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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행복
2012-08-10 09:56:32최종 업데이트 : 2012-08-10 09:56:32 작성자 : 시민기자   박나영

책을 펼치는 아이의 얼굴이 사뭇 진지하다. 물론 아이에게 읽어줄 책을 함께 펼치는 엄마인 나도 진지하고 긴장도 된다.
초1딸과 초3아들 두 아이에게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줄까 1주일동안 늘 고민하고 준비한다. 그렇다고 주부인 내가 집에서 살림만 하면 그나마 시간적 여유가 있겠건만 직장에 다니면서 아이 둘 키우면서 아이에게 읽어줄 책도 골라야 하고, 또한 주말에는 그 책을 일류 영화배우 뺨치는 말과 동작으로 읽어줘야 하니 이게 거의 수퍼우먼 지경이다.

그래도 엄마의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을 아이를 생각하면서 매일 마음이 설렌다. 어떤 책을 읽어줄까, 어떤 표정을 지어줄까 하는 행복한 고민들이다. 
그래서 토요일과 일요일 우리 집은 아이들에게 도서관이 된다. 

처음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줄때는 적당히 하다가 아이들이 유치원에 들어가면 거기서 알아서 해주겠거니 생각했다. 그러나 하루 이틀 하다 보니 아이들이 점점 엄마의 목소리에 빠져들기(?) 시작했고 지금은 내가 책을 읽어주지 않으면 당장 큰 일이라도 날 것같은 분위기로 돼 버렸다.

엄마의 노력 덕분에 아이들이 책 읽기를 좋아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고 좋은 일이지만 엄마인 나는 중노동이다.
그렇게 잠시간의 일로 끝날 줄 알았던 이 책읽기는 벌써 몇년째로 접어들고 있다. 그러면서도 매번 책을 읽을 때마다 귀를 쫑긋하고, 때론 그 내용에 기뻐도 하고 슬퍼도 하면서 책을 통해 넓은 세상을 처음 경험하는 아이들을 만나러 간다는 마음에 나도 모르게 가슴벅차오름을 느낀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행복_1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행복_1

물론 그동안 많은 책을 읽고 들었지만 새로운 책은 늘 처음이며 늘 새로운 경험이라 생각하고 있다. 책과 함께 하는 아이들은 늘 봄 소풍 가는 마음처럼 설레고 기대하며 반가워 한다. 
이 아름다운 길로 나설 때 우리가 가장 신경 써서 준비하는 것은 재밌는 놀이도, 멋진 소품도 아니다. 가장 엄마다운 목소리, 가장 아빠다운 목소리로 읽어주는 데 신경을 곤두세운다. 

아이들은 자극적인 영상 매체에 눈길을 주고, 화려한 목소리에 귀 기울일 거라 생각하지만 사실은 가장 편안한 엄마, 아빠의 목소리를 그리워하고 있다. 아이들이 집중하여 귀 기울일 때 아이들이 집중하여 눈을 반짝일 때 책 속 이야기는 글자를 넘어 책을 넘어 아이들 마음속에 맛있는 음식이 되어 삼켜지고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런데 가장 잘 읽어주고 가장 잘 듣는 것이 책읽기의 뿌리임을 나날이 깨닫고 있지만 요즘은 여러가지 면에서 조바심이 난다. 
학원에 다녀온 아이들이 은근히 영어책을 찾는 일이 늘어나고 있으며, 방학숙제인 독서기록장을 들고 와 책을 읽는 대신 수를 세어가며 기록하는 일이 생기기 때문이다.

우선 영어는 발음이나 기타 여러 분야에서 내 실력으로 한계가 있고, 방학숙제도 해 가는게 맞기는 한데 자칫 이런 규제적인 틀이 아이들로 하여금 책 읽기의 흥미를 잃게 만들지나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든다.
사실 지금까지 아이들을 키우면서 아주 어린 시절에 글자를 알고 있을 때에도 읽어달라고 하면 그림책을 중심으로 반복해서 읽어주었고, 책을 제대로 읽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도 그냥 읽고 즐기도록 해주었다. 그리고 책을 읽고 나서 꾸며서 이야기해도 재미있다고 들어주었고, 좀 더 힘이 붙은 다음에야 추가 설명을 해주거나 확인 질문을 했다. 

내가 생각하는 독서록이나 독후감은 정말 나중의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눈 앞에 다가와 있다. 이게 나중에 아이들이 더 자라서 토론이나 논술과 연관이 된다 하니 그냥 저버릴수도 없다. 
적잖은 부모들이 이 부분에서 약간의 갈등과 고민이 있을거라 생각은 하지만... 매사가 그렇듯이 너무 오버하지 않고, 너무 부족하지 않게 아이들 수준에 맞게, 그리고 아이들이 거부감 들지 않는 선에서 독서록도 독후감도 만들어 쓰게 하고 그 순기능과 장점은 가르칠 요량이다.

중요한 것은 봄꽃이 떨어져야 초록 이파리가 돋아난다는 것이다. 기초 능력을 쌓을 시기를 놓치면 나무는 바람에 흔들거릴 뿐 실한 열매를 만들 수 없으니까. 
지금 내가 아이들과 함께 하는 책읽기가 언젠가는 논술대비니, 뭐니 하는 것들이 팔요할 때 굳이 돈 들이거나 호들갑 떨지 않아도 충분히 크게 빛을 발하겠지...
큰 욕심을 부리지 않고 가장 기초적인 읽기 듣기의 힘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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