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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땀 어린 시어머니의 5만원권을 어떻게 써
2012-07-31 20:34:32최종 업데이트 : 2012-07-31 20:34:32 작성자 : 시민기자   김지영

시장에 갔다. 가까이 사시는 시부모님님께 김치를 담는 김에 조금 더 담고, 며칠 드실 수 있는 분량의 밑반찬거리도 좀 만들기 위해...

아버님이 좋아하시는 쇠고기 장조림용 메추리알과 고기 사태도 사고, 어머님 좋아하시는 꽈리고추, 가지, 그리고 옥수수와 복숭아도 사고... 집에 돌아가 분주히 뚝딱뚝딱 찌고 버무리고 만들어 시댁에 갔다. "어휴 직장 다니느라 바쁠 텐데 뭘 이런걸 다 만들어 와~ 늙은이가 먹으면 얼마나 먹는다고."라시는 어머니의 목소리에는 미안함이 가득 들어 있었다. 

"어휴 어머니 제가 이렇게 해 드릴 때 고맙다 하시고 받는 거예요. 자꾸 그럼 다시는 안 만들어 가지고 와요?"
"그려. 반찬 말고 애들 얼굴이나 보게 애들만 데려와~"라시는데 거기다 대고 무슨 말을 하랴.  그냥 웃고 말아야지. 어머니의 농담에 함께 웃으며 앉아서 얘기하고, 차 한 잔 하고. 작은 애 감기 걸려서 병원에 가야 한다고 일찍 일어섰더니... 

"그려... 애들 아프지 않게 잘 챙기고 또 와~"라면서 버스 타는데 까지 큰아이 손잡고 걸려서 오시는 어머니께 그리 미안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어머니는 남편과 결혼을 약속하고 처음 상견례때 만나 뵈었을 때부터 내 두 손을 꼭 잡고 "내 딸 같다. 내 딸... 아이고 이쁜것"이라시며 극도의 애정을 표현하셨다. 그렇게 시집을 갔으니 친정보다 더 편하고 좋을 수밖에.

혹시나 시누들이 눈곱만큼이라도 올케 흉을 볼라치면 "됐다. 그런 말할라믄 너희 집에 빨리 가거라"라시며 아예 시누 올케 간에 문제가 만들어지는 것 자체를 봉쇄하실 정도였다.
어른이 그렇게 중심을 잡으시니 집안은 늘 화목하고 평화롭다.

직장에 다니면서 애가 둘이라 힘들다는 핑계로 어지간하면 찾아뵙지도 못한 며느리 뭐가 예쁘다고 그리 반갑게 맞아주시고, 가는 것이 서운해 버스가 안 보일 때까지 정류장에 서 계시다가 가시는지...

피땀 어린 시어머니의 5만원권을 어떻게 써_1
피땀 어린 시어머니의 5만원권을 어떻게 써_1

시댁에 반찬 만들어 가려고 시장에서 반찬거리 사느라 수중에 있는 돈 탈탈 털었기에 은행에서 돈을 찾아 병원에 가기위해 미리 지갑에서 현금카드를 꺼냈는데. 이게 웬일? 지갑에 떡 하니 5만 원짜리 한 장이 들어있는 것이 아닌가. 헉. 이렇게 큰 돈은 손이 떨려서 들고 다닌 적이 없는데. 

처음에는 어떻게 된 일인지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하고 있었는데...
혹시? 하는 마음에 전화해보고 나서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돈 한 푼 없이 애 병원을 어떻게 가려고 그래? 병원비에 보태 쓰라고 넣었어. 내가 돈이 많으면 더 주겠는데. 아직 너의 시아부지 돈이 나오지가 않아서. "라시는 어머니. 시아버님은 연금을 받으시는데 아직 날짜가 안 되었다는 말씀이셨다.

대체 언제 거기다 돈을 넣어 놓으셨는지...
그 돈이 어떤 돈인지 알기에 더 없이 소중한 돈이었다.

아버님은 건강을 위하신다며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까지 하시며, 어머니는 아버님 알바 월급에 연금까지 제대로 쓰지도 않으시면서 꼬박꼬박 모아 뒀다가 손자들 오면 챙겨주시느라 남는 게 없다. 

그 돈 속에는 아버님의 땀이 들어있고, 손자며느리 사랑하는 어머니의 마음과 정성이 들어가 있으면서 가정과 자식들 모두의 행복을 향한 어머니의 진한 염원이 들어 있었기에 그 돈을 선뜻 쓰지 못하고 다시 지갑에 넣어 왔다.

"에고... 이 5만 원짜리는 그냥 가지고 있다가 가을에 아버님 거제도 여행 보내 드릴 때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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