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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대자연이 주는 행복을 누려보자
'국민'이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도록
2012-08-03 02:30:44최종 업데이트 : 2012-08-03 02:30:44 작성자 : 시민기자   한주희
연일 33도를 웃도는 불볕 더위가 누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번주가 많은 직장인들의 휴가라고 한다. 시민기자는 한 주 빠른 27~29일에 몸은 느슨하게 마음은 비우는 휴가를 다녀왔다. 
조용하고 한가롭게 보내고 싶다면 시원한 계곡에 발을 담그고 수박을 먹거나 산에서 소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를 온 몸으로 흡수시키며 한적하게 보내는 방법도 있다. 

기자는 휴가하면 떠오르는 '해변', 해변하면 떠오르는 국민 피서지 '해운대'를 찾았다. 해운대는 파라솔이 많은 해변으로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 여름이면 내국인, 외국인 그리고 타지 사람, 현지 사람 할 것 없이 인산인해를 이룬다. 

휴가, 대자연이 주는 행복을 누려보자_1
파라솔 수로 기네스 북에 오른 해운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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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대자연이 주는 행복을 누려보자_2
한적한 미포쪽 해변

27일 수원역에서 11시 20분 부산행 기차에 올랐다. 피서체험의 시작은 역시 기차 여행이 제격이다. 
좌석은 이미 꽉차있고 표를 구하지 못해 서서가는 사람들이 통로를 꽉 메웠다. 2주전에 기차표를 예약했지만 5호차와 8호차로 떨어져가는 상황을 막을 수는 없었다. 
다행히 마음의 넉넉함을 지니신 분들의 배려로 가족이 함께 기차여행을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바꿔주셨다. 기자는 그 분들에게 챙겨온 과자를 나눠드리는 것으로 겨우 고마움을 표시했다. 

두 칸밖에 떨어지지 않은 식당칸으로 이동하는데 족히 10분이 걸렸다. 바닥에 돗자리를 깔고 누운 아이들, 자녀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서계신 풍채좋은 아버님들 그리고 삼삼오오 모여 하하호호 웃어대는 친구들과 여행 온 학생들까지... 굳이 이런 북새통에 헤집고 지나가는 기자가 미안한 얼굴을 들이밀자 휴가의 설레임만으로도 여유로워진 사람들이 흔쾌히 웃으면서 길을 터주었다. 

기자의 부모님께 이야기를 들어보니 70~80년대 명절을 앞두고 기차안의 풍경은 이보다 더했다고 한다. 좌석에 앉은 사람위에 포개서 다른 사람이 앉고 심지어 짐을 올려놓는 선반에까지 사람이 누워가는 경우도 있었다고. 그렇게까지 하도록 아무런 규제가 없었을까 싶어 지금의 기준으로는 상상이 가질 않지만 한 가지 의심없이 믿을 수 없는 사실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화장실을 갈 수 없었다는 점이다.

사람이 많을 수록 불편하고 눈에 거슬리는 행태에 답답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역시 사람들 속에서 부대끼다 보면 낯선 사람들의 '정'과 사람은 본래 선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되는 것 같다.

해운대 도착. 사실 올해 1월에 겨울바다를 보기위해 부산을 방문했었다. 함께 내린 사람들이 몇 명 있었는데 화장실에 들렸다 나와보니 한산하다 못해 무서웠던 부산역사. 여름의 부산역사와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부산에 왔으니 식사는 부산의 대표음식으로 하는걸로. 첫 번째 부산의 맛 '돼지국밥' 여행 출발 전에 꼼꼼한 기자의 리서치로 부산역 근처의 돼지국밥 맛집을 쉽게 찾아 갈 수 있었다. 

돼지국밥을 여러 곳에서 먹어 보지 않아서 특히 부산의 돼지국밥이 맛있는지는 비교 불가지만 맛있었다. 육수에 단 1%의 조미료나 첨가물이 들어가 있다면 1억원을 보상하겠다는 큼지막한 현수막이 걸려있었다. 그만큼 맛을 내는 과정에서 잔꾀를 부리지 않고 정직함을 자부한다는 마음이 국밥 안에 녹아있으니 다른 집보다 맛있는 걸로. 육수를 조금 덜어 성분의뢰를 해볼까. 하는 괜한 생각은 접는 걸로.

해운대 하버타운 중앙 백사장이 아닌 미포쪽 백사장으로 향했다. 가족단위 관광객이 즐기기에는 상대적으로 한가로운 곳이다. 이른 시간이지만 피서용품 대여 업체 상인들이 나와 손님확보에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었다. 
파라솔 5000원, 비치베드 5000원. 피서지 하면 바가지 요금이 생각나는 건 기자의 괜한 의심병일까. 다른 대여업체와 가격을 비교 한 후 선택하려 했으나 기자의 부모님께서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바가지 요금이냐, 다른데도 동일할거다, 믿어라는 말에 해변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자리를 잡았다.

점심시간이 되자 폭염은 절정을 이루었다. 더위가 곤욕스러워질 때쯤 여기저기 치킨팩을 들고 "치킨~ 맥주~"하는 상인과 배달 전단지를 파라솔에 휙휙 뿌려대는 풍경이 연출됐다. 쓰레기가 수북이 쌓여간다. 우리 파라솔 위쪽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있었는데 보기에 창피했다. 
역시나 아까 그 상인들을 비꼬는 흉내내면서 한국의 문화를 비웃는다. 배가 고팠지만 해변가에서 관광객들의 눈살을 찌뿌리게 하는 상인들에게 동조할 수 없어 기어이 직접 땀을 줄줄 흘리며 치킨과 햄버거를 사왔다. 얼음이 가득했던 콜라가 파라솔로 가져오는 동안 다 녹아 넘친다.

