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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지인들이 로또에 당첨되지 않기를 바라는 이유
2012-08-10 09:24:56최종 업데이트 : 2012-08-10 09:24:56 작성자 : 시민기자   이재령
"생각해 봐. 돈 만원은 술 한잔 값도 안되잖아. 그거 기꺼이 투자하면 1주일이 해피하다니까"
"그럴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게 말이 1주일이지... 꼬박꼬박 매주 만원씩 한달이면 4만원이고, 또 어떤 때는 1주일에 2만원 3만원어치 시고 싶은 충동도 생길거 아냐? 자꾸 그러다 보면 은근히 도박 중독에 빠질수도 있지 않을까?"
"이론상으로는 그래. 하지만 대부분 직장인들은 자기 콘트롤이 되니까 그렇게는 안해. 그리고 그정도라면 아예 로또 살 생각을 말아야지"

버스 안에서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맨 두 직장인이 나누는 대화 내용이다. 우연히 엿들은 두사람의 대화는 너무나 진지했다. 한사람은 로또를 1주일에 만원어치 정도 구입해서 그저 부담없이 즐기겠다는 생각이고, 한사람은 로또도 어차피 도박이기 때문에 아예 관심조차 두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두사람의 생각이 옳다 그르다 단정할수 없지만, 로또는 정말 적잖은 국민들의 일상에 "언젠가는 대박"이라는 꿈을 주고 있는게 맞기는 하나보다.
로또 당첨금이 50억이네, 100억이네 이야기하는 통에 웬만한 사람들은 어지간해서는 로또의 유혹을 이길 재간이 없는것 같다.  

나의 지인들이 로또에 당첨되지 않기를 바라는 이유_1
나의 지인들이 로또에 당첨되지 않기를 바라는 이유_1

얼마전에도 출근하려는데 아내가 날더러 퇴근하는 길에 로또 파는 곳이 있으면 한장 사오라고 했다. 
"다른 사람들 다 하는데 마냥 넋 놓고(?) 쳐다 보고만 있지 말고 로또가 어떤 것인지 당신도 한번 해봐요"라는 첨언까지 덧붙이면서...
딱히 뭐라 할말도 없고 해서 그냥 웃고 말았다. 시민기자 역시도 로또는 하늘이 내린 사람이나 당첨되는 것이라는 생각에 한번도 사본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날 회사에 가서 인터넷을 보니 로또 당첨후 행동지침이라는 재미있는 글이 있었다.
(1)토, 일요일 = 당첨 확인 후 가족회의. 해외나 제주도의 일급 호텔 예약. (2)월요일 = 병가 내고 결근한 후 여권과 비자 신청. (3)화, 수요일 = 복권 당첨금 수령하는 곳 답사. 점잖게, 아무도 모르게. 보안을 당부하고 어기면 고소하겠다고 협박. 전화는 공중 전화로. (4)금요일 = 썬글라스를 끼고 동행 1인과 함께 불시에 국민은행 방문. 위층 화장실에서 옷 갈아입고 나옴. 인터넷 뱅킹으로 다른 은행에 송금 시작한 후 일부 돈 찾음. 그리고 잠적....

재미있다 싶어 그냥 웃고 말았는데 '잠적'이라는 부분에서 마음이 걸렸다.  
당첨만 되면 주위 사람들 모르게 그 누구도 자기를 알아보지 못하는 곳으로 이사를 가거나, 아예 이민을 가서 살겠다는 사람들이 적잖았다. 돈 때문에 달려드는 사람들도 싫고, 혹시 나쁜 사람에게 해를 입을 우려도 있기 때문에 잠적하겠다는 것이다. 

지갑 속에 로또 영수증 하나 곱게 넣어두고 당첨되면 뭘 할까 하는 즐거운 상상을 하는 것이야 정신 건강에도 좋다고 본다. 하지만 다들 주변을 정리하고 잠적하려고 하는 대목에 이르면 여간 걱정되는 게 아니다.
많은 돈이 갑자기 생기면 그걸로 좋은 일도 하고 지금보다 좀더 여유롭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 돈을 노리고 나에게 해코지 할 것을 미리 걱정하는 것이니,  돈이 많음으로 인해 자유로워지는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몸을 숨겨야 한다면 굳이 그렇게 많은 돈에 욕심을 부릴 이유가 없지 않을까. 

그날 시민기자는 직장 동료들과 함께 머리에 털 나고 처음으로 로또라는걸 사 보았다. 어쩌면 그들도 로또에 당첨되었을 때 잠적할 생각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가족친지, 친구, 이웃, 직장동료들 만큼은 로또가 당첨되지 말고 그냥 비켜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왜냐하면 난 이 모든 사람들과 함께 더 오래도록 죽는날 까지 이곳에서 웃으며 살고 싶으니까. 
그깟 돈 때문에 귀한 친구와 이웃을 잃고 싶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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