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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표를 달고 있는 예쁜 꽃들
친절한 주유소
2013-06-27 08:03:42최종 업데이트 : 2013-06-27 08:03:42 작성자 : 시민기자   문예진
세상이 온통 초록으로 물들어가는 싱그러운 계절에 발길 닿는 곳마다 예쁜 꽃들이 나의 눈을 즐겁게 한다. 빨간색, 노란색, 하얀색으로 피어나 각각의 아름다움을 뽐내기도 하고 때론 화려함으로 때론 소박함으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그 중에는 어릴때부터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장미, 봉숭아, 채송화 등도 있지만 대부분의 꽃은 이름을 알수 없는 것들이다. 그렇다고 보는 것조차 처음은 아니어서 그동안 숱하게 봐 왔음에도 이름을 알수 없는 꽃 들이 거의 대부분일때가 많다. 
가끔은 이름을 들었음에도 기억하지 못하고 이게 무슨 꽃일까 고민 할때도 있다. 생소한 꽃의 이름을 알지 못할때도 답답 하지만 자주 봐왔던 꽃의 이름을 알지 못할때의 답답함이란 이루 말할수가 없다. 

그런데 얼마전 길을 지나다 아주 친절한 주유소를 만났다. 주유소 한쪽으로 작은 화단을 만들어서 예쁜 꽃밭을 만들어 놓은것인데 삭막한 시멘트 바닥 옆으로 만들어진 작은 꽃밭은 전체적으로 어울리는 모습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그 작은 꽃밭이 나의시선을 끌었던건 화단에 심겨진 꽃마다 친절하게 이름표를 모두 꽂아 놓았기 때문이다. 

이름표를 달고 있는 예쁜 꽃들_1
이름표를 달고 있는 예쁜 꽃들_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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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표를 달고 있는 예쁜 꽃들_2
이름표를 달고 있는 예쁜 꽃들_2
 
친구들과의 저녁 약속에 가던 길이라 시간적인 여유가 없었음에도 그곳에 쪼그리고 앉아 하나 하나 꽃을 들여다보고 만져 보면서 이름을 확인했다. 작은 화단이라 몇 종류 안되는 꽃들이 심어져 있었지만 그중에 내가 확실하게 아는 꽃은 맨드라미와 카네이션, 철쭉 밖에 없었고 나머지는 모두 이름 따로 꽃 따로 친숙한 것들이다. 
베고니아, 목마가렛, 비올라, 봉숭아등의 흔하다면 흔할수도 있는 꽃에 이름표를 꽂아 놓아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한번 더 붙들어 놓는다. 

꽃 들의 이름표를 들여다보니, 이름만 들어보면 마치 내가 잘 아는 꽃 같고, 꽃만 바라봐도 늘 보던 익숙한 꽃 들인데 둘 사이가 서로 연결이 되지 않았던 꽃 들인것이다. 
그런데 봉숭아 라고 적힌 꽃의 모습은 어릴때부터, 여름철이면 숱하게 봐오고 꽃잎과 잎사귀에 백반을 섞어서, 손톱에 싸매고 하룻밤을 자고 나면 예쁜 물이 들어있는 그 봉숭아가 아니다. 이름표를 잘못 꽂았나 싶어서 다시 들여다 보고 만져봐도 내가 알던 봉숭아는 아닌것 같아서 옆에 계시던 아저씨께 물어 보니 개량종 이라고만 하신다. 

그곳 주유소에서는 궁금증을 풀지 못한채 사진만 찍어 왔다. 집에 와서 검색을 해보니 임파첸스 라는 이름의 꽃인데, 일명 이태리 봉숭아 라고 한다. 
이왕이면 그런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여 놓았다면 좋았으련만 너무 무리한 나의 욕심일수도 있고, 어쨌든 주유소 화단의 봉숭아 덕분에 새로운 공부를 했으니 감사할 뿐이다. 고무나무잎 처럼 매끈거리는 베고니아도 예전에는 이름과 꽃을 기억했던것 같은데 듣고 돌아서면 가물거리는 기억력 탓에 새롭게 기억 되어지는 이름이 됐다. 

맨드라미도 개량종인듯 키가 크고 닭벼슬 같은 맨드라미가 아닌, 잎이 빽빽하게 들어찬 측백나무 같은 느낌의 꽃이다. 하지만 풍성함과 선명한 색깔로 화사한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었다. 

이름표를 달고 있는 예쁜 꽃들_3
이름표를 달고 있는 예쁜 꽃들_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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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표를 달고 있는 예쁜 꽃들_4
이름표를 달고 있는 예쁜 꽃들_4
 
비올라는 자주색의 꽃잎과 노란색의 꽃잎이 층을 이루고 있어 깔끔함과 강렬함이 한꺼번에 느껴지면서도 아기자기한 맛을 주고 있었다. 목마가렛은 하얀색 꽃잎에, 가운데 노란술이 달린 꽃으로 길가나 들판에서 흔히 보던 들꽃이다. 
비록 몇 종류 되지 않는 꽃들이고 흔한 꽃이지만, 꽃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기름넣는 주유소의 한켠에 만들어 놓은 작은 화단의 꽃들로 인해 나의 눈이 즐겁고 마음이 행복하고 꽃에 대한 또 하나의 공부를 하게 하는 선한 영향력을 끼친 것이다. 

나는 가끔, 다른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주고 싶은일이 생겨도 귀찮아서 나 혼자 아는걸로 그칠때가 많다. 
그렇지만 오늘 꽃밭의 이름표를 보고 내가 발길을 멈추며 관심을 보였던 것처럼 다른 누군가도 그 꽃들로 인해 행복을 느끼며 바쁜 일상 가운데에서 잠깐이나마 여유로움을 갖게 될것이다. 
친절한 주유소의 친절한 꽃밭이 많은것을 생각하게 하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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