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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지친 광교산에 올라 산을 보듬어 주다
훌륭한 광교산을 아끼고 잘 보존해야 합니다
2012-07-30 23:52:47최종 업데이트 : 2012-07-30 23:52:47 작성자 : 시민기자   김성희

모처럼 일요일 남편은 광교산을 산행하자고 종용했고 마음의 준비를 다짐한 기자는 아침부터 부산을 떨었습니다. 우리 고장 수원에서 광교산만큼 훌륭한 산은 드물다고 늘 극찬하는 남편의 등살도 등살이지만 괜실히 자신감이 결여되는 기자의 움츠려듬은 이내 사그라집니다.

안된다고 하면 안 되지만 간다 간다 하면 또한 우리 뇌 속에서 전파가 긍정적으로 흐름은 당연한 이치 가고야 만다는 의지는 아침 기상에서 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여름의 아침은 정말 후덥지근한 날씨를 방불케 하는 낮보다는 조금은 선선하기 때문에 움직일 수 있을 때 움직이자 하고 서둘렀습니다.

기자가 사는 곳에서 광교산 공영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시간이 아침 8시 15분이었습니다. 작정하고 올라가는 광교산 산행길이기 때문에 여느 때와 다르게 시간을 체크하기로 하였습니다.

저수지 뒷길로 남편과 함께 산행 길에 오릅니다. 많은 인파를 예상했지만 여름휴가철이어서 인지 생각보다는 혼잡하지는 않았습니다.

광교산을 오를 때 마다 느끼지만 초록의 나무들이 싱그럽고 풀 내음이 너무 짙게 코끝에서 진하게 흘러들어 옵니다. 이전에는 산에 오르는 자체가 싫었던 기자였지만 이젠 걷지 않으면 죽는다는 각오로 오르기로 하니 또 그렇게 걷게 됩니다.

한여름 지친 광교산에 올라 산을 보듬어 주다_1
한여름 지친 광교산에 올라 산을 보듬어 주다_1

아침에 나오면서 남편은 "오늘은 각오를 단단히 하시오" 하더라고요. 아무래도 그동안 남편의 말을 듣지 않고 운동을 게을리 한 기자를 단단히 벼르고 있는 듯이 산을 오랫동안 걷게 할 심산 같습니다.

오래전 이야기지만 기자가 너무 거북이걸음을 하니 혼자 걸어 간 경우도 허다하였기 때문에 이번에는 나름 조심스럽기도 하고 또한 정신을 재무장해서라도 함께 걷기에 성공하고 싶었습니다.

평소의 운동부족은 산행을 하면 여실히 드러나는데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생각보다 잘 걷고 아무 소리 안하고 잘 올라가는 모습을 보고 "잘 걷네.." 하면서 칭찬도 해줍니다.

그 소리에 얼씨구나 하고 또 걷습니다. 걷기도 연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걷기 싫어 걷기 못해 걷기 안 해 하면 안합니다. 안해집니다. 하지만 걷기 좋아 걸어야 해 걸으면 몸도 가볍고 걸으면 살도 빠진다 하면 또 그렇게 흘러간다는 것입니다.

남편은 옆에서 "자꾸 걷다 보면 힘들지 않는 것이 산행이다" 라는 철학적인 말도 합니다. 아무 소리 안하고 걸으면서 생각하니 산행을 하면 에너지가 소모되어 땀도 나고 힘도 우선에는 들지만 땀을 통해 또한 몸이 가벼워져서 자꾸 걷다 보면 덜 힘들다는 것 아닐까 혼자 중얼거리면서 걸어갑니다.

걷기도 연습이 된 것인지 시간도 수시로 재어 봅니다. 올라가는 산중턱에는 하얀 봉지도 보입니다. 많이 쌓여 있어 보았더니 비온 뒤 땅이 패인 곳에 뿌려 달라는 내용 같습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 부부 말고도 저 멀리서 어떤 가족들도 하얀 봉지를 각각 손에 들고 갑니다. 

한여름 지친 광교산에 올라 산을 보듬어 주다_2
한여름 지친 광교산에 올라 산을 보듬어 주다_2

한여름 지친 광교산에 올라 산을 보듬어 주다_3
한여름 지친 광교산에 올라 산을 보듬어 주다_3

남편은 한참을 들다가 무거우니 배낭 속에 넣겠답니다. 배낭 속에 두 봉지를 넣고 보니 꽤 무겁다고 합니다. 아마도 한 봉지에 3kg에서 4kg 정도는 거뜬히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그 무게 두 봉지면 꽤 무겁지요. 산을 오르는 상태에서는 말입니다.

