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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로부터 배운 놀라운 소통의 기술
2012-08-02 09:47:42최종 업데이트 : 2012-08-02 09:47:42 작성자 : 시민기자   이재령

경기가 너무나 안 좋고, 특히 부동산 경기가 좀체 회복될 기미기 보이지 않아 회사의 일부 부서를 통폐합하기로 했다. 누구나 예측하는 일이지만 부서 통폐합이 이뤄질 경우 가장 큰 걱정거리는 통폐합 대상에 드는 부서와, 그 부서의 직원들 중 본의 아니게 회사를 관둬야 하는 일도 생길 수 있고 진급에도 피해를 보는 직원이 생기는 게 당연지사다.

하지만 다행히 회사에서는 직원 강제 퇴직은 없다는 전제 하에 통폐합을 결정하고, 통폐합 대상 부서와 방법, 절차, 직원 배치 등을 논의하라며 인사팀과 각 팀 간부와 평사원을 망라한 TF팀을 만들었다.

그리고 얼마 전 TF팀 내부의 회의시간.
한마디로 난상 토론이 벌어졌고 정말 얼굴 붉히는 일까지 생겼다. 워낙  예민하고 첨예한 문제이기 때문에 그렇기도 했지만 옆에서 듣자 하니 그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욕심을 떠나 대화하고 소통하는 방법은 정말 너무나 부족했다. 정말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마치 토론 한번 제대로 안 해본 중학생들 싸움 같았다.

3시간여 동안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진행된 토론회에서 결론은 없이 실망감 안겨주었다. 그나마 통쾌하게 건진 한 마디가 있어 위로를 삼았으니, 회의 도중에 들어와 잠깐 동안 회의 진행 장면을 지켜본 한 임원께서 짧지만 강력하기 이를 데 없는 한마디를 남겨 준 것이다.

"왜, 양보라는 게 없습니까. 다 같이 살자고 그러는 거 아닌가요? 누구 한명 내보내지 않는다고도 약속했잖아요. 이렇게 갈팡질팡 하다가는 회사가 낙동강으로 가고 말겁니다"

 토론을 이끌어 가는 진행자나 회의에 참석한 직원들 모두 놀라고 민망해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렇다. 중요한건 회사도 살고 직원도 살자는 것인데 우리는 매사에 서로의 이익에 관한 부분에 대해서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나 고민 없이 너무 일방적인 견해로만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 본다. 찬성 쪽도 반대쪽도 모두.

그래서 내가 아는 한 논술 선생은 학생들에게 텔레비전 시사토론은 절대 보지 말 것을 당부한다고 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두 시간여 동안 줄곧 자기주장만 할 뿐, 상대의 이야기를 듣지도 않고 또한 항상 자신의 논리로 상대방을 설득시키지도 못한 채 일방통행식 자기 이야기만 하다가 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토론이 아니라 의견전달 코너라고 칭한다.

우리 부부는 아이들이 어릴 때 맞벌이 하느라 지방의 어머니께서 키워주신 적이 있었다. 유치원도 지방의 소도시에서 다녔는데 그곳은 도시처럼 규모 있는 유치원이 아니라 마당도 널찍하고 마당 옆에 냇물도 흐르는 시골 유치원이었다.

주말 어느 날 아이를 보러 유치원에 갔는데 마침 아이들 몇 명이 유치원 마당에 나와서 흙을 파며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아이들로부터 배운 놀라운 소통의 기술_1
아이들로부터 배운 놀라운 소통의 기술_1

유치원생 A : 야, 이쪽으로 물이 내려가게 파자.
유치원생 B : 야, 아니야, 그쪽은 동생들이 다니니깐 안돼~ 이쪽이 안 다니니깐 여기 파야 돼!
유치원생 A : 동생들이 다니는데 왜 파면 안 돼? 거기는 커서(높아서) 물이 안 가져.(안 내려가)
유치원생 B : 그렇지만 신발이 물에 다 젖으면 어떻게 해.
유치원생 A : 거기 파려면 시간 오래 걸려서 싫어, 힘들어.
유치원생 B : 우리 다 같이 모여서 파면 돼지. 네가 저기 가서 호미도 가꾸와(가져 와)
유치원생 A : 아, 그렇구나. 알았어. 그럼 다른 친구들도 부르자.
유치원생 AB 다같이 : 얘들아, 여기 흙 같이 팔 사람? (하며 친구들을 모은다.)

어떤 놀이를 할 때, 아이들도 서로 생각하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이 다를 때가 있게 된다. 그러나 의외로(?) 쉽게 한 가지 놀이로 결정이 되고 다른 의견을 제시했던 아이들도 금방 수긍, 동조하며 정말 재미있게 어울리는 것을 늘 보며 산다. 일방통행이 아닌, 원활한 소통, 마음을 열고 듣기 때문이다. 

그때 아이들을 보면서 "저게 바로 소통이라는 거구나. 양보라는 것도"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린 7살배기 아이들로부터 배운 것이다. 그러나 그런 아이들이 커가면서 오히려 사고가 경직되어 가고 급기야 성인이 되어 사회의 갈등에 접어들면 서로 한 치의 양보도 용납지 않는 영락없는 소통부재 어른이 되고 만다.

예를 들어 일방통행은 도로여건상 도저히 교행할 수 없는 좁은 도로에서 교통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고육지책으로 마련한 도로 시스템이다. 그런데 운전을 하다 보면 우리는 일방통행인지 뻔히 알면서 버젓이 역주행을 한다. 그러면서 정 주행을 하는 차더러 비켜 달랜다. 무슨 운전을 그렇게 하냐고 따지면 뭘 그딴거 가지고 짜증내냐, 너는 안 그러냐고 오히려 덤빈다. 이런 막무가내이니 토론과 대화에서 무슨 소통이 있고 양보와 배려가 있겠는가. 자기 이익만 알지. 

우리가 진정한 의사소통을 배워야 한다. 그 방법을 가르칠 수 있는 최고의 선생은 바로 아이들이라고 생각한다. 논리가 정연해서도, 지능이 어른보다 우수해서도 아니다. 다만 우리 아이들은 이기심보다 마음을 열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만이라도 우리 아이들이 어울려 노는 모습을 곰곰이 들여다보고 깨닫는 기회를 스스로 찾아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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