 열기를 직접 느껴보고 싶었으나 경기에 몰입하기에는 집에서의 시청만한 것이 없다. 

한국 선수들이 입장한다.애국가가 흘러나오자 오른 손을 심장에 갖다대고 결연한 의지를 다지는 선수들의 각오가 대한민국 수원에까지 전달되는 느낌이다.
전반전 시작. 전반 5분 구자철이 골대 근처에서 공을 받다 일본 선수의 과도한 몸싸움으로 넘어졌다. 분명 pk를 줘야 하는 상황인데 주심이 외면한다. 
올림픽 사상 첫 메달이 걸린만큼 두 나라 선수들의 몸싸움이 팽팽하다. 게다가 한일전이다. 이 경기에서 패하고 메달까지 놓치면양국 선수들은 언론의 뭇매와 국민들의 비난을 피하기 힘들기 때문일까, 두 나라 선수들의 표정은 야무지다 못해 비장했다. 

전반 20분까지 선수들의 과열 양상으로 경기가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아 초초해하며 봤다. 게다가 심판이 우리 선수들이 일본 선수들에게 하는 수비나 몸싸움만을 지켜보고 있는지 우리 선수들은 전반에 3개의 경고를 받았다.(내가 보기에는 편파판정으로 보였다.) 아무래도 경기 시작 후 얼마 안되서 경고를 3개를 받다 보니 퇴장을 우려해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몸싸움에 가담하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 선수들은 오늘이 마치 은퇴경기처럼 영리하게 과감하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전반 35분 구자철이 거친 태클로 경고를 받고 강력히 항의하면서 경기장은 더욱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고 양팀 선수들의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흐름을 바꾼건 전반 38분에 터진 박주영의 골이었다. 한국진영에서 길게 연결된 볼을 잡은 박주영은 단독 드리볼로 일본 수비수 3명을 제치고 한 슈팅은 시원하게 골문 우측에 박혔다. 와일드카드로 출전한 박주영은 이번 올림픽에서 제 몫을 하지 못한다는 여론에 적잖이 마음이 답답했을 것이다. 또한 올림픽 출전 전에는 병역회피 논란까지 겹쳐 좀처럼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기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한 방에 풀어준 멋진 슛으로 다시 한 번 그가 일본 킬러임을 확인했다. 

박주영의 골로 상승세를 탄 한국은 몇 번의 일본 반격의 위기가 있었지만 후반전에도 경기를 리드했다. 결국 후반11분 구자철이 추가골을 넣었다. 정성룡 골키퍼가 멀리 찬 볼이 일본 수비수 머리에 맞고 패닐티박스 안으로 흘렀다. 쇄도하던 구자철이 땅볼 슛팅으로 섬세하게 일본 수비수 가랑이 사이를 통과하는 골을 만들어 냈다. 기세 오른 한국은 2:0의 상황에서도 수비 위주의 비겁한 경기를 선보이지 않고 계속해서 슛팅의 기회를 만들었다. 후반 15분 상대 박스 정면에서 때린 김보경의 슛이 일본 골키퍼 손에 막고 골대를 맞았을 때는 아쉽기 그지 없었다. 

마음 급한 일본은 계속해서 패스 미스를 연발했다. 답답한건 일본 벤치석도 마찬가지였다. 공격에 총력을 다하기 위해 계속해서 선수를 교체 했지만 오히려 선수들간에 팀웍이 무너지는 어수선한 분위기만 조장했다. 종료 휘슬이 가까이 들리는 듯 하자 우리 팀 벤치에서도 선수교체를 시도 했다.

이번 올림픽 메달은 44년만의 아시아 메달, 한일전의 완승, 한국 올림픽 사상 첫 메달이라는 의미 외에도 추가적인 한 가지가 더 있다. 올림픽 출전 선수들의 병역면제이다. 메달을 딴 선수들에게 병역 면제의 혜택을 주는 것에 대해서 일부에서는 반대의 목소리도 있지만 세계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을 높이는 것은 또 다른 의미의 국토 수호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동메달을 건 18명의 태국전사들은 세계무대에 진출해서 개인적인 성취뿐만 아니라 박지성 선수가 한 것처럼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를 향상시키는데 제 역할을 다해 줄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개인적으로 홍명보 감독은 선수 시절부터 팬을 넘어 본받고 싶은 덕목이 많은 사람이다. 동메달을 목에 걸고도 경기에서 1분이라도 뛰지 않으면 군면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선수도 챙기는 면모를 보여 진정한 리더자의 모습을 확인했다. 
후반 44분 홍명보 감독은 김기희를 잊지 않고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이로써 김기희까지 18명의 선수가 병역문제에서 자유롭게 되었고 스스로 몸값을 높일 기회를 얻었다. 경기의 전략적인 부분 못지 않게 선수 개개인을 챙기는 홍명보 감독에게 기분 좋게 박수를 쳐 줄 수 있게 되어 기쁘다.

경기 종료 휘슬이 불리고 2002년 스페인전에서 승부차기를 성공하고 환하게 웃던 홍명보 감독의 미소가 다시 전파를 타고 화면에 보여졌다. 자랑스런 태극 전사들은 태극기를 몸에 두르고 화면을 향해 장난도 치며 삼삼오오 모여 기쁨을 나누었다.  

화면이 바뀌고 일본 선수가 고개를 떨구고 허탈하게 앉아 있는 모습이 담긴 화면이 나왔다. 우리의 상대였으나 안쓰러움이 느껴졌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선수들 중에 어느 하나 대충 대충 최선을 다하지 않은 선수는 없다. 결과만 보고 '이긴팀이 진팀보다 많이 준비를 했고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이겼다'라고 말 할 수 없다. 졌다고 해서 설렁 설렁 했고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은 크나큰 논리의 오류이다. 

'삿뽀로 대 참사' 말끔히 씻은 '런던 대첩'_2
환호하는 태극전사와 상반된 일본 선수

고개 숙인 일본 선수를 보니 우리가 반드시 이겼어야만 하는 상대지만 최선을 다한 그들에게도 박수를 아끼지 않고 보낸다. 전반부터 우리 선수가 공을 잡으면 여기 저기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전력을 다해 뛰어와 공을 빼앗으려 했고 선제골을 먹어 전세가 기우는 상황에서도 한 골을 만회하려 끊임없이 공격을 했던 그들이다. 
2:0으로 힘빠지는 상황에서도 단 한골이라도 만회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그들이다. 결과는 졌지만 비겁하지 않게 경기에 임했고 최선을 다한 그들이 우리의 숙적이지만 멋있어 보였다. 정정당당하게 경기를 치르고 승자에게는 축하의 박수를 패자에게는 격려의 박수를 보내는 것이 진정한 올림픽 정신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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