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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단을 가꾸며 정서의 풍요로움을 느껴보자
척박한 디지털시대에 감성키우기
2012-08-01 10:56:41최종 업데이트 : 2012-08-01 10:56:41 작성자 : 시민기자   이연자

요즘은 지하철안에서, 식탁 앞에서 심지어 눈앞에 대화상대가 앉아있는 자리에서도 스마트 폰을 만지작거리는 사람들을 보는 것이 낯설지가 않다. 스마트 폰과의 시간이 메인이고 눈앞에 사람은 마치 서브처럼 느껴지는 것이 씁쓸하다. 

삶이 편리해지고 개인 소득이 올라갈수록 삶은 더욱 더 치열해진다. 적당히, 대충대충 살다가는 경쟁의 시대에서 도태되는 것은 한순간이고 그러다 보니 무슨 수를 쓰더라도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더라도 더 높이, 더 앞으로 나가는데 에만 급급하다. 

이런 현실 속에서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여유와 감성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어느 연구에서는 'IT산업이후는 정서산업이 지배한다'는 분석의 보고서를 내놓았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직업적으로 앞서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서는 인간으로서 도덕과 사회질서의 근간이 된다. 다른 사람의 입장을 헤아리고 공감하는 것에는 정서가 그 밑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치열하게 전쟁처럼 살아온 기성세대, 본인들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하고도 사회에서 좌절을 먼저 맛본 청년실업자들 그리고 가족보다 디지털기기와의 유대감이 더 깊은 아이들에게 정서를 되찾을 방법은 없을까.

어린 시절 화단, 시골 앞마당의 추억

화단을 가꾸며 정서의 풍요로움을 느껴보자_1
발코니 미니 화단

아침에 일어나면 방안으로 살며시 스며든 화초와 꽃내음이 제일 먼저 인사한다. 발코니 화단에 나가 물을 주며 화초들과 이야기를 하며 기분 좋게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가만히 화단을 보고 있노라니 옛날 시골에서 작은 꽃밭을 가꾸던 것이 새록새록 생각난다. 

그 때는 봉선화, 채송화, 분꽃, 나팔꽃, 달맞이꽃이 전부였지만 부족함이 없었다. 개화시간이 달라서 꽃들은 하루 종일 앞 다투어 피고 졌다. 어린 시절에는 꽃을 꺾어서 반지, 목걸이 등을 만들며 가지고 놀기에 바빴지 바라보는 즐거움을 몰랐다. 나이가 들면서 아름다운 것을 보면 내가 갖기보다는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커지는 듯하다. 어린 시절의 감성은 그것대로 소중하지만 나이 들고 훨씬 깊고 편안한 향기의 감성을 가지게 되어 좋다. 

형제, 자매들이 많아서 친구들과 노는 시간보다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더 길었던 어린시절을 보냈다. 투닥투닥거리기도 했지만 언제나 내 편이고 영원히 내 옆을 떠나지 않을 친구들을 가진 것이 그 때나 지금이나 더 없는 행복이라 여겼다. 

어린 아이치고도 꽃을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노는 게 더 즐거운 아이여서 꽃에는 마음을 많이 주지는 못했다. 그래도 여자아이여서 가지고 놀더라도 꽃과 함께 한 추억이 많다.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이겠다고 방안에 옹기종기 앉아 백반과 찧은 봉숭아를 손톱에 올리고 비닐로 묶어놓고 잠을 자기도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손톱에 있던 봉숭아 으깬 것이 이불이며 옷에 묻어 그 자리도 물들였다. 엉망이 된 이부자리를 보신 어머니께서 야단이라도 치려하시면 서로 자기 것이 아니라며 다툼 아닌 다툼을 하고 그런 서로를 보며 깔깔대고 웃어댔다. 

지금 생각하면 그리 재밌는 일도 아닌데 배꼽이 빠지게 까르르 웃어댔다. 가끔 그 시절을 떠올리며 과장되게 더 크게 웃어보기도 해봤지만 어린 시절의 순수함은 그 어떤 것으로도 흉내 낼 수 없는 것 같다. 그렇게 웃기도 하고 삐지기도 하고 울기도 했다. 

가지 많은 나무라 그런지 하루도 조용히 보낸 날이 없었던 것 같다. 그 때는 동생들이 귀찮기도 하고 식구가 많은 것이 불편하게 느껴졌지만 지금 이렇게 보면 형제, 자매가 적은 친구들은 어린시절 추억이 별로 없어 뜨문뜨문 만나는 가족모임에서도 밥만 먹고 헤어진다고 한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마셔도 마셔도 마르지 않는 샘물 같은 추억이야기들이 있어서 가끔 만나도 헤어지기가 아쉽도록 이야기 할 수 있어 얼마나 행운인지 모른다. 

