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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맘으로써 '엄따'의 고민
2012-08-10 11:51:50최종 업데이트 : 2012-08-10 11:51:50 작성자 : 시민기자   송경희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아이들 개학인데, 얼마 전 초등학생 딸이 날더러 "엄마도 학교에 자주 왔으면 좋겠어"라고 하는게 아닌가. 비교적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직장이어서 학교 참여 활동에 인색하지 않았는데도, 아이는 그것이 부족하다고 느끼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엄마 때문에 기세등등하고 상도 많이 받는 친구를 보면 한참 부러웠던 모양이다. 직장맘은 아이한테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 가슴 아프다. 그래서 학교 정보에 어두운 엄마는 '엄따'가 되고 엄마가 학교에 자주 안가서 늘 주눅이 드는 아이는 졸지에 '왕따'가 되는건가?

아이의 부탁 아닌 부탁을 듣고 난 요즘 무척 심난하다. 직장에 다니면서 사실 늘 딸에게는 죄인이 된 느낌을 가지고 있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친정어머니가 돌봐줘서 별 문제가 없었지만,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자마자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겪으면서 많이 힘들다. 

'엄따'가 되지 않으려고 가끔 딸의 친구 어머니들과 차를 마시며 귀동냥 대화를 하곤 한다. 
예전엔 학교생활이 궁금해 딸을 통해 듣지 못했던 이야기를 묻거나 알게 되지만 아이들이 커갈수록 점점 내가 모르는 학교 일들이 점점 늘어만 간다.

그리고 엄마들끼리 나누는 이야기의 주제는 특히 공부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그때마다 어떤 친구는 어느 학원에 다니는지, 혹은 그곳 학원은 어떤지 등의 정보를 듣게 되고, 내가 학교에 자주 가지 못해서 듣지 못하는 학교에 대한 정보나 기타 필요한 내용들을 하나라도 더 챙겨 듣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운다.

그래서인지 점점 다른 어머니들과 만나면서 별로 신경을 쓰지 않던 여러 가지 일들이 그들과 만나고 나면 생겨나고 그로 인해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왠지 우리 아이가 처질까봐 늘 엄마들은 주위의 다른 아이들과 비교를 하며 신경을 곤두세운다. 몰랐으면 모를까, 다른 아이들이 얼마만큼 공부를 하는지에 대해 들으면 나도 모르게 우리 집 아이와 비교하며 부족함을 느끼기 쉽다. 

직장맘으로써 '엄따'의 고민_1
직장맘으로써 '엄따'의 고민_1

예전에 어떤 인터넷 사이트에 올려진 아이들 학원시간들을 보고 정말 충격을 받은 적이 있다. 학원을 기본 4개에 5-6개까지 소화한다는 아이들. 아, 정말....
행여 그런 분위기에 발을 담그면서 우리 딸을 학원으로 내몰 수는 없다고 다짐했다. 잘되면 내 덕분, 못되면 조상 탓이라 했던가. 우리 딸의 작은 부족함을 발견하면 엄마들은 당연히 학원이나 학습 분량을 탓하는 걸 보게 된다. 

학원을 기본 5개는 다녀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무슨 시간이 그렇게 많아 그 많은 학원에 다닐 수 있는지 참 궁금해진다. 더 놀라운 건 학원에 보내달라고 엄마를 조르는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이다. 그 중에는 친구 따라 강남 가듯, 친하고 싶은 친구가 다니는 학원을 함께 다니고 싶어하는 아이도 있고 다른 친구들이 학원을 가버리니까 함께 놀 친구가 없어 찾아가는 경우도 있다. 

우리 아이도 학교를 마치고 와서 친구와 함께하는 걸 도통 보기 힘들다. 심지어 친구와 전화로나마 이야기하는 일 역시 드물다. 전화 통화보다는 서로 간단한 문자를 주고 받거나 하는 정도다. 우리 때와는 많이 다른 것 같다. 뭣 때문에 이렇게 아이들이 많은 시간을 학원에서 보내야 하는 것일까. 

남편은 엄마들의 극성 탓에 사교육이 만연해 있다고 푸념을 한다. 근처 다른 아이들은 보통 집에 돌아오는 시간이 밤 10~11시라는 소리에 영어 학원과 학습지만 간신히 하면서 힘들다고 하는 우리 딸은 어디에 해당되는거지? 우리 아이가 별종인가? 아니면 좀 부족한 아이? 그것도 아니면 욕심이 너무 없는 아이?   혹시 우리 애는 체력이 너무 부족한건 아닐런지?

오만가지 상상을 다 해봐도 정말 학원을 대여섯개씩 보낼수도 없고, 그렇다고 다른 주부님들처럼 학교에 자주 가지도 못하는 이 엄마의 마음은 편치가 않다.
갈수록 혼자 벌어 살기가 힘든 시대이며 주부들도 직장에 나가다 보니 아무래도 학교나 교육 정보에 어둡고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자녀에게 미안하고 쑥스러울 뿐 아니라 그게 상급학교 진학에도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칠까 걱정된다. 

엄따를 위해, 아니 엄따라는 말 자체가 필요치 않도록 학교에서 교육 소식이나 진학 정보, 자녀와의 상담시간 등을 마련해 여유가 있을 때 만나 전해주는 방안은 어떨까. 어쨌든 지금도 학교애서 필요한 정보는 홈페이지나 기타 여러 방법으로 알려주고는 있지만, 그래도 직장맘들은 왠지 부족하고, 나만 모르는것 같은 마음이다. 

엄마들이 여럿 모인 자라에서 아직 아이들이 나이도 어린데 학원을 너댓개씩이나 다닐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가 분위기 싸~ 하게 만든 쓰라린 추억. 그런 자리에서 늘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된 느낌이었는데 이런 분위기는 언제쯤에나 씻을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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