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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샐러리맨들의 애환을 달래며
2012-08-10 13:57:55최종 업데이트 : 2012-08-10 13:57:55 작성자 : 시민기자   오선진

일본 여성들은 나이가 들거나 직장에서 퇴직한 남편을 '비에 젖은 낙엽(누레 오치바)'으로 표현 한단다. 정력이 예전만 못하고 경제력도 별로인 남편이 늙어가면서 아내에게만 매달려 귀찮게 구는 모습을, 뗄수록 착 달라붙는 젖은 낙엽의 속성에 빗댄 것이다.

며칠전 회사 거래처인 모 과장에게 안부차 전화를 걸었다. 요즘은 자리이동이 잦고 퇴직자나 퇴직 대기자들이 워낙 많아 오랜만인 경우는 연락하기도 무척 조심스럽다. 내가 전화를 건 이 과장도 부장승진 타이밍이 지났는데 여직껏 소식이 없어서 궁금하기도 했다.

승진 소식이라도 있으면 평소 친분관계를 감안해서 축하 난이라도 보내야 하기에 늘 챙기고 있었던 터였다.
"과장님, 요번엔 승진하셔야죠."
"에이, 승진은요... 그냥 쉬엄쉬엄 갈랍니다."
"하하하. 그렇군요. 하옇튼 롱런이 최고예요."
"맞아요, 우리는 '껌'이잖아요. 한번 붙으면 안 떨어지는, 허허허!"
"예?"

이 과장은 속이 깊고 재치가 넘치는 사람인 듯하다. 다른 비슷한 또래의 동기나 선후배는 나름대로 위로 치고 올라가는데, 그저 롱런이 최고라며 나름대로 힘든 처지에서 그런 여유가 묻어나는 걸 보면...
그리고 그 말속에는 굳이 승진이니 뭐니 아웅다웅 힘겹게 살 필요 없이 지금 다니는 직장이있는것 만으로도 만족하며 행복할수 있다는 뜻이었다. 역시 마음의 여유는 사람에게 조급증도 주지 않고 편하게 해주는 보약이 틀림 없다.

중년의 샐러리맨들의 애환을 달래며_1
중년의 샐러리맨들의 애환을 달래며_1

며칠전에도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니 아내가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친하게 지내는 길 건너 문구점 동민이 아빠가 요즘 낮에 집에서 보인다며... 실직했다는 말과 함께.
기업마다 서로 어려우니 구조조정이다 뭐다 해서 '껌'처럼 마냥 한 군데 붙어있기도 힘든 세상이다. '껌' 신세 싫어서 떨어져 나가면 일본의 여인네들이 말하는 '젖은 낙엽' 처지가 기다리고 있을 테고…

하여튼 직장에서 일 잘 하고, 아내 말 잘 듣는 게 최상의 생존법인 세상이 맞긴 맞는것  같다.
지난 주말이었다. 몇년전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떠난 뒤 한동안 소식이 끊겼다가 최근에야 연락이 닿은 선배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과천 중심가에 자그마한 사무실도 내고 소주 한잔 정도는 부담없이 사줄 수 있을 정도로 자리도 잡혔다며 목소리가 밝았다.

그 몇 년전에 옷을 벗어야 했을 때 어깨가 늘어졌던 뒷모습과 함께 이제야 자리가 잡혔다는 말이 교차됐다. 
이 선배는 한동안 암벽 끝트머리에 매달린 기분이었다고 했다. 그때가 IMF가 터진 98년 겨울이었다. 
98년 겨울, 그동안 겨울철마다 지겹도록 들었던 캐롤송이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기 시작한 첫해가 아닌가 싶다. 당시 IMF라는 커다란 시련은 한국이라는 땅덩이 위에 있는 보통 사람들, 서민들을 무척이나 힘들게 했다. 

크리스마스가 외국 명절이긴 하지만 그래도 매년 캐롤이 들려오고 빨간 옷 입은 산타가 가게 앞에 서있는게 당연한 계절인데도 그때는 캐롤송도 확 줄어들었고 도시의 거리는 온통 잿빛이었다. 그 때 그 이유를 다들 이렇게 말했다.
첫째, 루돌프가 정리해고 당했다.
둘째, 나이 든 산타클로스가 젊은 산타한테 밀려 구조조정 끝에 명퇴 당했다.
셋째, 낮은 급여에 불만을 품은 루돌프가 썰매에 불을 질렀다.
넷째, 임금이 싼 중국 산타클로스한테 밀렸다.
다섯째, 루돌프와 산타를 패키지로 묶어 외계로 팔기 위한 빅딜설이 나돌고 있다.

그런데 당시 농담삼아 읊조리던 그 이유들을 오늘에 들이밀어도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전화를 걸어 온 선배는 그런 어려운 와중에 그 까마득한 벼랑에 붙어 있으면서도 꿋꿋이 견뎌내며 인생을 새로 시작해 드디어 성공의 깃발을 꽂은 것이니 박수를 드릴만 하다.
오륙도는 꿈도 못꾸고, 사오정만 넘겨도 다행인 요즘 중년들의 직장생활. 그 어렵고 힘든 가운데 아침 7시에 나가 밤 10시까지 일하며, 열심히 사는 우리 수원시 중년 아빠들, 오늘도 힘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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