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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쌀인지 꼭 설명해야 아나요?
2012-08-01 01:08:00최종 업데이트 : 2012-08-01 01:08:00 작성자 : 시민기자   임윤빈

"엄마 국내산이 뭐야?"
"네가 그 말을 어떻게 아니?"
"저기 써 있어"

왜 우리쌀인지 꼭 설명해야 아나요?_1
왜 우리쌀인지 꼭 설명해야 아나요?_1

식당에 가서 밥을 먹으려고 앉았는데 메뉴판 밑에 반찬마다 쓰여 있는 원산지 표시. 소고기-미국산, 김치-국내산, 쌀-국내산, 콩(서리태)-중국산...

식당에 밥을 먹으러 엄마 손을 잡고 온 유치원생쯤 돼 보이는 꼬마 아이가 이렇게 죽 쓰여 있는 중에 "국내산" 이라고 쓰인 안내문을 손으로 가리키며 자기 엄마에게 묻는 말이 내 귀에 들렸다.

아이의 질문이나 엄마의 대답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식사를 하려는데 아이의 질문에 답하는 엄마의 말에 숟가락이 멈춰졌다.

"응 저거는 우리나라 거라는 거야."
"그거 좋은 거야?"
"응. 그런데 저기 수입산도 좋은 거 많아. 그리고 싸잖아"

엥? 순간 그 엄마의 대답을 듣고 너무나 아쉬웠다. 어린 아이에게 그렇게 설명할 수밖에 없었을까? 본능적으로 고개를 휙 돌렸다. 어떻게 아이에게 저렇게 남의 일 이야기하듯 말을 할까 싶어 얼굴이라도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국내산 수입산을 어린 아이에게 아주 학문적으로 설명을 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정말 이렇게 말을 해 버리면 아이는 수입산은 무조건 싸고 좋은 거고, 돈을 아끼는 일이라는 생각이 굳어져 버릴 것 아닌가. 

부모님이 농촌에서 평생 농사를 지으셨고, 지금도 고향은 물론 농촌 각지에서 우리 농촌을 지키는 친척, 가족들이 있기 때문에 나는 누구보다도 농촌에 어려움을 잘 알고 있으면 농촌에 대한 애착과 애틋함이 크다.

그런 내가 농민 아닌 사람들과 대화 중에 상당히 자주 듣는 말 중에 하나는 "왜 꼭 우리 쌀을 먹어야하느냐"는 것이다. 거기에 덧붙이는 말은 참고로 미국산 칼로스 쌀을 미국에서 먹어 봤는데 그건 오히려 우리나라 쌀보다도 싸고 질이 좋다며. 

때문에 늘 그 질문의 답안지를 머리 속에 넣고 다니면서 이 상황에서 어떻게 설명을 할지 고민도 해 본다. 굳이 따져 본다면 쌀의 자급은 나라의 자존심과 식량주권을 지키는 일이고, 신선도와 안전도도 그렇고, 쌀농사는 그 자체만으로 자연녹지, 공기정화, 담수능력으로 인한 지하수자원보존과 홍수 피해방지 같은 순기능도 얼마나 많은데.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자.
 어머니가 지게꾼 등 뒤에서 끙끙대며 들어다가 마루 한가운데 놓인 뒤주에 부어넣으실 때면 가마니 틈에 끼어있던 쌀들이 사방으로 튀며 달아났는데, 집안 모든 여자들이 마루바닥 헤매며 치마폭에 한 톨 한 톨 귀하게 주워 담았다. 

가을 들판을 메뚜기 박자로 한참 폴짝대고 나면 묵직해지는 주전자, 풀줄기에 꿰어 구워먹던 그 기막힌 맛의 간식거리가 사라졌을 때쯤, 소달구지에 높다랗게 실려 가던 나락다발, 한 오라기씩 빼내어 이삭을 잘근잘근 씹어대면 고소한 국물이 목구멍을 타넘는데 입가엔 뽀얀 자욱이 금세 말라붙었다. 

소잔등을 후려치던 회초리가 달구지 뒤에 달라붙은 아이들을 파리 떼처럼 쫒아낼 때 후닥닥 사방으로 흩어지던 아이들,.......쌀과 들은 그렇게 우리의 역사요 문화였다. 

기차소리 요란한 방앗간 출구로 술술 쏟아져 내리던 신기한 탄생, 별처럼 맑게 빛나는 그것을 내나라 땅에서 얻어먹을 수 있다니 얼마나 다행인가? 

미국쌀, 중국쌀을 생각하면 도무지 어떤 그림도 떠올릴 수 없다. 
향기로운 들과 별 같은 쌀이 다 무언가? 방부제가 묻어있겠지? 유전자변형 쌀은 아닐까? 설마 쌀 모양 납 쪼가리 섞인 건 아니겠지? 

식량주권이든 국가안보든 거창한 이유까지 떠올리지 않아도 별 같은 내 아이들에게 속도 모를 수입쌀을 먹일 수야 없지 않겠나? 굳이 이런 설명 안 해도 우리 쌀, 사랑하자. 우리 쌀, 이거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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