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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소..충동구매 흔적이 너무 많아
돈 아끼고 고물 모아 이웃돕기 했다는 어떤분을 떠올리며
2012-08-10 13:03:52최종 업데이트 : 2012-08-10 13:03:52 작성자 : 시민기자   임정화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고 미뤘던 대청소를 했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하는 대청소였다. 그동안 허리도 안좋고 해서 다음에 하지, 다음에 하지 하다가 결국 일을 저지르고야 만 것이다. 미뤘던 시간만큼 당연히 청소할 것도 많았다. 
그렇잖아도 요즘 날씨가 완전 땡볓에 아스팔트 위에서는 계란을 까 놓으면 익을 지경일 정도로 뜨거운 날이니 화창하게 볕 좋은 날 제대로 잡은 것이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면 되려니 했던 게 금요일부터 일요일 밤까지 꼬박 3일 매달렸다. 커튼이며 이불, 옷가지들에 음식류까지. 세탁기는 쉴 새 없이 돌아갔다. 
거실과 베란다쪽 빨래걸이에는 내다 말리느라 꺼내 놓은 살림살이로 발 디딜 틈조차 없었다. 하루는 안방, 이튿날은 아이 방, 이런 식으로 온 집안을 한 번 들었다 놓는 대대적인 작업이었다. 이번 청소로 내 손을 거치치 않은 살림살이가 하나도 없을 정도였으니까.

대청소..충동구매 흔적이 너무 많아 _1
대청소..충동구매 흔적이 너무 많아 _1

살림살이를 모조리 꺼내어 정리하다보니 이 많은 걸 싸안고 살았던가 하는 생각에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먹을 것과 입을것의 정리가 보통을 넘어섰다.
그동안 집안 대청소를 안 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그때마다 버리려고 내놓았다가 '언젠가 쓸모 있지 않겠나.' 하는 마음에 다시 꾸역꾸역 쑤셔 넣어두곤 했던 것. 그런데 언젠가 쓸모가 있겠다는 것은 지금은 쓸모가 없다는 게 아닌가. 그렇다면 과감히 내놓자 싶었다. 

얼마 전에 친정 엄마가 담아주신 김치는 너무 익어 더 이상 가지고 있을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과 두 식구 살림이라 먹는 양도 적다보니 늘 버리는 음식이 많아 마음이 편치 않았다. 냉장고 안을 보니 먹지 않고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음식들 또한 수두룩했다. 언젠가 시골서 가져온 양파도 양이 너무 많았다.
뒷 베란다엘 가보니 지난 봄에 선물 받은 포도주며 과즙 등이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었다. 생각난 김에 모두 나눠줘야겠다 싶었다. 이웃 동찬이네에 전화해 혹시 필요한지 물어보았더니 좋다고 하며 우리 집으로 오겠다고 했다.

그동안 벼르기만 하던 옷장 정리도 했다. 마침 계절도 가을로 접어들어 옷장을 정리해야할 시점이 아니던가.
옷장 안을 들여다보니 최근에 산 옷가지서부터 십 여 년 전 옷까지 즐비하게 걸려 있었다. 별로 옷에 사치를 하는 편은 아니지만 계획적으로 옷을 사지 않고 충동구매를 한게 화근이었다. 그 중에는 홈쇼핑에서 산 옷도 있고 가판대에서 산 옷, 백화점 세일 매장에서 산 옷도 있다.

옷을 꺼내놓고 보니 너무 많아 깜짝 놀랄 지경이었다. 나이가 들며 살이 찌면서 입지 못하게 된 옷가지며 유행이 지나 외면 당한 것들이며 추억이 담겨있어 치우지 못한 옷들이며 사연도 가지가지였다.
옷장정리를 마친 후 몇 년 동안 한 번도 쓰지 않고 먼지만 뒤집어쓰고 있는 낡은 가전제품이며, 이미 다 커버린 아이의 어릴 적 장난감이며 옷, 신발들. 책은 또 어떤가. 이사할 때마다 절반씩은 나눠주었다고 생각했는데 화수분처럼 그만큼씩 더 늘어나있는 게 책이었다. 

게다가 있는 줄 모르고 사다놓은 것들도 많았다. 제대로 정리해 놓지 않고 여기저기 생각날 때마다 집어넣고는 까마득히 잊고 다시 사곤 했을 터였다. 
그렇게 살림을 덜어내고 나니 집안이 넓기도 넓다. 집은 비었는데 오히려 마음은 가뿐하다. 이제야 삶이 온전히 내 품 안에 들어온 듯 하다.

청소를 하면서 느낀 것중 또 하나.
먹는 것이든 입는 옷가지든 충동구매 조금 줄이고, 조금만 더 계획적으로 소비를 했더라면 그 돈도 적잖았을거고, 그것 제대로 아꼈더라면 그 돈으로 이웃돕기를 할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었다.

언젠가 근검절약으로 정부 표창을 받은 한 주부는 학교 교사로 근무한 친정 아버지의 자동차 트렁크 안에는 늘 빈병이나 빈 종이박스로 가득 차 있다고 한다. 그런 것들을 늘 챙겨 고물상에 팔아 돈이 생기면 불우 이웃돕기에 쓰셨다는 것이다. 
그런 아버지 밑에서 자란 딸이니 근검절약이 몸에 배었을게 당연했다. 나는 그정도는 못되는 주제지만 소비라도 알뜰하게 더 계획적으로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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