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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만난 가이드 비쉬마 티밀시나
새로운 나라 네팔, 내가 만난 네팔 사람들 11
2012-07-31 04:55:15최종 업데이트 : 2012-07-31 04:55:15 작성자 : 시민기자   김형효

가이드 비쉬마 티밀시나(Bishma Timilsina, 25세)와 포터 Tara Patisubedi, 31세)를 만난 것은 지난 7월 22일 안나푸르나 산행 코스 중 하나인 간두룩(Ghanduruk)에서 타다빠니(Tadapani)를 향해 가던 길에서다. 길에서 만난 그들은 한 사람의 한국인을 가이드하고 짐을 나눠진 사람들이었다. 

길에서 만난 한국인 청년의 친절 덕분에 그들과 함께 하게 되었지만, 우리 일행과 3박4일 산행을 함께 하였다. 그들의 친절은 내가 안내하던 한 지인의 딸인 23세 여성의 짐을 나눠진 사연으로 시작되었다. 나는 그들과 여행을 하고 그 여행이 끝난 지금도 그들과의 여행의 여정에서 잔영처럼 남은 것들을 떠올리게 된다.

산에서 만난 가이드 비쉬마 티밀시나_1
하염없이 쏟아지는 장마비를 맞으며 산행을 하는 한 가족의 모습이다.

산에서 만난 가이드 비쉬마 티밀시나_2
캥거루를 연상할만큼 자신의 배낭을 앞으로 매고 내가 안내하던 일행의 짐을 진 가이드 비쉬마 타밀시나(25세)가 사진을 찍은 내게 밝은 표정으로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짐을 나눠진다고 아련한 추억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짐을 나눠졌다고 모두가 기억에 남는 것도 아닐 것이다. 짐을 나눠진다고 기억하고 싶어지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난 그들을 더욱 기억하고 싶어지는 것이리라. 그래서 난 이 소중한 지면에 그들의 인상을 이야기하고 싶어졌다.

둘은 이미 오래전부터 포카라에 살면서 트레킹 가이드와 포터로 생계를 잇고 있었다. 특히 가이드 비쉬마 티밀시나(Bishma Timilsina, 25세)는 현재 경제학과(13학년)에 다니는 학생이었다. 그는 포카라의 유명한 관광지인 사랑곳(Sarangot)에서 태어나 현재 어머니,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18세 때인 7년전부터 트레킹 가이드를 해왔다고 한다. 이미 7년째에 접어드는 그는 훗날 여행사를 차리는 꿈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내가 안내하는 일행의 짐을 진 첫날부터 계속 변함없는 웃음을 보여주었다. 이틀, 삼일이 지나서도 그의 웃음은 변하지 않았고 그는 가족 산행의 모습에 감동했다며 자신도 가족과 함께 산행을 하고 싶다는 꿈을 이야기했다. 지난 2007년 랑탕 히말라야를 트레킹 할 때 한 스위스 가족 4대가 산행을 하는 모습을 보고 내가 꿈꾸던 일이 생각났다. 인지상정이란 생각이다. 

산에서 만난 가이드 비쉬마 티밀시나_3
주름이 깊은 그의 인상은 얼굴에 꽃이 활짝 핀 모습이다. 무거운 짐을 진 그가 자신보다 가벼운 짐을 진 내게 짐을 져주겠다고 할 때 나는 죄인이 된 기분이었다.

산에서 만난 가이드 비쉬마 티밀시나_4
웃음을 떠나보내면 모든 것을 잃는다고 가르치는 듯하다. 비쉬마의 웃음은 언제라도 나를 가르치기에 충분했다.

그는 짐을 지게 해서 미안하다는 일행에게 오히려 고맙다고 인사를 하기도 했다. 가족의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이유다. 가난을 생각하는 네팔인 청년이 우리 한국인들에게 가족에 소중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말이란 생각이다. 짐을 나눠진 데 대해 감사의 표현을 하고 싶어하는 가족에게 정말 자신에게 좋은 가족의 모습을 보여준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하다며 자신의 선의를 그냥 받아들여달라고 몇 차례 부탁을 하기도 했다. 

포터인 따라 빠티수베디(Tara Patisubedi, 31세) 역시 좋은 마음과 웃음으로 우리 일행을 대해주었다. 산속에서 만난 선인(仙人)을 대하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그의 이름은 우리 말로 별이란 뜻을 가졌다. 마치 별이 꽃처럼 피어나는 듯한 웃음을 보여주었다. 길을 가다 멈춰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나에게 나보다 더 무거운 짐을 진 따라가 힘드냐며 물었다. 그리고 자신이 짐을 대신 져줄 것이냐고 물어올 때는 내가 무슨 죄를 지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과연 그들의 여유는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나는 그동안 수많은 네팔인들을 만났다. 또 산행 중에 많은 가이드와 포터들을 만났다. 그러나 그 둘의 여유와 낙천적인 미소는 느껴보지 못했다. 포터 따라는 네팔을 찾은 등산객들의 짐을 나르는 일을 한지 5년 4개월이 되었다고 한다. 그는 인디아에서 6개월, 카타르에서 2년 노동자로 일하다 온 경험도 있었고 나중에 한국에 가는 꿈을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2002년 결혼해서 두 아들을 두었다고 한다. 큰 아들은 8세이고 작은 아들은 2년 6개월이 되었다고 한다. 로지에서 휴식을 취할 때면 여지없이 전화벨이 울리고 통화를 했다. 금실좋은 부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 굽히지 않는 강한 의지는 그들이 갖는 여유로운 마음속에서 생겨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산행이 끝난 지난 7월 25일 밤에 포카라의 한 한국식당에서 우리는 함께 술잔을 기울이며 다시 만날 것을 기약했고 그후로 몇 차례 통화를 하기도 했다. 그들의 일상에 행복이 가득하기를 기원한다.

*네팔을 찾는 사람, 특히 산행을 하려고 찾는 사람들에게 7월과 8월은 피해야할 시기다. 많은 비가 내리는 이유 때문이다. 우산을 쓰고 배낭을 맨 채 히말라야 줄기산행을 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다. 또 숲속에 암약하던 거머리는 기척 없이 온몸을 파고든다. 우리 일행도 4박 5일 산행기간 동안 여러 차례 이른바 헌혈을 했다. 우스개소리로 Blood Donation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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