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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알면서 모른 척 해 주셨구나
2012-08-01 13:42:55최종 업데이트 : 2012-08-01 13:42:55 작성자 : 시민기자   권혁조

날이 워낙 더워 아이들에게 시원한 수박이라도 먹일 생각에 슈퍼에 들러 수박을 고르고 있었다.

어머니가 알면서 모른 척 해 주셨구나_1
어머니가 알면서 모른 척 해 주셨구나_1

초저녁이라 약간 어스름한 시간이었는데 골목길과 인접한 주택가 슈퍼마켓 건너편 집에서 젊은 아주머니의 소리가 길가로 흘러 나왔다. 언뜻 듣기에 아이를 야단치는 것 같았다. 아주머니는 직장생활을 하는 분 같았고, 아이 둘은 엄마가 퇴근할 때까지 둘이서만 시간을 보내야 하는 그런 가정으로 보였다. 

듣기에는 아이가 자기 어머니에게 무슨 거짓말을 한 것 같았고, 아주머니는 엄마로서 교육차원에서 아이 둘을 닦달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엄마를 속일 생각하지 마라."는 것이 말의 핵심이었다. "엄마가 보지 않아도 너희들 뭐하는지 다 알고 있다."며 꾸중하는 큰 소리가 수박을 고르는 슈퍼마켓에까지 다 들렸다.

"엄마가 출근할 때 뭐라고 했냐? 학교 갔다 와서 숙제하고 세수하고 엄마 기다리라고 했는데 왜 숙제를 하지 않았니? 어디서 놀았던 거야? 왜 엄마 말 듣지 않고 너희들 마음대로 하는지 모르겠네! 엄마 너희들 때문에 속상해 못살겠다.?"는 것이 아주머니의 외침이었다.

그러자 아이들은 뭐라 뭐라 하는데 아이들 목소리를 작아서 들리지 않았다. 다만 옆에서 주워듣는 내 귀에는 아이들의 해명은 엄마 귀에는 들리지 않는 듯 했고, 엄마는 아이들을 믿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아이들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사실 아이들은 시한폭탄과 같은 존재들이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터질지 모를 존재들이다. 또한 럭비공 같다고도 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존재들이라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가 되어서 아이들을 양육하고 교육한다는 것이 그리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다. 

논리도, 이론도, 생각도 통하지 않는 것이 자녀 양육이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남의 자식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지 말라. 네 자식도 어떻게 될지 아직은 아무도 장담 못한다."는 말씀들을 하셨던 것 같다. 

그러나 반대로 아이들에게 이런 특징이 있기 때문에 무한한 가능성과 창의적인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만약 한창 성장해 가고 있는 아이들이 정해진 삶의 길이나 어른들의 생각의 틀대로 성장해 간다면 그 아이들에게 무슨 기대감이나 미래의 희망을 바랄 수 있겠는가? 

오히려 불안정하고, 미숙하고, 실수를 반복한다고 할지라도 그 아이들을 바라보아 주는 어른들의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지 않을까?

요즈음 흔히 쓰는 말 가운데 CEO(최고경영자)라는 말이 있다. 언젠가 우리나라의 모 경제신문에서 국내 중견기업 CEO 50명을 대상으로 연구해 보니 그들에게 공통되는 것이 한 가지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들을 믿어 주었던 어머니가 그들에게 계셨다는 것이었다. 자녀에 대한 어머니의 신뢰가 그들의 삶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이다. 

어린시절 누구에게나 실수가 있고 잘못이 있기 마련이다. 우선은 겁이 나니까 그 순간을 모면하기 위해서 이렇게 거짓말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어머니, 내가 안 그랬어요." 물론 어머니는 자기 아이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훤하게 다 알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어머니는 이렇게 따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똑바로 말해, 누가 속을 줄 알고? 너 거짓말하는 것이 얼마나 나쁜 줄이나 알아? 빨리 바른 말 해, 바른 말 못해?" 그런데 CEO들의 어머니는 알면서도 모른척하고서는 이렇게 말해주었다고 한다. " 그래, 알았다. 나는 너를 믿는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고.

결국 그들은 자라면서 그 사실을 자연히 깨닫게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아, 그때 어머니가 다 알면서도 일부러 나를 위해 모른 척 해 주셨구나!" 그들은 어머니의 크고도 넓은 마음, 자기를 믿어준 사랑에 감동을 받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자기를 믿어주는 어머니가 계시다는 사실에 안정감을 느끼면서 자랄 수가 있었던 것이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어머니는 나를 믿어주시니 어머니에게만큼은 진실을 털어놓고 모든 일을 상의해야지.." 그러면서 그들은 어릴 때부터 오히려 진실을 추구하며 정직한 삶을 살게 되었다고 한다. 이것이 밑바탕이 되어서 그들의 인품을 훌륭하게 만들어 나가게 되었다는 연구의 결과였다.

항상 아이들을 더 믿어주고, 인정해 주는 부모가 되었으면 한다.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으면서... 믿어주는 아이들은 결코 어른들을 실망시키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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