동생들 중에 유독 꽃밭을 잘 가꾸는 남동생이 있다. 꽃에 따라 물먹는 시간이 다르다며 하루에도 몇 번씩 화단에 나가 물을 주고 잡초 정리도 깔끔하게 하고 꽃이 피면 부모님께 한송이 꺾어다 드리며 선물을 하곤 했다. 두 아이의 아빠가 되어 가장이라는 무거운 위치에 있는 지금도 옥상에 작은 화단을 만들어 가꾸는 것을 보면 그 때 그 소년의 모습이 보여 괜히 흐뭇하다. 

건강을 유지 비결.. 하루 최소 20분 식물 접하기

화단을 가꾸며 정서의 풍요로움을 느껴보자_2
요즘 가장 관심이 필요한 아이

지금 같은 불황기에 개인적인 삶의 무게까지 더해지면 꽃을 쳐다보고 화단을 가꾸는 것이 사치처럼 느껴질 수 도 있다. 우리의 메말라 갈라진 마음에 물을 줘보는 건 어떨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큰 돈 안들이고 번거롭지 않은 화단 가꾸기를 추천한다. 

요즘은 몸의 건강도 중요하지만 마음의 건강도 간과할 수 없다. '자연과 멀어질수록 마음은 병든다'는 구절을 어느 책에서 본 듯 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음을 짓누르고 있는 무거운 시름이 있을 때 외곽으로 드라이브를 간다거나 시골의 풍경 속에서 편안함을 느낀다. 

우리네 세상이 아무리 고통스럽다지만, 우리들은 거대한 자연의 한낱 개체에 불과하다. 힘들었던 마음을 내려놓고 대자연 속에 나를 맡기고 잠시 눈을 감아 보는 것, 마치 어린시절 하루를 힘들게 놀고 나서 샤워를 하고 잠자리에 누었을 때 시원한 바람이, 고요한 세상이 나를 감싸 안아줬던 기억이 날 것이다. 매번 외곽으로 나들이를 가는 것에는 한계가 있으니 가장 가까운 곳에 자연을 느낄 수 있는 화단을 꾸며보자. 

실내정원은 눈으로 보기에도 즐겁지만 심신의 안정에도 도움을 준다. 오늘날 원예 건강학, 향기 치료법, 자연 치료법이 각광을 받고 있다. 우리는 식물을 손으로 만지면서 묘한 촉감을 느끼고, 눈으로 싱그러움을 관찰하고, 코로 향긋한 풀 내음을 맡고, 마음으로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원예치료 범위도 확대되고 있다. 

온갖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매우 효과적인 치유방법이 되고 있다. 건강을 유지하기위해서는 하루에 최소 20분 정도는 식물을 접해야 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전문가들은 정원 가꾸기와 식물을 접하는 활동이 특히 스트레스 감소와 집중력 향상, 생산력 증대에 큰 효과가 있다고 강한다. 

원예가 주는 긍정적인 요소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원예는 심리적인 안정감과 함께 사고의 유연성을 높여준다. 사회적, 교육적, 심리적, 신체적 적응력도 키워준다. 우리가 어떤 일을 할 때 바로 눈앞의 욕심을 위해 무리수를 두는 것보다 자연에 순응하는 것이 진리라는 것도 깨우쳐 준다. 

특히 관엽식물은 공기정화능력이 있기 때문에 도심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 앓고 있는 아토피나 기관지염을 예방할 수도 있다. 아니면 상추나 허브 등 실용적인 식용채소 키워 신선한 식탁과 가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특히 관엽식물은 공기정화능력이 있기 때문에 도심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 앓고 있는 아토피나 기관지염을 예방할 수도 있다. 아니면 상추나 허브 등 실용적인 식용채소 키워 신선한 식탁과 가계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Gardening(가드닝; 정원가꾸기)는 시간 많고 돈 많은 사람들의 전유물?

화단을 가꾸며 정서의 풍요로움을 느껴보자_3
모기퇴치 식물, 구문초 (올 여름 우리 가족을 모기로 부터 지켜주는 기특한 녀석)

누구나 의지만 있다면 자연이 주는 향연을 마음껏 만끽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많다. 비용을 들이면서 번거롭게 하지 않아도 실내 정원 을 꾸밀 수 있다. 집에서 햇빛이 잘 들고 눈에 잘 보이는 곳에 여러 개의 화분을 아기자기하게 놓는다거나 화려한 꽃을 키우고 싶다면 길고 넓은 사과궤짝을 이용하는 것도 좋다.

