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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료를 절반만 받겠소" 소설 같다구요?
2012-07-31 09:41:29최종 업데이트 : 2012-07-31 09:41:29 작성자 : 시민기자   좌혜경

요즘은 자영업 10개가 생기면 그중에 2개가 살아남고 2개 정도가 망하지 못해 근근이 유지한다고 한다. 나머지 6개는 확실히 망하고, 그나마 살아남은 4개중에도 2개는 언제 문을 닫을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한다.

그만큼 자영업이 어려운 실정이다. 그 이유 역시 실직자가 너무 많고, 실직한 사람들이 당장 할 거라고는 자영업 밖에 없으므로 너도나도 자영업에 뛰어들기 때문에 어떤 업종이든 과열경쟁에 이르러 서로 출혈이 불가피해서 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자영업자들의 목을 죄어 오는 건 과열경쟁 뿐만이 아니다. 
엄청나게 오른 기름 값, 재료비, 인건비에 시시때때로 요구하는 건물 임대료가 그중에 하나다. 물론 이중에 한 개만 닥치는 게 아니라 자영업자들에게는 항상 따라 다니는 악다구니 같은 존재들이다.

친구가 수삼 년전에 겪었던 이런 일이 있었다.
셋이나 되는 아이들은 한참 크면서 대학 학비 등 당장 들어갈 돈이 많은 시기에 느닷없이 남편이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남편의 나이가 적잖아 재취업이 어려운지라 고민 끝에 자영업을 하기로 하고 삼겹살 집을 차렸다. 부부의 성실성과 함께 주방 일을 맡은 사람이 잘 들어와 나름대로 장사가 쏠쏠하게 잘 되는가 싶었다.

그런데 어느 날, 구제역이 터지고 온 나라를 휩쓸었다. 그야말로 찬물을 끼얹은 건데 그냥 찬물이 아니었다. 식당에는 손님이 확 줄어들었고 온종일 파리만 날리는 날도 있었다. 그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달간 계속되자 그나마 벌어 두었던 돈 다 까먹게 되고, 결국에는 문을 닫아야만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처음에는 당장 그만두자니 권리금과 시설 투자비가 아깝고 계약기간도 많이 남아 어찌해야 할지 진퇴양난의 입장에 처해 있었다. 하지만 매상이 떨어진 상황에서 비싼 임차료와 인건비, 재료비를 빼고 나면 남는 게 없어 이러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임차료니 뭐니 다 까먹을 수밖에 없어서 결국에 가게 임대료만 까먹는 상황이 계속되자 그거라도 건지자는 생각에 가게를 빼기로 결정했다.

가게 주인에게 이 같은 사정을 이야기 하자 주인은 의외의 제안을 했다.
"구제역이 발생한건 순전히 운이 없는 겁니다. 곧 잦아들겠지요. 박 사장 성실하게 이 가게 잘 운영해준 거 내가 압니다. 앞으로 서너 달만 견디면 구제역은 사라질 테니 그때는 장사가 다시 되겠지요. 내가 가게 임대료(월세) 앞으로 넉 달간 절반으로 깎아 줄 테니까 한번 버텨봐요"

"예~에?"
 아.... 이거 정말 소설에나 나올법한 일이었다. 

임대료를 절반만 받겠소 소설 같다구요?_1
임대료를 절반만 받겠소 소설 같다구요?_1

솔직히 자영업자들은 가게를 얻을 때 계약상 '을'의 입장이다 보니 건물주에게 임차료를 내려달라는 말을 하기조차 어려운데, 그런 말 선뜻 꺼내지 못하고 속만 태웠는데 친구는 한시름 놓게 된 것이다. 게다가 이 소식을 들은 종업원들도 신이 나서 더 열심히 일했다. 건물주의 작은 배려가 또 다른 양보로 이어지는 효과로 나타난 것이다.

결국 구제역은 정말 그 직후 두 달 만에 완전 자취를 감추었고 손님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 하더니 다시 예전의 매출이 오르기 시작했다. 친구는 기사회생 한 것이다. 

지금 소상공인들은 너나없이 어렵게 가게나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적자를 감수하면서 내일은 좀 나아질까 하는 기대 속에 하루하루 연명하는 곳이 많다고 한다.

이 소상공인들의 하나같은 바람은 임대료 같은 운영상 들어가는 고정비의 지출이 줄어드는 것이다. 그걸 견디지 못하면 너도나도 문을 닫게 되고 자영업자들이 자꾸 문을 닫게 되면 동네 골목상권이 죄다 죽어버려 경제의 작은 세포들이 사라지는 꼴이 되는 것이다.

가게 주인, 즉 점포 건물주들이 이럴 때일수록 임대료도 깎아주거나, 임대료 인상을 자제하는 배려와 베풂도 필요하다. 그렇게 해서라도 자영업자들이 살아야만 골목상권도 살고, 상권이 살아야 그 점포의 프리미엄이나 가게의 가치도 올라가는 것 아닌가. 그야말로 윈윈인 것이다.

자영업용 점포를 소유한 건물주들이 지금 극심한 경기 불황을 감안해 이런 열린 마인드로 임대료를 깎아주는 노력도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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