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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대. 기말시험 보는 교실을 엿보다
2013-06-24 01:04:46최종 업데이트 : 2013-06-24 01:04:46 작성자 : 시민기자   심춘자

어떤 일이든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고 그 끝은 또 다른 시작을 의미하기도 한다. 6월 23일 방송대 학생들이 삼일상업고등학교에서 기말시험이 보았다. 국어국문과 1학년은 오전에 2학년은 오후 2시 30분부터 두 과목당 70분씩 3교시 6시 40분까지 이어졌다. 

시험 보는 시간이 오후인지라 늦은 아침을 먹고 일찌감치 출발했는데 시험장을 알리는 안내문 게시판 앞에는 먼저 온 학생들로 분비고 있었다. 그 중에 반가운 얼굴도 보인다. 시험장을 확인하고 교실로 올라갔더니 아직 이른 시간이라 학생들은 몇 오지 않았다. 입실 전에 다시 한 번 학번을 확인하고 동행한 학우에게도 학번 확인을 요구했더니 같은 제3고사장이 맞다고 한다. 창가 쪽으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건너편 건물 계단에서 음악을 틀어 놓고 학생들이 신나게 춤 연습을 한다. 앞자리에 앉은 학우와 나란히 창밖 세상을 엿보았다. 

시간이 흘러 빈자리가 하나 둘 채워지고 그런데 함께 오프라인 스터디 하는 학우들이 보이지 않는다. 학번이 앞뒤로 나눠지면 다른 교실에서 시험 볼 수 있으니 그런가 싶었다. 함께 입실했던 다른 학우가 안절부절 짐을 챙겼다가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다가 어수선하다. 그런 차에 아는 학우가 또 입실한다. 

그래도 늘 함께 시험 보았던 학우들이 없어 함께 입실했던 학우에게 학번과 시험실이 맞는가에 다시 확인했다. 확실하다는 의사표시를 하였고 시험 감독관이 입실했다. 시험 시작하려면 아직은 시간이 있는데 여유 부리고 있는 동안 오프라인 스터디 팀원인 학우가 교실로 급히 들어오면서 손을 흔들며 부른다. 
시험실이 그 교실이 아니었던 것이다. 얼떨결에 책을 가방에 넣지도 못하고 가슴에 안고 나오는데 감독관이 웃으면서 " 정들자 이별이네요" 하고 한마디 한다. 

뒤늦게 1고사실로 입실하는 우리들 보고 웃은 얼굴이 많다. 부끄러운 마음보다 반가운 마음이 더 크다. 출석 확인을 하고 곧 시험이 시작되었다. 시험이란 언제 어느 때 보아도 공부가 충분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문제 읽기에 매달리고 있는데 벌써 다른 학우들의 페이지 넘기는 소리가 하나 둘 나기 시작한다. 
마음이 바빠진다. 손목에 있는 시계를 확인하니 시험시간 70분 중에 겨우 5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4/1을 풀었다니 나만 공부가 안 된 것인가에 불안하고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문제가 넘어갈수록 익숙한 문제들이라 정말 거짓말 같이 슥슥슥 지나간다. 

답안지를 제출하고 복도로 나가자 다음 시험 볼 과목에 집중하여 떠드는 사람들이 없다. 잠시 기다려 시험 감독관이 나가자 시험장은 다시 화기애애해 졌다. 미처 점심을 먹지 못하고 온 학우들은 김밥이며 과일을 간식으로 챙겨와 서로 나눠 먹는다. 언니가 동생을 챙겨주고 동생이 형님을 챙긴다. 순식간에 조용한 피크닉 장소로 변했다. 힘내서 시험 잘 보라는 애교 있는 동생의 초콜릿 선물에 시험장의 긴장감도 훨씬 부드러워진 것 같았다.

다시 시험 2교시가 시작되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한국근대 작가들에 관한 과목인데 눈앞이 캄캄해졌다. 시험문제 유형이 확 바뀌었다. 문제의 지문이 길면 종이도 많이 소비되어 낭비되고, 문제 읽기도 시간이 걸리고 이런저런 것이 모두 불만으로 다가 왔다. 

날선 도끼가 없어도 튼튼한 포크가 없어도 씩씩하고 용감하게 미련 없이 찍고 복도로 나갔더니 지난 쉬는 시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기막히다는 표정이 주류를 이루었다. 다음시간에 시험 볼 과목에 집중이 안 되는지 다들 손 놓고 다음 시간 끝나고 밥 어디 가서 먹을지 그것이 더 궁금하다.

3교시는 밥 먹고 놀 생각에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게 짐 챙겨서 나왔다. 시험 결과보다 시험이 끝났다는 것에 속이 후련했다. 시원 섭섭이란 말이 세상에 어디 있나. 시원하면 시원하고 만거지. 시험장을 빠져나오는 학우들의 얼굴은 엄살인지 진심인지 가늠하지 못할 다양한 표정을 했고 " 야 신난다, 밥 먹으러 갑시다" 등 한마디씩 던졌다. 

방송대. 기말시험 보는 교실을 엿보다 _1
방송대. 기말시험 보는 교실을 엿보다 _1

장학금을 받든지 아니면 계절 학기를 더 들어야 할지 내일이 오기 전에 희비가 엇갈리겠지만 봄부터 직장과 가정에 소홀하지 않고 학생으로 주부로 직장인으로 충실한 학우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이로써 8번의 기말 시험 중에 3번이 끝났다. 시험이란 존재가 없으면 세상살이가 참 무기력하고 재미없을 것 같다. 삶의 중간 중간 긴장하고 내가 선 자리를 확인 하면서 의미 있는 생활을 개척해 나가는 것도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남들보다 늦게 하는 공부가 자랑거리는 아니다. 하지만 늦게 배운 도둑질이 날 새는 줄 모른다고 했던가. 제 때 배운 배움의 즐거움을 다 누리고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었을까? 늦은 시간 벌써 과거가 되어버린 지난 학기의 교과서는 한쪽으로 몰고 다시 만나게 될 2학기의 교과서의 자리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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