베란다에 정원을 만들려면 벽돌이나 통나무 등으로 크기를 정하고 배수구가 막히지 않게 배수판을 깔고 그 위에 부직포를 올려야 하는 대대적인 공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마음의 부담을 덜려고 시작한 일이 더 큰 부담을 가지고 올 수 있기 때문에 간단하고 자신의 주거공간에 맞는 방법을 찾길 바란다. 

지금 사는 집에는 발코니에 화단이 만들어져 있어서 어렵지 않게 실내정원 가꾸기를 시작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화단을 만들게 되면 꽃의 색깔, 크기 등을 고려해 바깥쪽과 좌우에는 키가 큰 식물을 심고 안쪽으로 나오면서 점차 작은 식물들을 심는 것이 좋다.

실내화단을 만들기 어렵다고 가드닝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이런 경우 허브테라리엄이나 디쉬가든 에어플랜트, 아쿠아 플랜츠 등 실내 장식에 용이한 화분을 키워보는 것이 좋다. 테라리엄은 밀폐된 투명 유리용기 속에 흙을 채운 뒤 식물을 키우는 것으로 비교적 거친 환경에서도 잘 자라는 허브를 심는 것이 좋다. 디쉬가든은 접시나 찻잔, 컵 등 각종 생활소품에 흙을 채워 식물을 심어 가꾸는 방법으로 배수층이 낮기 때문에 다육식물이나 선인장과 같이 뿌리가 짧게 자라는 식물이 적합하다. 

꽃이 피는 식물을 심고 싶다면 용기 밑에 굵은 돌이나 하이드로볼 같은 배수층을 깔고 심으면 되며 흙은 피트모스(식물의 퇴적물로 이뤄진 흙)처럼 입자가 곱고 물을 오래 머금을 수 있는 것이 좋다. 에어 플랜트는 약간의 햇볕과 수분만으로도 잘 자라는 파인애플이나 풍란 등을 예쁜 그릇이나 유리잔에 컬러 스톤을 깔아 바로 서게 해준 뒤 벽에 걸거나 식탁 등에 놓고 키우면 된다. 아쿠아 플랜츠트는 물속에서 기르는 수초로 관리가 편하며 유리 용기에 모래를 깔고 심어 물을 붓거나 물 위에 띄워 키우면 되며 대표적으로 머시룸이나 헤어그래스, 물상추, 이끼류 등이 있다. 

관리가 아닌 관심으로

화단을 가꾸다 보면 아이를 키우는 것과 유사한 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때 되면 물을 줘야 하고 병이 걸리지 않게 다달이 약을 주는 예방접종 그리고 관리가 아닌 관심으로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은 참으로 솔직해서 관심이 조금만 미치지 않으면 바로 힘없이 고개를 숙인다. 손이 많이 갈 것 같다고 너무 두려워 할 필요는 없다. 요즘은 화단을 가꾸는 사람들의 수요가 늘어 정보를 손쉽게 얻을 수 있으며 가까운 꽃집 사장님과 친분을 나누다 보면 어렵지 않게 노하우를 전수 받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리고 식물을 가꾸는데 쏟는 나의 정성보다 식물을 통해 얻는 것이 크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정성을 다해 식물을 보살피다 보면 나도 모르게 자연과 하나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아무리 돈과 권력을 쥐고 있어도 어느 한 군데 내 마음을 속 시원히 털어놓을 곳이 없다면 깜깜한 방에 답답하게 혼자 갇혀있는 것에 지나지 않다. 자기말만 하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으면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감마저 느끼게 된다. 꽃만큼, 나무만큼 나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는 상대도 없다. 식물은 세상에서 가장 경청을 잘하는 친구가 되어 줄 것이다.

식물은 자라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동안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러던 중 잎이 병들기도 하고 줄기가 힘없이 곤두박질치기도 한다. 그러면 애정을 쏟아 부었기 때문에 속이 무척 상하게 된다. 그렇지만 얼마 후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싱싱한 초록빛에 풍성하게 자라는 화초를 보게 되면 녹록치 않은 삶에서 힘을 내어 살아보자는 긍정의 에너지를 전달받게 된다.

단순히 보고 즐기는 입장이 아니라 같이 호흡하다 보면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상호 역동적인 관계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내가 식물에게 쏟는 관심보다 더 큰 무언가로 나의 마음 속 화단까지 풍요롭게 채워주는 식물의 위대함을 느껴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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