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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우던 고슴도치가 죽었다
아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하는 법
2013-06-27 07:46:27최종 업데이트 : 2013-06-27 07:46:27 작성자 : 시민기자   김소라

며칠 전 키우던 고슴도치 한 마리가 죽었다. 원래 암컷과 수컷 두 마리를 분양받아서 키우다가 새끼를 두 마리 낳았다. 두 마리의 새끼 중 수컷은 다시 분양해서 보냈다. 그리고 원래의 암컷, 수컷, 새끼 한 마리까지 총 3마리를 키우고 있었다. 그러다가 지난 겨울 수컷은 동사했고, 이번에 새끼 한 마리 역시 죽고 말았다. 이유는 잘 모르겠다. 

키우던 고슴도치가 죽었다_1
키우던 고슴도치가 죽었다_1

동물을 키우는 것이 아이들의 정서에 좋다고 하여 몇 가지를 들여놓고 키웠다. 물고기, 달팽이, 고슴도치, 고양이, 병아리 등 아이가 어릴 때부터 있었던 동물들이다. 물고기는 산 지 이틀만에 모두 죽어버렸고, 자연휴양림에서 얻어온 달팽이 역시 한 달도 못 가서 모두 죽었다. 
학교앞에서 사 온 병아리는 일주일만에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 고슴도치 두 마리가 죽었고, 고양이는 결국 시골에 보내졌다. 그러고 보니 내가 동물을 키우는데 재능이 없음을 발견하게 된다. 엄마가 동물을 그닥 좋아하지 않으니, 아이도 비슷한 것인지 애틋하게 생명을 키우지 않았던 것 같다. 

무조건 동물을 키운다고 하여 아이들의 정서에 좋다는 것은 아니다. 사실 동물을 키우는 것은 단순히 먹이 주는 것 이상의 관심과 애정이 동반된다. 시시때때로 말도 걸어주어야 하고, 기온과 습도가 맞는지 살펴야 한다. 교감을 하면서 놀아주기도 해야 한다. 

집에서 키우는 동물들이 하도 죽는 것을 많이 보아선지 아이는 고슴도치가 죽었는데 울지도 않는다. 처음에 병아리가 죽었을 때는 눈물을 찔끔찔끔 흘리면서 자기가 흙을 파서 묻어주었는데 말이다. 죽은 고슴도치를 하루인가 그냥 방치했다가 아빠가 오면 같이 묻어주겠다면서 만지지도 않는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동물을 키우는 일을 자제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떠한 생명이든 잘 키우는 것은 물론 좋겠으나, 실수로 죽게 되면 오히려 죽음에 무감각한 아이가 되어버리는 것 같다. 감수성 있는 아이가 되길 바라는 마음에 동물을 키웠더니 죽음에 민감하지 않은 아이가 되어버렸다. 

이제는 나머지 고슴도치 암컷 한 마리마저 시골로 보냈다. 갇힌 플라스틱 통이 아니라 조금 넓은 모래밭에서 방목을 하면 건강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모든 동물들이 자기가 살 곳이 있는데, 지금은 워낙 애완용으로 만들어져서 집에서 키울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동물들이 원래 살던 환경과 습성을 생각할 때 아파트라는 갇힌 공간, 그 속에서도 움직임을 자유자재로 할 수 없는 작은 우리는 그들에게 감옥과 같다. 동물원에 갇혀 사는 동물도 불쌍한데, 집안의 우리에 갇혀사는 작은 애완동물들은 오죽 갑갑할까. 

생명을 사랑하는 방법은 이제 집에서 사육하고, 애완용으로 키우는 것이 아닌 것 같다. 동물들이 원래 사는 곳, 건강히 살 수 있는 환경으로 내어주는 일이 필요하다. 그래서 자연에서 자연의 원리대로 살아가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동물 새끼들 예쁘다고 집 안으로 들이는 것 자체가 생명에 대한 폭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애지중지 동물들을 잘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환경이 동물들에게 바람직한지 고민해보아야 한다. 

이제 우리 집에는 몇 몇의 화분 이외에는 동물들은 남아있지 않다. 모르겠다. 아이가 곤충을 사 달라고 하거나, 기니피그, 토끼를 사 달라고 할 것도 같다. 마트의 애완동물 코너에서 항상 서성이면서 잘 키우겠다고 약속하면 못 이기는 척 하고 또 사 올런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진짜 아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을 알게 하는 교육은 애완용 동물을 집에서 키우는 게 아니라 생각한다. 오히려 자연 그대로의 삶에 관심을 갖게 하고, 내가 밖으로 나가 자연 속에서 생태를 그대로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모든 동물들은 자기만의 생존방식이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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