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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비근성이 아니라 '열혈정신'이랍니다
2012-08-11 10:30:37최종 업데이트 : 2012-08-11 10:30:37 작성자 : 시민기자   오새리
냄비근성이 아니라 '열혈정신'이랍니다_1
냄비근성이 아니라 '열혈정신'이랍니다_1

각 가정마다 스테인레스 그릇들이 있을 것이다. 시민기자의 집에도 여러 그릇류가 있지만 그중에 냄비도 있다. 스테인레스 재질이 아닌 쭈글쭈글한 노란 양은 냄비.
우리나라 국민들의 성격을 일컬어 비판적으로 말하는 사람들은 "냄비 근성" 또는 "냄비가 죽 끓듯 한다"고 말한다.
어떤 사건이나 사고가 일어나 전국민의 공분을 사는 일이 터지면 난리 난리 치면서 호들갑을 떨다가도 웬만큼 시간이 흐르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쉽게 잃어버리는 것을 꼬집어 그렇게들 말한다.

뭐든지 생각하기 나름이고,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 관점에서 보일수 있겠지만 냄비근성이라는 말과, 냄비가 죽 끓듯 한다는 말까지 시민기자는 일부는 동의하지만 일부는 꼭 그런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즉 우리의 열혈정신과 열정적인 생각,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후딱 잊어버리고 다시 앞을 보고 달리는 좋은 쪽으로도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우리 집의 쭈그러진 노랑 냄비는 우선 가벼워서 좋고 무쇠 솥처럼 물을 끓이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아서 좋다. 이건 가스와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 친환경적이기까지 하다.
남들은 쉽게 달아오르고 쉽게 식는다고 흠을 잡지만 나는 양은 냄비가 좋다. 양은 냄비에는 서민적인 맛이 배어있다. 억눌러지고 찌그러진 우리네 삶을 반영이라도 하듯이, 같이 우그러질 줄도 알고 찌그러질 줄도 아는 그 속성이 좋다. 

월드컵 열기 때문에 온 나라에 있는 냄비란 냄비가 다 들썩거렸다. 쉽게 열 받고 끓어오를 줄 아는 냄비가 그 근성을 제대로 발휘했다. 독일제, 프랑스제, 일제 냄비가 부럽지 않았다. 그 어디에 내놓아도 무색하지 않을 우리나라 냄비가 그 진가를 톡톡히 발휘했다. 미지근한 것보다는 화끈하게 달아오를 줄 아는 그 냄비근성에서 나는 사람의 향기가 난다.

이번 런던올림픽 축구 한일전은 또 어땠나.
축구공 하나가 지금 작렬하는 8월의 태양처럼 이글거릴 때마다 모든 사람이 한 마음이 되어 뜨겁게 환호했다. 이번 올림픽 축구 한일전에서 금메달보다 더 값진 대망의 동메달을 거머쥔 우리는 전국에서 열광하며 '대~한민국!' 이라 외쳐댔다.

이렇게 함성을 지르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밤잠을 설쳐가며 다들 뜨겁게 하나가 되었던 사실을 그때 뿐인 냄비근성이라고 하는건 냄비를 정말 모욕(?)하는 일이 아닐까. 
돌아보면 그간 일본군 위안부 문제나 독도 문제 등으로 얼마나 분통 터지고 화가 나고 답답했던 시간들이었던가? 

그 모든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려는 듯 목청껏 소리치며 박수를 치며 열광했다. 온 몸을 던져 응원하는 모습이 때론 살아남고 싶다고 발버둥치는 듯 하였고 때론 절규하는 듯 가슴이 찡했다. 
그걸 냄비 근성이라고? 
어떤 일에 목숨 걸듯 달려들어 끝장을 보려는 우리의 습성을 일컬어 냄비 근성이라고 하는 일부의 비판적 시각도 있지만, 그 밑바닥엔 장작불로 달구던 무쇠 솥 같은 우리만의 투박한 근성이 있다. 

압력솥과 뚝배기와 냄비 중에 응원용은 뭐니 뭐니 해도 냄비다. 적당히 불기를 조절해 가며 용도에 따라 꺼내 쓴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을까? 끓고 있는 가슴이 분출구를 찾아 열기를 발산하였고, 그런 몰입의 경지에서 우리는 충분히 행복했다. 실컷 웃고 떠들면서...

너무 쉽게 달아오르는 사람도 위험하지만 아무리 불을 지펴도 반응이 없는 사람은 또 얼마나 재미가 없을까? 그래서 나는 스스로를 냄비라고 부르는 우리 집 냄비가 좋다. 고상함이나 품격은 좀 떨어지지만 삶의 진정성이 느껴지고 낡아서 편안한 경지에 닿아있기 때문이다. 
노란 양은냄비, 이게 내게는 주방에서 한박자 쉬어가게 하는 삶의 '물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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