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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훈, 아이들이 그 뜻대로 자라주었으면
2012-08-10 15:19:28최종 업데이트 : 2012-08-10 15:19:28 작성자 : 시민기자   김대환
가훈, 아이들이 그 뜻대로 자라주었으면_1
가훈, 아이들이 그 뜻대로 자라주었으면_1

심사고거 (深思高擧). 중국 전국시대 초나라의 굴원이 쓴 어부사(漁父辭)에 나오는 말이라 한다. 
심사고거(深思高擧-깊을 심/생각할 사/높을 고/거동 거) 즉 깊이 생각하고 높게 행동하다라는 뜻이다.
십수 년 전부터 거실 벽 가운데 걸어 놓고 사는 우리 집 가훈이다. 

아이들이 여남은 살쯤 먹었을 때 가훈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 엄마인 우리를 믿고 우리만을 의지하고 사는 아이들, 그 애들이 우리 부부가 가꾸는 대로 커 간다는 것을 생각하니 두려웠다. 아이들을 맡겨도 좋을 말씀을 찾아 그 두려움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오래전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해에 은사님께서 편지 한 장을 써 주셨다. 그 글에는 공부 열심히 하여 훌륭한 사람이 되라시는 당부의 말씀과 함께 이 '심사고거'라는 글을 함께 써서 주셨다. 
당시에 나는 약간 성미가 급한 축에 들었는데 아마도 당신께서는 그런 제자가 걱정되셨던 모양이다. 모든 것을 참고 깊이 생각하며 담대하게 행동하며 통 크게 살다보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나온다는 말씀을 가슴에 새기면서 이제 대학에 가는 성인이 되었으니 앞으로 인생살이 잘하기를 바라셨던 것 같다.

나는 은사님이 주신 그 말씀을 언제나 항상 간직하며 살았다. 살아오면서 힘이 들고 어려울 때마다 침착하게 대처하며 심사숙고하고 잘 참아 낼 수 있었던 것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 글귀가 나의 가슴 밑바닥을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부모나 은사님이나 어른들께서가 모름지기 뜻을 두고 살라고 주신 한 마디가 어떤 계기가 되면 그들을 지켜 주는 경계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인성이나 품성은 환경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렇게 살아오면서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아이들이 말귀를 알아들을 나이가 되자 '심사고거'란 토막 글, 이 깊은 의미를 나의 아이들에게 따르라고 하고 싶었다. 즉 그것을 이제는 가훈으로 삼고 싶었다. 

매사에 경거망동 하지 않고, 진중하며, 항상 큰 뜻을 품고, 그 뜻 속에는 우주 삼라만상을 다 품을수 있는 기개도 담고,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때는 크고 담대하게, 그리고 대의를 위해 행동하라는, 작은 것에 기쁨을 느끼며 그것을 소중히 다룰 줄 아는 사람, 자신의 삶을 바로 헤아리고 깊이 생각하며 인간스런 성품이 길러지기를 바라는 뜻이 담겨 있는 글.

어쩌면 눈에 보일 것도 같고 손에 잡힐 것도 같은 이 가훈을 걸어 놓고부터 나는 조금씩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나의 삶의 지표가 되어 주셨고 인생의 길을 알려주신 은사님의 의 손길이 머문 이 4자가 한 자 한 자 살아서 움직이며 아이들의 눈에 머물고 가슴속에 스며들 것만 같았다. 

가훈의 말씀대로 다 실천하지는 못한다 해도 최소한 비슷하게 살려고 노력이라도 해 준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처음에는 내가 예사롭게 보아 넘겼던 은사님이 주신 말씀 '심사고거'는 내가 어려울 때마다 버팀목이 되었듯이 아이들에게도 그들 자신도 모르게 가훈으로 인한 건강한 뿌리가 내려질 것만 같았다. 건강한 뿌리에서는 또 튼튼한 싹이 돋을 것이니 그때부터 나는 그 싹이 바로 자라도록 보살피면 될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에게 먹을 것, 입을 것 모두 다 손에 쥐어주며 살수는 없다. 다만 아이들이 그것을 손에 넣을수 있는 길이 어디에 있는지는 가르쳐줄 의무가 부모에게 있을 것이다.
그 길 또한 내가 일일이 데려다 줄수 없는 법, 이 가훈 하나로 모든게 해결될거라고는 믿지 않지만, 어버이가 스승으로부터 받아 인생의 지표로 삼고 오늘날까지 바르게 살게 한 지팡이였으므로 우리 아이들도 그렇게 자라줄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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