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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비를 하시는 시아버님을 뵈며
2012-07-31 17:42:53최종 업데이트 : 2012-07-31 17:42:53 작성자 : 시민기자   이선화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시는 시아버님. 날도 뜨거운데 얼마나 고생스러우실까 걱정되어 참외를 좀 사 들고 갔더니 마침 책상에 엎드려 쪽잠을 주무시고 계셨다.

"아버님, 저 왔어요"라며 살짝 흔들어 깨워드리자 갑자기 화들짝 놀래시며 후다닥 일어나셨다. 너무나 순식간에 놀라 일어나시는 모습을 보고 내가 다 놀랬다.

"눈치껏 눈을 붙여야지, 잠자다 들키면 곧장 보따리 싸야 돼." 
 아버님은 겸연쩍게 웃으시며 놀래신 이유를 설명하셨다. 경비 할아버지들에게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은 국무총리만큼 무섭고, 주민들은 대통령보다도 무섭다고 하신다. 조금만 신경에 거슬려도 당장 "당신들 월급 누가 주는지 알어?"로 시작해 젊은 아줌마들로부터 반말 듣기 십상이라 하신다.

그런 말 듣기 싫어 아예 "예. 예"하신다며 웃으신다.
"그냥, 집에 계세요 아버님. 날도 더운데 너무 힘드시잖아요"
"거 쓸데없는 소리. 너, 나 일찍 죽게 할라구 그러냐? 일거리가 있어야 덜 늙는 거야. 여기 있는 노친네덜 다 복 받은겨. 이런 일자리라도 있으니까"

입주민들 눈치 보며 아파트 경비 일 하시는 아버님이 안쓰러워 집에서 쉬시라고 말씀은 드려 보지만 아버님 말씀도 틀린 건 아니다. 집에서 하릴 없이 천정만 바라보는 것도 고역 아닌 고역이고, 그만한 징역살이가 또 있을까. 몸은 건강하고 힘도 넘치시는 노인 분들이 아파트 경비직은 너무 괜찮은 일거리라고 하니 그렇게 일을 하시면서 다른 건 몰라도 건강을 늘 유지하시는 게 감사할 따름이다.

노동단체에서는 해마다 최저임금을 가지고 정부와 줄다리기를 하는데 아파트 경비원들은 이럴 때마다 최저임금 적용이라던가 혹은 경비원 임금을 올리라는 요구를 스스로 거부하신다. 그렇데 되면 당장 아파트에서 사람 숫자 줄여버리기 때문이다. 

몇 년 전에는 아예 전국의 아파트 경비원들이 청와대에 최저임금을 적용치 말아달라는 황당한 시위와 청원을 낸 적도 있었다. 그 이유는 당연히 지금 받는 것보다 더 올리면 아파트에서 아예 경비원들을 잘라 버리니까  차라리 지금의 급여만 받더라도 그냥 근무하는 게 낫기 때문이라는 생각에서다. 정말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인 것 같다.

아파트 경비를 하시는 시아버님을 뵈며_1
아파트 경비를 하시는 시아버님을 뵈며_1

그렇다면, 인건비야 그렇다 해도 근무 조건은 사람이 사는데 지장이 없어야 하지만 그 노동 강도가 예사롭지는 않다. 1500가구의 아파트를 관리하는 아버님은 아침 6시에 출근해 다음날 아침 6시에 퇴근하신다. 당연히 졸리고 피곤하시다. 그래서 잠을 자고 싶지만 아예 들어가서 대놓고 누울 수 있는 처지도 못되니 경비실 책상에 엎드려 쪽잠을 청하거나 의자에 앉아 고개를 젖히고 피곤함을 누그러뜨리는 정도다.

그러다가 누군가 경비실에 나타나면 불 켜진 경비실에서 꾸벅꾸벅 졸다가 인기척에 선잠을 깨곤 하신다. 휴식 시간이 따로 없어 주민 왕래가 적은 시간에 의자에서 한뎃잠을 청하는 게 전부인 것이다. 
이렇게 이틀에 한 번씩 24시간을 꼬박 일해서 받으시는 돈은 정말 얼마 안 된다. 무릎 관절이 좀 안 좋으셔서 인공관절 삽입 수술까지 하셨던 아버님이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건강에 이상이 없는 것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솔직히 잘리는 게 무서워 눈치 보며 일을 하시다 보니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계시며 육체적 피로나 정신적 긴장감도 상당히 클 수밖에 없다.

아파트 경비 업무를 24시간 하다보면 그게 곧 중노동일수밖에 없다. 그것도 연세가 60세가 넘으신 분들 아닌가. 쓰레기를 바닥으로 던지거나 무단으로 가구를 버리면 그 뒤처리도 경비 몫이다. 자전거가 없어져도, 주차된 차에 문제가 생겨도 주민들은 경비에게 달려가 책임을 물으니 24시간 긴장상태를 유지할 수밖에 없다.

그런 와중에 아침 일찍부터 일을 나가시는 모습도 완전 고령화가 된 우리 사회의 현실인데 이분들에게 직장을 잃지 않으면서 법적으로 근로환경을 개선해 드릴 수 있는 방안이 뭔지 찾아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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