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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서 농작물 기르는 소박한 즐거움
2012-08-06 23:58:37최종 업데이트 : 2012-08-06 23:58:37 작성자 : 시민기자   유병양
36도를 넘나드는 살인적인 폭염. 전국이 용광로처럼 달아 오르고 시골의 농작물도 녹아버릴 지경이라는 걱정스런 뉴스가 연일 쏟아진다. 
그 와중에 꿋꿋이 자라는 나만의 농작물이 있다. 무슨 전원텃밭이라도 일궈서 농작물을 억세게 많이 재배하는것도 아닌, 그저 먼 미래를 대비해 미리 연습하자는 생각으로 소박하게 시작한 화분속 가지 기르기. 그 재미가 요즘 무척 쏠쏠하다.

엊그제 주말 이른 아침, 수확의 기쁨을 함께 느껴 보고픈 마음에서 아내를 크게 불러 제꼈다.
한 화분에 많게는 서너개씩의 가지가 오롱조롱 매달려 있는 모습이 그렇게 좋아 보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여보! 조심해야 돼."
펑퍼짐한 엉덩이로 가지의 곁가지를 뿌러트리면 안 되니까 주의를 주기 위해 잔소리를 하였다.
"자기나 잘해 나도 왕년에 나도 농사를 지어 본 경험이 있단 말이야!"
자신 있게 말하는 그 말 속에는 어느새 마음은 옛날 자기가 자란 고향집 가지 밭으로 달려가고 있는 듯 향수에 젖는다.

이곳은 농촌도 아니요? 도심의 옥상이다. 그것도 화분에 심은 가지가 얼마나 될까 싶었는데 하나하나 따 모으니 저녁 반찬거리는 되고도 남았다.
저울을 찾아오라고 큰 소리를 질렀다. 이게 모두 신이 나서 하는 소리기에 즐거운 리듬이 집안에 가득하였다.
저울에 달아보니 3kg이나 되었다. 이번이 첫물인데 앞으로 몇 번 더 따 모으면 제법 될 것 같아 가벼운 흥분마저 느끼게 하였다.

옥상에서 농작물 기르는 소박한 즐거움_1
옥상에서 농작물 기르는 소박한 즐거움_1

그저께 따낸 8개의 가지중 4개는 이웃집에도 나누어  주었다. 직접 재배한 것이라 하니 모두 다 고맙다며 정말 잘 먹겠다는 인사를 몇 번이나 했다.

가지는 볶아 먹어도 맛있고, 푹 찌어서 그대로 양념을 해도 맛있다. 또 그게 아니면 잘 말렸다가 나중에 먹어도 맛있는 반찬이 되는데, 몇일전 TV의 건강상식 프로그램을 보니 이 가지란 녀석이 영양덩어리라고 소개해 주었다.
모든 먹거리에 신경을 쓰는 요즈음 내 손으로 직접 길러 수확한 가지이기에 여느 농산물에 비유하랴!
신토불이를 외치지만 농약과 비료가 들어간 농산물이 적지 않은 요즘, 그런거는 거들떠도 안본 천연 웰빙 농산물이다. 내가 농사 지은  이 옥상 가지는 품질 보증만은 만점이 아닌가?

이참에 슬슬 귀농준비나 할까? 별 상상도 다 해본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런 예행연습도 필요한 것이다. 무작정 시골로 내려가기 보다 미리미리 연습을 해본 다음 간다면 실패와 시행착오도 줄일수 있을뿐더러, 예행연습이라 해서 거장하고 어렵게 생각할 것도 없이 이런 소박한 즐거움도 알고보면 좋은 경험이 될걸로 본다.

내가 농사 지은 옥상표 가지는 우리 집의 몇끼 식사에 훌륭한 반찬으로 우리 가족을 기쁘게 했다. 
그리고 이 옥상의 가지는 내외지간의 정을 두텁게 하는 매개체 역할도 했다. 서로 다투어 물을 주면서 대화를 나누는 장소로 변하였으니 말이다.

우리는 흥부의 박이 아니라 행복의 박을 타기 위해 부부가 함께 물을 떠다가 옥상으로 올라가 뿌려주며 아이들 이야기도 하고, 부모님 건강 이야기도 나누고, 이웃집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 가지 덕분에 부부간에 대화도 훨씬 늘어난 것이다. 그것도 결국에는 우리가 덤으로 얻은 수확이다.

요즈음 같은 폭염에는 주인의 관심이 깜박하는 사이, 가지는 시들어 잎과 가지가 쳐지기 일쑤이니 하루에도 두 번씩 물을 주어야 살아남기에 생명의 소중함도 더욱 많이 느끼게 한다.
지금 전국은 폭염 때문에 바다와 상수원이 녹조와 적조로 몸살을 앓고 있다.  비 다운 비라고 해봤자 한참전에 장마랍시고 찔끔 오고 만게 전부인지라 우리 모두는 지금 비를 얼마나 기다리나?

가지를 길러본 덕분에 우리 농산물을 생산하시는 농민들의 고충도 더 충분히 이해하고, 아이들에게도 그런 마음을 결코 잊지 않도록 훨씬 더 효과적으로 가정교육을 할수 있는 시청각 교육자료로서의 역할도 했다.
이 가지를 완전히 끝낸 후에는 호박과 고추를 한번 기르고  싶다. 그때도 이렇게 기분 좋고, 수확의 기쁨에 들뜨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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