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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학생이 ‘수원화성’ 책 출판했다구요?
효원고 김주송군 '돌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출간
2012-08-05 09:46:04최종 업데이트 : 2012-08-05 09:46:04 작성자 : 시민기자   김해자

고3학생이 '수원화성' 책 출판했다구요?_4
김주송 군

현재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학생이 1997년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수원화성에 관한 책을 냈다. 
근 3여년의 준비 끝에 수원화성의 모체인 성벽을 주제로 삼았다. 더불어 알토란같은 수원화성의 역사 외에 제반사(諸般事)도 곁들여 담아냈다. 화제의 주인공을 만나봤다.

꼬맹이 주송이와의 만남 

진즉에 이 아이가 큰일을 낼거라는 예감이 있었지만 이 정도의 실력을 쌓았으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버스를 타고 약속 장소 장안문으로 가면서 8여 년 전 한여름을 떠올렸다. 녀석의 이름은 '김주송', 요즘처럼 삼복더위가 무던히도 지속되던 즈음 아버지를 따라 문화유산답사에 나선 날 처음 만났다.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주송이는 계족산성 등 대전 일대 문화유산답사를 했다. 
유독 피부가 하얗고 수줍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는데, 겉모습과는 다르게 우리 역사의 줄기는 물론 유산의 명칭까지 속속 꿰고 있는 것이 아닌가. 당시엔 아버지(김충영. 현재 수원시청 근무)가 수원화성에 관하여 박사를 넘는 실력을 갖추고 있으니 그 정도는 당연지사란 생각만 막연히 했었다.

안면을 튼 이후 몇 번을 답사지에서 만났지만 주송이가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한동안 만나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에 오랜만에 주송이 아버지와 책을 내는데 도움을 준 염상균 선생이 근황을 전해왔다. 고3이 된 주송이가 본 화성성벽 '돌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한라애드플러스)'란 제목으로 책을 냈다면서 주말에 수원화성 한 바퀴 돌아보자고. 

아직 출간되기 전이었지만 염선생을 통해 책을 입수했다. 
읽기 전에는 서점에 진열되어있는 '수원화성'에 관련된 책들을 그냥 답습하는 수준 일 것이라 생각했는데, 나의 오만한 추측을 일거에 뒤집는 내용들을 담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성벽이야기(102p)와 더불어 부록으로 넣은 '화성성역의궤-성벽에 관한 기사와 화성연표, 석수의 기록(58p)'등 총 160여 페이지는 수원화성을 배우고자하는 초보자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친절한 글과 사진들로 채워졌다. 

'성벽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이 이처럼 재미있을 줄이야 

토요일 아침 8시 30분, 수원의 북쪽 '장안문'에서 만났다. 몇 년이 흘렀지만 주송이의 얼굴은 여전히 희었고 앳된 모습 그대로였다. 오늘도 어김없이 주송이의 히어로 아버지와 함께했다. 
"주송아! 아버지 얼굴 좀 찍어다오. 페이스북에 올리게.자연스러운 모습으로."라며 문 입구에 놓여 진 의자에 덥석 앉으며 포즈를 취한다. 아버지의 '명령'에 아들 주송이는 군말 없이 카메라를 들이댔다. 

오늘의 주인공은 아들 주송이건만, 아버진 본래의 임무를 잊었다는 듯 답사 출발 전부터 당신만 신났다. 
그러면서 "주송아, 책에 쓴 내용들을 성벽 돌면서 설명해 드리렴"한다. 우린 한바탕 웃곤 성안(城內)이 아닌 성곽 밖으로의 탐색에 나섰다. 
이미 해는 중천에 떠있었고 뜨거운 햇살은 나의 키를 훌쩍 넘는 잡초들과 소나무 군락지를 공격할 만큼 기세등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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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송아! 아버지 얼굴 좀 찍어다오. 페이스북에 올리게.자연스러운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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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걸어온' 화성성벽 돌을 촬영하는 김주송 군

그렇지만 고등학생의 눈높이로 본 화성성벽의 숨은 이야기와 성돌의 생김새에 따라 이름붙인 재기발랄한 해석덕분에 더위와 힘듦은 잊고 말았다. 
예를 들면 큰 돌이 자리독점을 하고 그 주위를 에둘러 쌓았으니 '대장돌'이고, 메롱하는 듯 보이는 석재는 '메롱 돌'로, '사람이 누워있는 돌' '물고기 돌', '강아지 돌', '애기 돌', '소 싸움', '양 싸움'...등 석재의 모양을 유심히 관찰하면 동물과 곤충이 살고 있고 심지어는 돌들이 테트리스 게임까지 한다는 녀석의 해석이다.
그뿐이랴. 구간마다 색깔이 다르고, 돌의 성분과 크기 모양이 다양하고, 감독자와 석공의 성향에 따라 다름을 성곽을 돌면서 내내 설명하는데, 나중에 존경스럽기까지 했다.

