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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 말복에 다짐하는 새로운 마음가짐
이제 버릴건 버리고 제대로 된것 골라 살을 찌우는 가을이 되자
2012-08-07 09:11:07최종 업데이트 : 2012-08-07 09:11:07 작성자 : 시민기자   이학섭
"뜸북 뜸북 뜸북새 논에서 울고 뻐꾹 뻐꾹 뻐꾹새 숲에서 울제..."
동요 '오빠생각'의 한 구절이다. 쨍쨍 내리쬐는 햇볕과 푹푹 찌는 더위 속에서 청량한 소리가 있었으니 바로 논에서 들리던 뜸부기 소리와 숲에서 울리던 뻐꾸기 소리다. 

앉아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는 삼복 더위의 마지막, 오늘이 바로 말복이자 가을의 문턱에 접어든다는 입추(立秋)이다. 
상수원에 녹초가 번져 녹초라떼라는 말이 나올만큼 살인적인 더위가 기승을 부리기에 입추와 말복이 반갑기 그지없다.

입추, 말복에 다짐하는 새로운 마음가짐_1
입추, 말복에 다짐하는 새로운 마음가짐_1

앞으로도 얼마나 더 더울지, 얼마나 더 뜨겁게 우리 대지를 달굴지 모르지만 정말 이번 여름은 유난히 힘들다. 아침에 눈만 뜨면 하루를 지내는게 생각만 해도 숨이 막힌다. 과거에는 부채 하나씩 들고 밖으로 나와 열기를 식혔지만 지금은 실내로 들어가 에어컨 바람을 쐰다. 그래서 사람이 들어 있는 도시의 모든 공간은 열을 내뿜게 되기에 빌딩이면 빌딩, 집이면 집만한 크기의 열이 뿜어져 나오는 것이다. 

자연바람은 그런 것들을 비집고 도시로 들어설 수가 없다 보니 도시의 여름날은 인간의 체온보다 더 뜨거울 때가 많다. 그래서 도시의 건물속은 거대한 냉장고로 변하고 그 겉은 거대한 열덩어리로 바뀌어 하루 일과중에 이러한 도시를 걷는다는 것은 참으로 고역이다. 

사람들은 더위를 견뎌보겠다고 에어콘과 선풍기, 냉장고를 마구 틀어 가면서 스스로 영리하다는 생각은 하지만 그만큼 점점 나약해지고, 반대로 그렇게 사람들에게 당하고만 있을 자연이 아니다. 즉 자연은 당한만큼 더욱 거칠어지고 있는 것이다. 
도시인들은 시원하고 쾌적한 여름을 위해 인위적으로 더위를 쫓았지만 그 더위들이 뭉쳐서 만든 열대야가 밤이 되면 다시 도시를 공격하는 악순환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으니 자연이 거칠어 지지 않는게 이상한 일이다.

사람들은 승산이 전혀 없는 자연과 싸움을 벌이고 여름은 폭염과 지열 사이에서 지옥의 한 철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해마다 여름은 생각만 해도 땀내가 난다. 열대야가 극성을 부리니 그 고통이 예사롭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불현듯 오늘이 입추이고 절기로는 가을로 들어서는 날이라니 반깁고 반가운 일이다.
어릴적에 농촌에서 부모님은 "입추 무렵에는 벼 자라는 소리에 개가 짖는다"고 하셨다. 모든 생명붙이들이 늦더위를 왕성하게 받아들여 마지막 힘을 모두 풀어 가을을 완성시키려 하기 때문이다. 

작가 정비석은 4계절의 속성을 이렇게 구분했다. "봄은 사람의 기분을 방탕에 흐르게 하고, 여름은 사람의 활동을 게으르게 하고, 겨울은 사람의 마음을 음침하게 하건만, 가을만은 사람의 생각을 깨끗하게 한다. "고.
비록 오늘이 말복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언제까지 더 더위가 맹위를 떨칠지 모르는 마당에  가을로 들어서는 입추가 됐으니 생각만 해도 서늘해지는 느낌이다. 

그래도 마음만은 더위를 이기는 다짐으로 맞서고 싶다. 앞으로 더위가 있다고 한들 그것은 가을을 시샘하는 질투이고, 마지막 앙탈일 것이다. 서늘한 바람이 불고, 이슬이 진하게 내리고, 쓰르라미가 울어 댈 것이니 우리는 가을 맞을 준비를 하자.

생각해 보면 모든 계절은 하나의 출발이나 다름없는데 가을은 미진한 일을 마무리하고 겨울준비를 서두르는 계절이다. 농촌에서 이때에는 베짱이 우는 소리를 깨쳐 듣고서 두렁 깎고, 벌초하고, 거름 풀 많이 베어 더미 지어 모아 놓고, 장마를 겪었으니 의복을 매만지라는 스스로의 다짐을 하곤 했다.

아직 휴가철이 끝나지는 않았지만, 도시민들도 가을 생각을 하면 마음이 한결 여유로워지면서 각오가 새로울 듯하다. 초조하지 않은 이 여유로운 마음이야말로 힘찬 내일을 기약하는 원동력이 아닌가 싶다. 
특히 작년과 올해는 살림살이가 너무 힘들다고들 하고 있으니 이럴때일수록 가을을 맞이하면서 그동안 부족하고 미진했던 부분을 잘 채우고 다스려서 다가올 겨울과 연말에 후회 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

혹 여유가 있다면 가을 아닌 가을, 이때쯤에서 가까운 화성 제부도나 대부도 혹은 영흥도 쪽으로 차를 몰아 도시를 탈출하여 바닷가에 한번 서 보는것도 괜찮을듯 싶다. 
우리 서해에서 산 너머로 떨어지는 낙조와 노을에 빠져 보면 뭔가 새로운 용기와 삶의 의지와 욕구와 다짐이 서지 않을까. 

그렇게 서해 낙조를 보며 이제 막바지 여름에 무엇을 흘려버릴 것인지 떠올려 보자는 것이다. 그리고 가을에 익힐 것들을 골라보고 그렇게 몇 번 동안 스스로의 다짐에 마음을 묻으면 새로운 심기일전의 마음가짐이 생기지 않을까.
그동안 버리지도 못하고, 떨쳐 버리지도 못했던 것을 오늘 말복과 입추에 휙 내던지고 이제 막 찾아든 가을 문턱에서 이젠 버릴건 미려없이 버리고 제대로 된것을 골라 바르게 살을 찌워 겨울과 연말을 맞이할 채비를 하자. 그때 가서 후회 하는 일이 없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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