그래도 움푹 팬 곳을 찾다 보니 보입니다. 저수지 길에서 한마음 약수터 이정표를 보고 그쪽으로 가다가 통신대 헬기장 이정표 부근에서 하얀 봉지 두개를 배낭에서 꺼냅니다.

바닥에 부었습니다. 나름 흐뭇해하는 남편 그리고 기자가 옆에서 미소 짓고 있습니다. 광교산을 모처럼 산행하는데 광교산은 여름이구나 하였더니 정말 여름 맞았습니다. 갖고 간 하얀 봉지를 맨 남편의 얼굴에는 땀이 송알송알 맺혀 있고 기자 또한 무더위를 방불케 하는 땀입니다.

광교산의 여름이 짙어 가는 것을 하늘 보니 알겠습니다. 하늘이 가릴 정도의 나뭇가지들이 옹기종기 펼쳐져 있습니다. 하늘에 지도를 그려도 대단히 녹음이 짙게 깔렸습니다.

남편과 함께 한..광교산 산행. 통신대 헬기장까지 도착하니 저수지 앞에서 걸었던 시간까지 합치면 2시간 30분은 족히 흘렀습니다. 다시 억새풀밭을 끼고 절터 약수터로 내려가는 어귀까지 다다르니 3시간이 훌쩍 넘어 버렸습니다. 시루봉을 거쳐 경기대학교 쪽으로 가면 앞으로도 1시간 30분 기자와 함께하면 더 가야 한다고 합니다.

결국 처음부터 무리하면 안 된다고 기자는 의견을 내었고 남편은 절터약수터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억새풀이 있는 곳에 보니 돌로 묘지처럼 올린 산을 보았습니다. 많은 분들이 다녀갔더군요. 기자 또한 돌 하나를 들어 올렸습니다. 

우리 아들 대학 잘 가게 해주세요. 돌 두 개째 들어 올렸습니다. 우리 딸 고등학교 잘 들어가게 해주세요. 돌 세 개째 들어 올렸습니다. 남편 술 그만 마시게 해주세요. 마지막 돌 네 개째 들어 올렸습니다. 기자 돈 많이 벌게 해주세요. 

보통의 사람들 이야기지만 기자 또한 돌을 들어 올리다 보니 광교산이 그렇게 또 친근하게 다가 올 수가 없었습니다. 이래서 산을 사랑하고 산을 즐기고 산에 올라가는지 모를 일입니다. 군데군데 소나무를 보호하는 글귀가 보입니다. 참나무는 병충해 방지 주사를 주었다고 노란색 비닐지로 뿌리 윗부분을 감싸 놓았습니다.

한여름 지친 광교산에 올라 산을 보듬어 주다_4
한여름 지친 광교산에 올라 산을 보듬어 주다_4

너무 놀라운 것은 참나무 가지가지 마다 노란 비닐지로 싼 그 위에 번호를 다 매겨 두었습니다. 따라 걷다 보니 5천 몇 번까지 갑니다. 그 많은 참나무가 있다는 것도 놀랍지만 살리기 위해 광교산을 잘 유지하게 보존하는 깊은 뜻을 잘 알듯 합니다.

참 좋은 수원시이고 참 훌륭한 광교산입니다. 광교산의 여름은 이렇게 찬란하면서도 건강을 위해 노심초사 관계자 분들의 노고가 눈에 확연히 들어옵니다. 절터 약수터로 내려오는데 남편은 그렇게 힘든데도 평행봉에서 운동을 합니다.

기가 막힐 노릇입니다. 그래도 운동기구가 있다는 것이 또한 즐겁습니다. 고맙습니다. 물의 소중함을 알리는 글귀도 보이고 시도 보입니다.

갑자기 산행의 여독이 다 풀려 버립니다. 절터 약수터로 해서 내려오니 광교산 입구 버스종점이 보입니다. 내려오면서 냇물에 발을 담그고 동동거리는 아이들과 가족들이 보입니다. 여름은 물의 계절이요 여름은 아이들의 계절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여름은 물놀이 안전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쓰레기 무단 투기및 취사도 안 된다는 문구도 보입니다. 안전은 지킬수록 더 안전하다는 말 기자는 평소에 잘 씁니다. 광교산 산행길 4시간 만에 종점에 도착했습니다. 기자도 이젠 산행 잘 합니다. 광교산 산행 잘 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광교산을 사랑하고 아껴야 할 때입니다.

여름나기를 잘 하려면 분명 산을 잘 유지하도록 다같이 노력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하지 말라 할 것이 아니라 우리 어른부터 모범이 되어야만 가능한 여름나기. 광교산은 이미 여름입니다.

시민기자 김성희(@suwon_sctpshk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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