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바로가기본문 바로가기하단 바로가기

상세보기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즐거운 하루
초등학교 동창모임
2013-06-24 10:45:10최종 업데이트 : 2013-06-24 10:45:10 작성자 : 시민기자   문예진
사람들과 어울려 살다보니 이런 모임 저런 모임, 꽤 여러개의 모임을 가지고 있다. 나이들어 갈수록 만나는 사람들과의 인연이 소중하고 감사해서 밥 한끼 먹고 차 한잔 마시다보면 자연스럽게 모임이 되는 경우도 많다. 
모임마다 나름대로 즐겁고 신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설레이고 기다려지는 모임은 바로 초등학교 동창 모임이다. 
세월을 건너뛰어 초등학교 시절의 마음으로 돌아가기 때문인가 보다. 

내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하루에 버스도 몇번 들어오지 않는 시골 마을에 있었다. 그래도 학교가 위치해 있던 마을은 다른 마을보다는 번화한 편이었는데 버스가 들어오고 이발소가 있고 우체국도 있었으며 약국이 아닌 약방이 자리하고 있어서 어린 우리 눈에는 그 동네 아이들이 살짝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했다. 

1반과 2반, 한 학년에 두개반 뿐이었던 우리는 친구들끼리 서로 모르는 아이가 없이 지냈다. 가끔은 남의 동네로 마실도 다니며 어울려 놀다보니 그때 친구들은 모두가 형제 같은 느낌의 가장 소중하고 귀한 인연들인 것이다. 젊은 시절에는 내 가정 꾸리고 자리잡느라 다들 정신없이 살다가 아이들도 다 크고 각자 하고 있는 일들이 안정되면서 그리운 친구를 찾아 하나둘 모이다 보니 지금은 꽤 많이 참석하는 거창한 동창회가 되어있다.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즐거운 하루_1
앨범이 아닌 한장짜리 졸업사진
 
시골은 같은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선택의 여지없이 다 같이 같은 중학교를 다녔기때문에 초등학교 동창들 대부분은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모두 9년을 함께 생활했던 친구들이다. 
그런데 처음 동창회에 나갔을때는 얼굴만 봐서는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친구들도 있었다.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누구였더라? 머리만 바쁘고 속은 답답했는데 그런데 참 신기한것은 기억에 없던 친구들도 약간의 시간이 흐른뒤에는 초등학교시절 교실에서 재잘거리며 놀던 그 느낌이 그대로 살아나는 것이다. 

시골에서 어린시절을 보낸다는건 참으로 큰 축복이다. 
모내기가 끝난, 딱 요맘때쯤이면 논에 물을 대느라 집 앞 또랑으로 물이 흘러갔는데 아침이면 일부러 그곳에 나가 세수를 하면서 놀았고 또랑 옆으로 무성한 수플을 밟으면 튀어나오는 미꾸라지를 잡기도 했고,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과 잘 놀다가도 무슨일로인지 투닥거리며 싸우기 시작하면 옆에있던 형제, 자매들이 끼어들어 가족 대 가족의 전쟁이 시작되기도 하고 그랬던 아름다운 기억을 남겼으니 말이다. 

보리베기철이 되면 시골은 그야말로 전쟁터가 되곤 했다. 
기계화가 되기전 모든 작업을 손으로 직접해야 하던 시절이라, 빨리 보리를 베어내고 모를 심어야 하는데 일손은 딸리고 할일은 많고 그러다보니 농번기방학 이라고 해서 며칠씩 학교를 쉬어 주기도 하고 많은 친구들이 집안일 돕느라 학교를 결석하기도 했다. 

초등학교 어린 꼬맹이들의 고사리손도 필요할때다 보니 해마다 보리베기철에는 학교에서 단체로 보리베기를 하러 지원을 나가기도 했다. 
고사리손에, 숫돌에 갈아 시퍼렇게 날이 선 낫 한자루씩을 들고 논으로 투입돼서 보리베기를 하다보면 여기저기에서 손을 다쳐 피가나는 친구들이 생겼는데 그중에는 나도 단골 환자중의 한명이었다. 
그렇게 봄을 보내고 여름, 가을도 지나 겨울이 되어 눈이 펑펑 내린 다음날이면 선생님들은 두 반 아이들을 끌고 연합으로 토끼몰이를 하러 가기도 했다. 

두팀으로 나뉘어진 아이들중 한 무리의 아이들이 산위에서 토끼를 몰아내려 오면 아래쪽에 기다리던 또 한 무리가 토끼를 잡는 방법인데 정말로 토끼를 잡았었는지 내 기억에는 없는데 친구들 말에 의하면 잡은 토끼로 선생님들이 즐거운 회식을 하셨다고 하니 어린 제자들이 선생님들을 위해 큰일을 하기도 했던것 같다. 
그 시절 추억은 언제 들추어내도 항상 아름답다. 참 아름다워 가슴이 저리다. 

그런 추억을 함께 간직하는 친구들을 만나는것, 그것이 바로 힐링인것이다. 
동창회 며칠전부터 설레이며 나름대로 준비를 한다. 평소에는 안하던 얼굴 맛사지도 하고 손톱 발톱도 신경써서 다듬어 예쁜 색칠도 해보며 얼굴에는 연신 웃음꽃이 피어난다.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즐거운 하루_2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간, 즐거운 하루_2
 
모임 장소가 서울이라 평소 같으면 전철을 이용했을텐데 새로운 기분으로 가고 싶어 수원역에서 기차를 타기로 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기차를 타니 정말로 내가 살았던 고향마을로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것처럼 설레이고 흥분되는것이 여행의 맛이 느껴진다. 해마다 여름과 겨울 두번씩 만나는데 이번 모임에는 백여명의 동창들중 20 여명의 친구들이 참석했다. 

굳이 동창 모임이 아니더라도 이러저러한 일로 만나는 친구들도 많은데 무슨 할말들이 그리 많은지 시끌벅적 하하호호 추억들이 넘쳐 흐른다. 
살면서 다방면의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친분을 유지하지만 가장 철 없고 때 묻지 않았던 시절을 함게 보낸 초등학교 친구들이 그중에서도 가장 소중하고 귀한 재산인것 같다. 목사동 초등학교 51회 친구들아! 사랑한다.

연관 뉴스


추천 0
프린트버튼
공유하기 iconiconiconiconiconicon

 

페이지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