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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아이 앞에 명 탤런트가 되는 엄마
아이들이 어렸을적 동화 읽어주는 엄마 모임도 해본 경험
2012-07-31 21:14:55최종 업데이트 : 2012-07-31 21:14:55 작성자 : 시민기자   최순옥

도서관에서 아이 앞에 명 탤런트가 되는 엄마_1
도서관에서 아이 앞에 명 탤런트가 되는 엄마_1

도서관에 자주 가는데 내가 두 달에 4번을 간다면 그중 3번 정도는 만나는 주부와 유치원생쯤으로 보이는 그 주부의 딸이 있다. 물론 나는 두 모녀를 눈여겨보는 것이지만 그분은 나를 모른다. 내가 관심 있게 보고 있을 뿐.

내가 이 모녀를 기억하는 이유는 이 엄마는 항상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도서관 밖 벤치에 앉아, 혹은 그늘에 돗자리를 깔고 앉아 아이에게 다정하게 책을 읽어주기 때문이다.

슬그머니 그 옆을 지나치면서 아이에게 어떤 내용을 읽어 주는지 귀를 솔깃해 들어 보면 엄마는 아이에게 동화든 우화든 마치 성우가 감정을 넣어 탤런트처럼 말하듯이 너무나 진지하게 읽어 주었다.

엄마는 백설 공주가 되기도 하고, 마녀가 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양치기 소년이 되기도 했다. 그러면 아이는 엄마의 무릎을 베고 누워 "그런데 엄마, 백설 공주는 얼짱이야?"라는 순진무구하면서도 황당한 질문도 한다.

그런 질문을 받는 엄마도 행복할 것이며, 책 읽어 주는 엄마를 둔 이 아이 역시 참 행복한 어린이라는 생각을 안 할 수 없다.

도서관에는 그야말로 유치원생들이 읽을 수 있는 책부터 고급 이론서까지 다양하다. 어린이 책에 대해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좋은 책을 골라 사랑하는 자녀에게 읽어주는 엄마의 마음은 도서관을 지어준 사람에 대한 매너이기도 하다. 

도서관의 크기와는 별개로 연령대 별로 다양한 그림책과 동화책, 여러 곳에서 들여온 좋은 책들을 들고 두 모녀가 함께 책속에 빠져 있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운 그림이었다. 

도서관에는 이 엄마처럼 아이 손을 잡고 오는 부모들의 발길이 늘어나고 있다. 
나도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동네 주부들과 함께 일주일에 한번씩 '동화 읽는 어른모임'이라는 이름으로 2년 남짓 어린이 책에 대해 공부를 한 적이 있었다. 

물론 거창하게 연구씩이나 한건 아니고,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각자 동화를 선정해 내용을 더 재미있게 각색도 하고 첨가도 하여 아이들에게 읽혀주고 다양한 사고의 폭을 키우게 했다.

아이들에게 그저 책을 읽으라고 말만 하는 것은 엄마가 함께 하는 것 보다 효과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아이와 같은 책을 읽고, 엄마의 목소리로 읽어주는 것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면 아이들도 자연히 동화된다. 

좋은 책을 읽고 서로 권하면서 내 아이와 남의 아이에게 책이 주는 건강한 기쁨과 만날 수 있도록 하니 아이들 간의 우애는 물론이고 이웃간의 정과 사랑의 깊이도 커지는 부수적 효과까지 얻었다.

때론 엄마의 선택으로 책과 만나던 우리 아이가 가끔은 아주 만족하는 책을 직접 골라 한 주일 혹은 두 주일 졸졸 따라다니면서 책을 읽어달라는 경우도 생기고, 그림책에서 본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늘어놓는 일도 가끔 있었다. 

아이는 책의 내용에 대해 재미난 반응들도 보이고, 어떤 때는 멈추지 않는 웃음으로 깔깔거리다가 또 어떤 때는 그림 속 아기 곰과 덩달아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엄마, 왜 자꾸 눈물이 나오는 거지?" 그러며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며 멋쩍게 웃는 아이의 얼굴을 보는 것은 함께 책 읽는 엄마만이 느낄 수 있는 행복이며, 한편 게을러지는 내 책읽기와 아이의 책읽기를 반성하게 하는 청량제가 되어주기도 했다. 

요즘에는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아빠 엄마가 점점 많아지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책 읽어주기에 대해 오로지 어릴 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주면 글자를 빨리 익히고 학교에 가면 국어 성적도 좋게 딸 수 있기 때문에, 글짓기도 잘하고 지식도 풍부해진다는 등등의 이유가 먼저 내세워진다면 그것은 옳은 책읽기가 아니다. 

좋은 책이야 말로 아이의 미래의 인생에 유익한 것을 무궁무진하게 담고 있는 보물이다. 이 보물을 그냥 "네가 가져봐"라고 할게 아니라 엄마 아빠가 함께 하며 같은 그릇에 담아 보자. 그 아이는 정말 행복한 아이로 자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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