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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부서지고 깨지면서 앞으로 가는 것
2012-08-01 23:08:18최종 업데이트 : 2012-08-01 23:08:18 작성자 : 시민기자   홍명호

오늘, 정말 말하기 어렵고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전라북도 전주에서 30대 주부가 두 아들을 살해하고 자신도 목숨을 끊은 사건이 발생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세상은 부서지고 깨지면서 앞으로 가는 것_1
세상은 부서지고 깨지면서 앞으로 가는 것_1

온 국민이 올림픽 중계에 환호하는 사이 이런 일이 벌어져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 그 전후 과정은 너무 슬픈 일이라 더 이상 설명하고 싶지 않은데, 짚고 넘어갈 일은 이 주부의 남편도 지난 6월에 가정불화를 비관해 자살했다고 한다. 경찰이 발표한 내용은 이 주부가 우울증과 생활고를 비관하다가 그랬다고 한다.

시민기자가 어렸을 때 살던 고향 집 앞에는 꽤 큰 냇물이 흘렀고, 그곳은 유년시절 내게 가장 훌륭했던 놀이터이기도 했다. 겨울에는 썰매를 타면서 눈사람도 만들던 곳, 여름에는 물장구치면서 개헤엄도 치면서 놀던 곳이다.

초등학교 다니면서 여름방학을 맞은 이맘때 쯤, 형과 함께 시냇가에서 고기를 잡다가 모래밭에 앉아서 모래성을 쌓던 때였다.

형은 형 방식대로, 나는 내 방식대로 모래성을 지어 가다가 형이 실수하여 내가 잘 지어 놓은 집을 발로 뭉개버렸고 나는 씩씩대며 마구 울어 젖혔다. 미안해하는 형이 "내가 다시 지어 줄께"라고 하면서 나를 달래 보았지만 막무가내로 울어대는 나에게 형이 화가 나서 이렇게 외쳤다.

"얌마, 부서졌으면 새로 지으면 될 것 아니냐. 새로 짓는 집은 더 좋게 지을 수 있는 거야"  
그러면서 형은 울고 있는 나를 그냥 두고 형이 지은 모래집을 아예 발로 휘휘 뭉개 버리고 먼저 일어서 가 버렸다. 

느닷없는 형의 터프한 행동에 나는 뒤질세라 형을 뒤따라가면서 "형아! 내가 잘못했어. 잘못했어!"라고 어리광을 부렸다. 형은 내 머리를 툭 치면서 "아니야 내가 잘못했어" 하면서 씩 웃어 주었다. 그때 중학생이었던 형의 쿨했던 말과 행동은 지금까지 선연하게 기억나며 잊혀지지 않는 모습으로 남아있다.

시민기자의 어릴 적 추억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우리가 살아가다 보면 실수든 고의든, 혹은 예상을 했든 안했든 느닷없는 난관에 부딪치기도 하고, 패배도 하고, 뭔가에 밀리기도 하고, 깨져 넘어지기도 하는데 이 상황을 어떻게 이겨내느냐 하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내가 쌓은 모래성을 형의 실수로(내 실수일수도 있고) 무너뜨려 망가져 버려서 나는 울고불고 난리 쳤지만, 형은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는가라는 것을 인정하듯 "다시 쌓으면 되잖아"라며 모래성이 무너진 일을 깨끗이 받아들였다. 즉 이미 벌어진 실패에 대해 계속 지지부진 연연해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더 이상 징징대지 않고 형의 판단과 '처분'을 받아들여 우린 그 이틀 후 더 멋진 모래성을 쌓으며 놀았다. 만약 오늘 안타깝게 어린 아이들과 함께 먼 나라로 떠난 주부가 나의 어릴 적 추억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다면... 하는 안타까운 마음에 온종일 마음이 편치 않았다.

"신은 부서진 것들을 사용한다"는 옛 서양 격언이 있다. 
 흙이 부서져서 곡식을 만들고, 곡식이 부서져 빵이 되고, 빵이 부서져서 우리 몸의 에너지가 된다.

사람도 원숙한 인격을 갖추려면 충분히 부서지는 과정을 밟아야 함을 깨닫게 해 주는 격언이다. 넘어지고 밟히고 밀리고 깨지면서 세상살이에 단련하며 이겨내고 극복해 나가는 것이다.

우리가 살다 보면 정말 견디기 힘든 일은 무수히 많이 당하게 되는 건 모든 사람들의 공통된 일 아닐까. 빚도 지고, 사기도 당하고, 사업에 망해 길거리에 나앉기도 하고, 실직도 하고, 이혼도 하고, 크게 다쳐 병원에 입원도 하고, 교통사고로 차가 박살이 나고, 부서지기도 하고...정말 예상치 못한 무수히 많은 이런 일들, 중요한건 그걸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와 노력 아닐까. 

오늘을 살아가면서 우리의 삶의 자리에 소중한 것이라 생각되는 것들이 부서질 때 우리는 절망할 것이 아니라 부서지면 또 다른 좋은 것을 지을 수 있는 새로운 눈을 열고 새로 짓는 것이 더 좋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오늘... 잘못된 세상에 태어나 아무것도 모른 채 어린 나이에 먼 하늘로 떠난 두 어린아이의 명복을 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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