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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과 만남 속에 길이 열린다
네팔의 화가, 가수, 시인을 소개하다
2013-06-27 13:47:04최종 업데이트 : 2013-06-27 13:47:04 작성자 : 시민기자   김형효

블랙커피를 진하게 마셨다. 아직 잠에서 깨어나지 않은 호텔 종업원들, 나가라곳은 산골이다. 도심의 호텔처럼 24시간 서비스가 되는 곳이 아니다. 손님보다 늦게 잠에서 깬 종업원에게 가급적 빨리 커피를 부탁했다. 5시 30분쯤 맛있는 네팔커피를 마실 수 있게 되었다. 발아래 구름을 밟고 멀리 웅자를 드러내는 히말라야의 우듬지를 본다.

한 시간, 두 시간 넋 놓고 바라보던 풍경, 무아지경이다. 곧 토스트와 블랙커피를 곁들여 식사를 대신한다. 잘 구운 빵과 토마토 등을 곁들여 먹는 아침 식사, 맑은 공기처럼 상쾌하다. 해발 1920미터에서 맞는 아침의 새로움에 안내를 받는 여행객도 매우 즐거운 모습이다. 사실 내 즐거움보다 안내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여행객의 즐거움을 보는 일이 더욱 기쁘다. 이 또한 안내가 반복되며 느끼는 행복이다.

사람은 살아 있는 날마다 새로운 체험을 통해 체득을 하게 된다. 서로 다른 입장 때문에 오해와 곡해가 따르기도 하지만, 조금 천천히, 조금 느리게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래서 행복한 모습, 그래서 배우게 되는 것들이 있다. 아침 세 시간을 넘게 바라본 히말라야의 우듬지, 절대의 성체 히말이 품은 계곡, 그 계곡이 품은 구름이 자식처럼 일상을 일어서고 잠드는 모습까지 보았다.

만남과 만남 속에 길이 열린다_1
영화 촬영으로 바쁜 나가라곳 아침 풍경, 해발 1920미터에서 멀리 바라다보이는 풍경은 네팔의 산악지대에 다양한 모습들을 만나볼 수 있다.

만남과 만남 속에 길이 열린다_2
비탈진 길을 오르는 아침 등교길 학생들, 그들을 보며 어린 시절이 떠오르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나그네는 길에서 쉬지 않는다는 말이 있던가? 그래 곧 길을 재촉한다. 조금 우중충하게 구름낀 날에 아침이 걷는 나그네에게 사색을 확장시켜주는 느낌이다. 이도 하늘의 선물이다. 한 걸음, 두 걸음 나가라곳의 흔적들을 밟으며 아침 길을 걷는다. 버스가 다니는 길까지 나오는 과정에 제법 규모가 있어 보이는 산골학교가 폐교의 위기에 도달한 듯 보인다. 한 쪽 건물은 허물어져 있고, 한 쪽에서는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교실 구석구석을 뛰어다닌다.

오늘은 네팔 카트만두 인근의 최고 도자기 생산지 티미를 찾는다.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나가라곳에서 1시간을 달린 임대 승용차도 버벅거리며 티미의 오르막길을 힘겹게 올랐다. 빗길이 무서운 승용차가 힘을 못 쓴 탓이다. 비가 오는 날이라서인지 대부분의 도자기 만드는 사람들이 개점휴업상태다. 짚더미를 태워 도자기를 굽는 가마터에도 오늘은 아무런 일이 없다. 아쉬움을 달래며 화가 천드라 쉬레스타의 집을 찾았다.

낯선 길에 익숙한 지인의 집을 찾는 일이다. 한국의 지인이 오면 항상 찾는 곳이 되었다. 네팔의 네와리족이다. 원래 네팔왕국의 주인들이다. 네팔에서 가장 전통적인 네팔음식을 잘하는 종족은 네와리족과 타칼리족으로 손꼽힌다. 쉬레스타는 네와리족 중에서도 상류층에 속하는 종족으로 음식 맛이 비교적 좋다. 타칼리족도 네와리족도 모두 몽골리안 혈통이나 네와리족은 종교적 전통에 있어 지역차가 있지만 힌두교에 가깝다.

만남과 만남 속에 길이 열린다_3
화가 천드라 쉬레스타의 집에서 식사를 마치고 집을 나섰다. 배울을 하는 그들의 모습이 오래된 친척집을 찾는 그런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다.

만남과 만남 속에 길이 열린다_4
네팔인 여가수 우마 구릉과 함께, 사진 뒤로 보이는 자료들은 그녀가 소개된 네팔의 각종 일간지들이다. 신문지면의 전면기사들만을 모아 액자를 만들어 전시해 놓았다.

천드라 쉬레스타의 집에서 식사 대접을 받고 오후에는 아내의 종족인 구릉족 가수의 집을 찾았다. 우마 구릉이라는 이름을 가진 가수다. 60이 다된 여가수이니 네팔의 요즘 젊은이들은 잘 모른다. 하지만 아직도 그의 인기는 한국의 어머니들이 좋아하는 가수 이미자나 나훈아, 남진 급이다. 그녀의 집 응접실에는 자신이 소개된 각종 신문기사들이 액자에 담겨 전시되고 있었다.

인연을 통해 만나고 소개받는 인연들이다. 서로 조화로운 모습으로 반겨주고 인사를 건네는 사람의 일상이다. 낯선 나라에서도 마음의 징검다리를 놓는 인연으로 살아갈 수 있어 참 고마운 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여행 후 떠나는 사람이야 손 흔들어 작별하면 그만일지 모르나 남은 사람들은 함께 있는 인연과 인사 나눈 인연들을 소중히 기억한다는 것이 내가 경험한 네팔의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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