휴가, 대자연이 주는 행복을 누려보자_3
선크림보다 중요한 쓰레기봉투챙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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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 대자연이 주는 행복을 누려보자_4
모래던지기 놀이를 하는 유럽꼬마들

점심때가 지나자 끊임없이 사람들이 몰려온다. 기자가 해운대에 머무는 날에 70만명의 피서객이 입장했다고 하니 위에서 봤다면 바다는 마치 파워에이드 이온 음료 속에 초코볼 시리얼이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았으리라.
기자는 수영을 못한다. 튜브를 욕심내서 서 너개 혼자 가지고 놀다 물속에 빠진 기억이 있어 튜브를 의지하는 물놀이도 두렵다. 그래서 바다를 이용해 노는 거라고는 종아리까지 물 속에 담그고 손으로 물을 만지는 정도. 이런 기자의 모습을 보고 바닷가에서 부슨 재미냐고 빨리 수영을 배우라 하지만 기자의 행복은 누구도 모른다. 기자는 누구보다 바다를 즐기고 있다는 것을. 

비치베드에 누으면 사람들이 수영하는 모습, 튜브에 몸을 실고 가다 고꾸라져 물 속에 빠지는 모습, 아빠가 아이에게 처음 수영을 가르치는 모습 그리고 물놀이 하기엔 어린 아이들이 엄마와 모래를 가지고 노는 모습을 다 눈에 담을 수 있다. 그것이 수영을 못해도 바다를 찾는 이유이고 사람이 많아도 이름 난 피서지를 찾는 이유이다.

해운대의 또 다른 풍경은 방수팩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 눈에 뛰게 줄었다는 점이다. '스마트 팔찌'라는 첨단 전자 결제 시스템이 도입되어 충전을 해서 사용하고 남은 돈은 찾아가면 된다. 워터파크에서는 전자팔찌로 구명조끼등을 빌리거나 먹거리를 결제하는 것이 낯설지 않지만 해변에서는 아직 익숙하지가 않다. 

또한 해변에서 '아이를 찾습니다', '아이를 보호하고 있습니다'라는 방송을 심심치 않게 듣는 만큼 미아 발생에 대한 예방책으로 아이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전자 팔찌'를 배포하고 있다. 아이가 시야에 벗어나도 GPS 위치 추적 시스템으로 금방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IT산업의 영역확장은 어디까지일까.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그들의 언어로 홍보가 장 이루어져 지갑을 지니고 다니는 불편함을 덜어주고 우리의 IT산업의 우수성에도 감탄하길 바란다.

건강을 위해 꾸준히 한 운동의 결과이거나 여름 휴가를 위해 급하게 한 과시용 운동의 결과이거나 여름 해변은 탄탄한 구릿빛 몸매의 젊은 남녀들이 많다. 그래서 해변의 몰카 그리고 이어지는 범죄로 해운대 소속 경찰들은 피서지의 한가로움을 즐길 여유가 없이 뛰어다닌다.  특히 최근에는 관광객이라는 방패를 앞세워 여성들의 비키니 차림과 특정 부위를 찍는 외국인 범죄자의 비율이 증가했다. 몰카를 찍는 행위는 피해자의 처벌의사가 있어서 처벌할 수 있는 '친고죄'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여성들의 용기와 적극적인 신고 자세가 요구된다. 

해운대의 밤은 낮보다 환하고 인파로 북적인다. 낮에 만나는 해변의 청정한 하늘과 시원한 바다 그리고 환한 햇살은 온데 간데 없고 젊음이라는 이유로, 자유로움을 가장한 무절제의 술판이 벌어진다. 그야말로 난장판이 따로 없다. 해변에서부터 시작된 음주는 저녁시간 해운대 해수욕장 주변으로 퍼져나간다. 

이른 시간부터 시작된 술판과 자기 자신을 내려놓은 사람들로 무법천지가 따로 없다. 아이들과 함께 저녁식사를 하러 나온 부모들에게는 곳곳이 위험요소이고 교육상 아이들의 눈을 안대로 가려버리고 싶은 모습들이다. 비단 아이들에게만 위험한 것은 아니다. 무슨 기구한 사연들이 있는 건지 여기저기 울고 누군지 이름은 알고 그러는 건지 낯선 이에게 자신의 몸을 기대는 여학생들. 보기에 조마조마한 상황이 연출되는 곳은 한 두군데가 아니다.

'vacation(휴가)'의 어원은 '비어있다' 있다.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는 광고 카피처럼 치열한 삶의 현장에서 마지막으로 얼굴 근육이 부드럽게 이완되며 웃어본 기억이 언제인지도 모르고 몸에 잔뜩 힘이 들어간 채로 전투를 하던 현대인들에게 1년 중 단 몇 일 허락된 오아시스같은 시간이다. 경직된 몸과 마음을 이완시키기에는 휴가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폭염과 불쾌지수의 정점에서 북적대는 인파속에서 느끼는 피서지의 텃새는 휴식을 취하러 온 당신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무엇이든 '한생각'에서 비롯된다. 생각을 바꾸면 세상이 달리 보일 것이다. 휴가지에서의 진상, 무분별한 행동 그리고 위험천만한 젊음에 눈살을 찌푸리는 대신 백사장에서 옹기종기 모여 모래성을 쌓고 있는 아이들을 보거나 대 자연이 주는 행복을 누려보자. 내 마음을 비우고 말랑말랑하게 만들어야 치열한 일상으로 복귀해도 버텨나갈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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