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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로 여행을 떠나요
2012-08-06 11:38:49최종 업데이트 : 2012-08-06 11:38:49 작성자 : 시민기자   이연자

오랜만에 기차를 탔다. 타기 전부터 무척 설레였다. 좌석을 확인하고 자리에 앉았다. 휴가철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무척 많았다. 우리 가족은 좌석을 돌려 마주보고 앉았다. '기차여행'하면 생각 나는 것들을 할 수 있는 한 다 해보기로 했기 때문이다. 
식당칸에서 파는 계란과 오징어를 먹으며 이야기도 나누고 다른 여행객들의 모습도 구경했다. 눈을 감고 무언가를 생각하는 사람,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깔깔대며 웃는 사람, 먹을 것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연신 먹는 사람, 조용히 창 밖 풍경을 감상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과 다정히 이야기 나누며 가는 사람, 책을 보는 사람, 게임을 하는 사람... 각양각색의 모습을 한 칸의 기차안에서 다 찾아 볼 수 있었다. 
좌석이 없어 '신문을 깔고 앉아 가는 사람'을 보자 옛날 생각이 떠올라 ' 40년전 기차역과 기차안의 풍경'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다. 

기차로 여행을 떠나요_1
편리해진 승차권발매, 모바일 승차권

지금과 같은 예약시스템이 없었기 때문에 그 때는 당일날 기차역에 가서 줄을 서서 기차표를 샀어야 했다. 좌석표를 구하지 못해 서서 가는 것은 흔한 일이었고 사람이 너무 많아 기차 안에 들어 갈 수 없었던 적도 있었다. 특히 명절 즈음에는 서부역 광장에서 표를 사기 위해 이른 새벽부터 가서 줄을 섰었다. 
간혹 어떤 사람들은 그 전날 저녁부터 역에서 자리를 잡고 기다리기도 했다. 그 많은 사람들이 표를 사기 위해 기다리다 보니 줄이 흐트러지고 질서가 무너지는 일은 다반사였다. 질서를 잡는다고  긴 대나무를 들고 머리 언저리에서 휘들러서 강제로 사람들을 앉아있게 만들기도 했다. 요즘처럼 승용차가 집마다 한 대이상씩 있었다면 벌어지지 않았을 풍경이다. 

겨우 표를 구해 기차를 타면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떠밀려 들어가게 된다. 체구가 작은 나는 사람들 틈에 끼여 창밖의 풍경을 감상하기는 커녕 도착할때까지 옆 사람의 허리만 보다 갔다. 화장실이 급해도 통로에 꽉 찬 사람을 비집고 갈 수가 없어 큰 실수를 하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그런 일이 생기면 냄새가 기차 안에 퍼져 사람들은 얼굴을 찡그리고 코를 막고 차라리 내리고 싶은 심정을 꾹 누르며 훈련하듯 목적지까지 버틴다. 

정말 내리는 것보다 참고 가는 편이 쉬울만큼 사람들이 가차 안에 미어지게 타고 있었다. 심지어 짐을 얹어 놓은 선반에도 누워가기도 했기 때문에 타는 일도 힘이 들지만 내리는 일도 만만치 않았다. 목적지가 다가오는 사람들은 내리는 것을 걱정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목적지 훨씬 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조금씩 통로 끝 출구쪽으로 움직여야만 했다. 그렇지 않으면 눈앞에서 목적지를 보고도 내리지 못하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람이 많고 복잡하고 걸어다닐 틈도 없었는데 '승차권 검사'는 빼놓지 않고 했다. 표를 사지 않고 승차한 사람들은 화장실로 숨거나 좌석사이에 숨기도 했다. 그 중에 무모한 사람들은 기차역에 가까워져 기차 속도가 줄면 창문밖으로 뛰어내리는 사람도 있었다. 표를 사지 못해 아찔한 상황까지 연출되는 그런 어려운 시절이 있었다. 지금 우리 아이들 세대에서는 상상조차 하지 못할 일들이 그 때는 빈번하게 벌어졌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향에 가는 일을 '고생'이라고 여긴 적은 없었다. 오로지 시골에 계신 부모님과 형제를 보러간다는 설레임이 더 컸었다. 

결혼 전 처녀 때는 좌석표를 구하지 못해 서서가는 일이 많았다. 가족들과 함께 의자를 돌려놓고 앉아 계란과 음료수를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보면 부러웠다. 언젠가 가정을 이루면 저 사람들처럼 해야지라는 다짐아닌 다짐을 했었다. 결혼을 하고 아이들이 어렸을때는 기차를 종종 탔었다. 하지만 승용차의 편리함에 더욱 익숙해진 후부터는 굳이 기차를 이용하지 않았다. 

우리 아이들에게 기차는 비행기와 같이 특별한 교통수단일지도 모른다. 기차는 과거에 내 다리를 대신해주는 교통수단이었고, 지금은 낭만과 추억을 되살려주는 여행 동반자이다.
지금 기차를 타고 옛 추억을 되살려 아이들에게 이야기 하는 이 시간이 정말 행복하다. 먼 훗날 오늘 기차여행을 손자에게 이야기 해주는 날이 오겠지.

'기차를 탄다'는 자체만으로도 낭만과 추억이 있어 언제나 마음 깊이 환영하는 여행이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다소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여행의 시작부터 가족과 오롯이 함께할 수 있는 여행이라는 측면에서 기차여행을 추천한다. 
하루 종일 운전대를 붙잡는 아버지, 각자 스마트폰을 들고 게임하는 아이들... 도착지에 내려 사진찍고 밥먹고 또 다시 운전하는 아버지, 여전히 스마트폰을 손에 놓지 못하는 아이들... 가족여행이라기 보다는 의무적으로 참여하는 패키지 여행을 만들지 않으려면 조금씩 불편하더라도 서로의 짐을 들어주기도 하고 땀을 닦아 주기도 하면서 목적지까지 이야기를 나누고 추억을 쌓는 기차여행을 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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