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아들의 휴대폰 문자에서 내 자신을 되돌아 본다
2012-07-31 13:28:25최종 업데이트 : 2012-07-31 13:28:25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군 복무중인 큰아이 문자 '북태평양 기단의 영향으로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는 가운데 하늘을 바라보니 구름 한 점 없어 그 높이가 짐작되지 않는데, 마치 부모님의 은혜와 비할까 싶어 어머님, 아버님 생각이 났고  오찬은 하셨는지, 입맛에는 맞으셨는지, 기분은 어떠신 지가 궁금하여 이렇게 문자를 드립니다'

가끔 분에 넘치게 과한 표현으로 큰아이의 마음씀씀이에 가슴이 찡해질 때가 있다.  도대체 누가 부모고  자식인지 모를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큰아이는 예전부터 마음씀씀이 깊었다. 다들 눈치 본다는 고3 때도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돌아와 식탁에 마주 앉아 간식을 먹을 때면 "엄마 오늘 뭐 특별한 일 없었어요?"하고 묻는다. 졸리는 눈길로 대충 "뭐 매일 그렇지 뭐"하고 대답하면 "엄마가 좋아하는 영화라도 보고오지 그러셨어요?"했다. 

마트에 장보러 갈 때면 아이는 나를 꼭 도로 안쪽으로 밀고 자기가 차도 쪽으로 걸었다. 장 보고 난 후 물건을 들고 오는 것도 당연하게 자기가 하는 줄 안다. 어떤 날 짐이 많아 조금 나눠 들자고 해도 "힘 좋은 아들 뒀다 뭐하게요" 하면서 본인이 다 들고 간다.  그것이 예뻐서 팔짱을 끼고 가면 "남자가 좀 아까운데"하고 농담을 하기도 했다.

막상 큰 아이가 입대를 하고 보니 소소한 일상에서 허전함을 많이 느낀다. 손재주가 좋아 종이로 꽃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칼질을 잘하여 아이는 요리할 때 감자도 깎아주고 채를 썰어주기도 했었다. 음식을 담아 낼 때도 예쁜 것을 좋아하는 나의 구미에 맞게 그릇은 항상 가장 예쁜 것으로 내 왔고 "대충 먹지 뭐" 하면 "엄마는 그냥 가만히 계셔요"했었는데 요즘 큰아이 없는 집에서 매일 무수리 모드다.  

본격적으로 휴가가 시작되는 지난 주말 삼척 친정에 다녀왔다. 계획대로라면 몇 주일 지나 갈 일이었지만 "언제까지나 기다려주지는 않잖아"하는 동생의 말 때문이었다. 혼자 갈 생각으로 버스승차권을 예매했는데 고맙게도 남편이 동행해 주었다. 

매년 겪는 고속도로의 주차장화를 잘 알고 있었기에 아침 일찍 출발했지만 예상대로 도로는 휴가 차량으로 만원이었다. 7시간 넘게 달려온 친정에는 아버지 어머니 두 분 모두 들에 나가시고 집은 비어 있었다. 먼저 간다 전화도 드리지 않고 출발했던지라 들에서 돌아오신 부모님은 무척 반가워하였다. 반가움에 어머니를 안아보니 더 작아지신 듯 내 품안에 쏙 들어왔다. 

아들의 휴대폰 문자에서 내 자신을 되돌아 본다_1
친정집 전경

아들의 휴대폰 문자에서 내 자신을 되돌아 본다_2
텃밭의 오이

아들의 휴대폰 문자에서 내 자신을 되돌아 본다_3
텃밭의 옥수수

한동안 친정에 가지 못한 동안 지붕에 페인트칠도 다시 하고 바닥이며 벽지까지 깨끗하게 수리를 했다. '너무 오랫동안 친정에 무심했구나' 생각하니 미안하기 그지없다. 부모님을 매번 볼 때마다 날마다 다른 세월의 흔적을 찾는다. "다 사는 게 바빠서 그렇지. 우리는 괜찮다"하는 아버지의 말씀이 아무 위안이 되지 않는 것은 그동안 무심함이 후회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아버지, 오늘 저녁은 나가서 먹어요" 하자 "그러면 고모한테 전화해 봐라"하신다. 셋째 고모님은 우리 자식들 보다 더 엄마 아버지를 보살피는 분이다. 서울에서 30년 넘게 살다가 고향 삼척으로 돌아오신지 몇 년 되지 않는다. 그 날 이후부터 고모님은 반찬도 해 주고 농번기에는 들에 나가 부모님과 함께 일도 하고, 지난 초복에는 삼계탕을 끓여 올라와 부모님을 대접했다고 했었다. 그 바쁜 시간 속에서 정기적으로  노인병원으로 자원봉사도 하신다.  

고모님이 예약한 식당으로 가니 삼척의 맛집으로 유명한 곳이란다. 우리 예약석을 제외하고는 빈자리가 없었다. 아버지 엄마에 대한 정이 유별나다고 할 정도로 각별한 셋째고모님은 아버지의 삼계탕 뼈를 발라주고 소금도 넣어 간을 맞추어 준다. 아버지가 삼계탕의 국물이 부족하여 뻑뻑하다고 하자 말씀이 끝나기도 벌떡 일어나 국물을 들고 오신다. 

"고모님 안계셨으면 어떻게 하려고 했어요?" 하자 "다 엄마 아버지가 덕이 많아서 그렇지"한다.

멀리 있는 자식들은 부모님께 핑계거리가 항상 많다. "일이 바쁘다. 아이들 공부해야 한다. 먹고 살기 힘들다는 수 없는 핑계거리를 만들면서 자신들은 즐길 것 다 즐기고 놀 것 다 논다. 누구랄 것도 없이 우리들의 현실이다. 

아이의 문자에 감격할 것이 아니라 부모님께 감격을 드리는 자식이 된다면 얼마나 흐뭇할까?  여름휴가를 다녀오지 않았다면 부모님이 계신 곳을 찾아도 훌륭한 여행이 되지 않을까 한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