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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내 아기 잘못되면 어떡해?
2012-08-06 23:34:17최종 업데이트 : 2012-08-06 23:34:17 작성자 : 시민기자   송경희
언니, 내 아기 잘못되면 어떡해?_1
언니, 내 아기 잘못되면 어떡해?_1

임신 4개월째인 동생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동생은 전화 목소리 첫마디부터 울먹거렸다. 아이를 가진 동생이 울먹거리며 전화를 하니 걱정이 됨은 물론이려니와 무슨 일이 터진것 아닌지 싶어 덜컥 겁이 났다.
 왜그러냐고 다급하게 묻자 병원에서 임신중 장애아 판별 검사를 했는데 검사 결과 때문에 그런다며 다시 울먹거렸다.

"그래... 왜그러는데. 울지 말고 말을 해 봐야지 언니가 알지... 말해봐, 무슨 일인데?"
정말 무슨 일인지 알수가 없어서, 그리고 정말 어떤 심각한 일인지도 몰라 조심스럽게 타이르며 말을 해보라 했다.
"언니... 나 어떡해... 내 아기 잘못되면 어쩌냔 말야... 엉엉... 병원에서 다운증후군 수치가 높게 나와서 양수검사를 해야 한대"

아, 그랬다. 임신을 한 여성들은 누구나 다 하는 장애아 검사. 그 결과 다운증후군 수치가  높게 나와 정밀 검사를 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고 해서 동생이 심각하게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그랬구나. 그런데 그거 정말 아무 일도 아닐수 있는건데, 일단 검사상 수치만 그렇게 나올수 있는거야. 언니도 그랬어, 우리 둘째 아이 낳을때도 그 수치가 높게 나와서 검사 했다니깐. 근데 지금 아무 일 없이 잘 자라잖아. 너도 아무 일 없을거야. 그러니깐 너무 걱정하지 말고 병원에서 시키는대로 해. 검사를 받아 보면 무슨 일인지 금세 알수 있어"

"응. 그래? 언니도 그랬단 말이지? 나도 정말 아무 일도 없었으면 좋겠는데. 엉엉... 정말 괜찮을까? 괜찮겠지?"
동생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는지 재차 삼차 날더러 "괜찮겠지?"를 묻고 또 묻고 다짐을 받고 싶어했다.
아이를 가진 동생더러 언니가 "그~으래? 이거 큰일 났구나. 어쩌니 정말!"이러면서 같이 놀랠수는 없는 일 아닌가. 우선 안심을 시켜놓고 검사를 해 본 뒤에 결과가 나오는대로 그 뒷일을 걱정하더라도 우선은 검사를 빨리 해야할듯 했다.

하지만 전화를 끊고 나서 사실 동생 뱃속의 아기가 너무 불쌍해서 나도 모르게 울컥 눈물이 났다.
그거 정밀 검사하려면 양수를 빼내서 해야 하는데 검사 당일 주사기를 배에 꽂아야만 한다. 그때 주사기를 피해 배 한쪽 구석에서 가만히 있는 아기를 초음파로 보았는데 그 생각을 하니 너무 가슴이 아렸기 때문이었다.

다음날, 동생에게 안정을 주기 위해 함께 병원에 가기로 했다. 다행히 산부인과에서도 초기 검사는 그렇게 나왔을지언정, 정밀 검사를 해 본 결과 아무 이상 없는 사람들이 많으니 일단 검사 결과가 나올때까지 기다려 보자고 안심시켜 주며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몇일 후,  검사 결과가 나오기 하루 전 날. 동생은 내게 전화를 걸었다. 함께 병원에 가자고. 혼자서는 걱정이 되어서 못 가겠다고. 
다음날 드디어 검사 결과를 보러 동생과 함께 산부인과에 갔다. 동생은 이미 얼굴이 사색이 되어 있었고, 내 손을 잡은채로 떨고 있기까지 했다.
마치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마냥 그런 표정이었다.

병원에 도착해 의사 앞에 앉은 우리 두 사람은 판사의 판결을 받는 사람들처럼 처분을 기다렸다. 
아........ 다행히도 검사 결과는 정상으로 나왔다. 초기 검사상 수치만 그랬을뿐 산모도 건강하고, 집안 식구들중에 그런 병력도 없었을 뿐더러 정밀 검사 결과 아무 이상 없으니 안심하고 태교만 잘하면 될거라고 하는게 아닌가.

동생과 나는 뛸듯이 기뻐했다. 나도 물론 아기를 쉽게 갖고 쉽게 낳은건 아니지만, 역시 아이는 누구나 쉽게 갖고 낳는게 아니라는 생각을 다시금 느꼈다. 
이번 동생의 일로 아기를 갖고 낳기까지 여성들의 그 일은 정말 너무나 신성한 일이며,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다시금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동생도 여자로서 한층 더 성숙해짐을 느꼈고, 착한 일 더 많이 해야겠다는 말을 했다. 그 말의 뜻이 무엇인지 금세 알수 있었다.

뱃속에서 건강하게 발길질하는 동생의 아이에게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앞으로도 가족으로써 옆에서 잘 될 거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더 많이 다독거려 줄 것이다. 
그리고 아기를 낳는 날까지 천지신명께서 동생의 아기를 잘 보살펴 주시기를 간곡히 기도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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