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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에서 본 대학생의 친절
2012-07-31 19:22:46최종 업데이트 : 2012-07-31 19:22:46 작성자 : 시민기자   김진순

전철을 타고 오던 중이었다. 좌석이 없어서 나는 서 있었고 내 앞에 좌석에는 어린 두 딸과 동행하는 여성과 그 옆엔 대학생으로 보이는 청년 두 명이 함께 앉아 있었다.

전철이 금정역쯤 왔을 때 딸 둘을 데리고 있던 여성이 그 옆에 앉은 대학생에게 뭐라고 말을 걸었다. 여성의 말을 들으니 일본어처럼 들렸다. 나도 물론 일본어를 모르지만 안타깝게도 그 여성의 어떤 질문을 들은 대학생도 역시 일본어를 전혀 모르는 듯 손으로 말을 알아들을 수 없다는 제스처를 썼다.

이내 대학생들은 "혹시 영어는 할줄 아느냐"며 영어로 물었으나 이 여성도 똑같이 웃으며 영어는 모른다는 손짓을 했다. 잠시 2분정도 흘렀을까. 대학생 두명중 한명이 어디론가 휴대폰을 걸었다. 그가 하는 말은 바로 앞에 서 있던 내게 다 들렸다.

"야. 나 OO인데 너 일본어 좀 하지?"
상대방 쪽에서 "그렇다"고 대답한 듯.
"있잖아. 어떤 일본 사람이 뭐라고 묻는데 내가 알아들을 수가 없거든. 너한테 전화 바꿔줄테니까 뭘 말하는 건지 좀 물어봐줘."

그쪽에서 다시 알았노라고 대답한 듯 하자. 이 대학생은 곧바로 전화기를 일본 여성에게 건넸다. 갑자기 전화를 건네자 당황해 하면서 대학생들이 전화를 건네는 뜻을 눈치 챈 듯 전화를 받아 일본어로 서로 간에 대화를 했다.

잠시 통화가 끝난 후 전화를 건네받은 대학생은 상대방과 다시 통화를 했다.
"응... 응... 그래... 응... 맞어... 아. 그래.... 응. 그래, 기다릴게"
상대방과 한동안 대화를 끝낸 그가 웃으며 옆에 앉은 친구 대학생에게 경과를 설명했다.

그 일본 여성은 수원역에서 부산 가는 KTX를 타고 간 다음 거기서 일본 가는 배를 타야 하는데 수원역에서 KTX 열차편이 어떻게 되는지 묻는 내용이었다. 그 열차를 제때 못타면 일본 가는 배를 놓칠까봐 걱정하고 있다며.

잠시 후 이 대학생에게 다시 전화가 걸려왔고 이내 그는 일본인 여성에게 전화를 바꿔 주었다. 그가 수원에서 KTX열차편을 알아 본 뒤 일본 여성에게 설명해주는듯 했다. 

전철이 수원역에 이르자 이 일본인 여성은 두 아이를 데리고 일어나면서 대학생들에게 고맙다는 뜻으로 머리를 몇 번이나 조아려 인사를 반복하고 반복했다. 

전철에서 본 대학생의 친절_1
전철에서 본 대학생의 친절_1

옆에서 지켜보니 참 바르고 친절한 학생들이었다.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이 어려움을 겪자 자신이 할 수 있는 영어가 되느냐고 묻고, 그게 여의치 않자 즉시 일본어를 할줄 아는 친구에게 전화까지 걸어 그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다니. 친절 1등시민이었다.

정말 내가 해외여행을 갔다가 이런 대학생들을 만나고 싶을 정도였다.
단지 옆자리에 앉았다는 인연으로 끝까지 자기 일처럼 적극적인 도움을 준 한 청년 대학생의 행동에 그 일본인은 얼마나 진심으로 고마웠을까. 이정도면 진정한 의미에서 거의 외교를 했다는 생각도 들고 그 장면 장면을 생각만 해도 흐뭇하다. 

우리가 이웃에게 길이 된다는 것, 복을 만드는 일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누군가에게 도움이 필요 할 때 귀찮아하며 피하거나 모르는 척하지 않는 관심, 겉도는 말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정성, 선한 일을 하고도 보답을 바라지 않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생각하는 겸손이야말로 우리가 이웃에게 무상으로 빛을 주는 축복이 되고 사랑의 길이 되는 행동일 것이다. 

일상의 평범한 일들과 시간 속에 숨어있는 나의 관심과 배려를 꺼내어 잘 활용하면 그것은 곧 상대방에게 행복을 주고, 나에게도 언젠가는 행복으로 돌아올 것이다. 

늘 이런 이웃을 보고 싶다. 이런 젊은이를 만난다면 한 달간은 기분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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