성벽만 가지고도 이처럼 재미있는 이야기가 무궁무진한지 예전에 몰랐다. 수원화성을 그 누구보다도 사랑한다는 자부심으로 수없이 화성을 돌았었는데... 주송이의 개성있는 해석에 감탄사만 내뱉었다. 
주송이는 성돌에 빠져있는 나를 보더니 "비오는 날 돌아보세요. 실내에 들어앉은 듯 오직 성벽만이 자태를 뽐내요. 안개가 내려앉은 은근한 매력이 느껴지거든요"한다. 그러면서 "자세히 보면 볼수록 할 이야기는 많아집니다. 돌들이 내게 말을 걸어오거든요"라며 미소를 던졌다.

수원화성은 나의 운명?

여전히 쑥스러워하는 행동은 여전한데 전하고자 하는 말이 떠오르면 바로 전한다. 주송이는 처음부터 수원화성에 관심이 있던 것은 아니다. 3여 년 전 아버지와 함께 '그린로드 대동여지도' 산맥 찾기에 나섰다. 이때부터 카메라 작동법과 우리역사 깊이알기를 공부하고 답사 후에는 꼭 블로그에 기록으로 남겼다. 

그러나 선발대의 어려움이 겹치면서 한계에 다다를 무렵 2010년 지방선거전 홍보물을 만난다. 역사의 현장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던 차에 '이거다' 생각한 주송이는 벽보며 선거에 나선 후보자 개개인의 명함, 선거공약 등을 모으고 더불어 현장 곳곳을 사진으로 남겼다. 사진 찍기와 기록남기기의 취미는 어느 날 아버지와 함께 찾은 수원화성 성벽으로 바뀌어 있었다.

'자주 보아야 상상력이 더해진다'고 생각한 주송이는 틈만 나면 수원화성으로 달려갔다. 처음엔 지루한 적이 한두 번 있었지만 나중엔 신바람이 일정도로 성벽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수원화성 공부의 필요성도 더해져 이 책 저책 뒤져가며 탐색에 들어갔다. 어느덧 3년여, 일과에 바쁜 아버지를 독촉하며 함께 나들이에 나섰던 결과물이 책으로 엮어졌다. 녀석의 땀과 열정이 고스란히 투영된 책이 탄생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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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김충영 씨와 함께 화성 답사에 나선 김주송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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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송이의 꿈은?

성곽을 돌면서 앞질러가던 주송이는 '이제 곧 나온다'며 간간이 성돌의 특이점을 암시했다. '이번엔 무엇이 나올까'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성벽 성돌에는 낙서 비슷한 글씨가 쓰여 있는 것도 보이고, 뜨고 남은 잔석(殘石)들 즉, '살아남은 돌'과 '야질(돌에 나무를 박고 물을 뿌려 쪼갤 때 사용되는 전통적인 방법)'을 하다 내쳐진 돌들, 한국전쟁 포격을 맞은 성벽...등 허투루 보면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역사의 산 증인 성벽들과도 조우했다. 

조용히 침착하게 자상한 어투로 설명에 나선 주송이의 꿈은 역사학자, 사학을 전공하고 우리역사를 쉽게 가르치는 일을 하고 싶단다. 충분한 자질이 보이는 만큼 주송이의 꿈은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승승장구 녀석의 열정은 어느 날 또 다른 책을 출간했다며 활짝 웃는 모습으로 다가오리라. 

얼마 전 주송이 어머니가 운영하는 꽃집에 놀러갔었다. 휴가를 맞은 아버지도 그곳에서 글을 쓰고 계셨다. 1986년도부터 단 한해도 빠짐없이 기록한 '일일기록'을 정리 중이셨다. 
'부전자전'이라 했던가. 기록으로 남기는 아버지의 꼼꼼함이 주송이에게 전해진 것이리라. 부단한 노력 끝에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역사학자로 우뚝 서기를 기원한다.

지은이 김주송은?
수원출생. 현재 효원고등학교 3학년 재학 중.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된 문화유산답사는 우리역사사랑으로 이어져 고1때 '수원화성애UCC대회'(경기신문 주최)에서 수원시의회의장상을 받았다. 2011년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서 1급, 한자능력시험에서 3급을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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