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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책 읽는 터줏대감 아이를 보다
2012-07-29 11:18:52최종 업데이트 : 2012-07-29 11:18:52 작성자 : 시민기자   권정예

도서관에서 책 읽는 터줏대감 아이를 보다_1
도서관에서 책 읽는 터줏대감 아이를 보다_1

하나 둘 셋 넷... 도서관 문을 열고 씩씩하게 들어오는 아이들을 보면서 여름방학이 본격 시작됐음을 느껴본다. 

영어 수학 공부하러 학원으로만 가기 보다는 할머니댁 농촌으로 달려가 자연 체험을 해도 좋고 산으로 들로 나가 뛰어 놀아도 좋고, 이렇게 도서관으로 피서(?)를 오는 것도 참 현명한 방법이다.

주말마다 짬을 내어 도서관에 갈 때마다 항상 책을 대하는 설렘으로 쫑알대는 아이들에게 나도 같이 끼워 달라고 떼를 쓰고 싶지만 자신이 없다. 나이를 인정해야지...

도서관에 악당(?)이 한 녀석 있다. 내 기억으로는 약 7개월 전쯤에 처음 본 이 악당은 처음 도서관에 왔을 때는 혼자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산만하기 그지없고, 도서관 직원 선생님들로부터 요주의 인물로 찍혀 있었는데 이제는 완전히 터줏대감 노릇을 한다. 

7개월 전 당시 이 녀석은 도서관은 조용히 책만 읽는 곳이라는 어른들의 고정관념을 보란 듯이 깨며 도서관 문을 씩씩하게 열고 들어왔다. 

책을 보고 있던 나와도 눈이 마주쳤는데 그 특유의 미소를 흘리면서 도서관 순례를 시작했다. 어차피 책에는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재미있는 장난거리를 찾아 여기 기웃 저기 기웃, 혼자만 괜히 바쁘다. 

아이를 데리고 온 엄마 역시 천방지축처럼 나돌아 다니는 아이 때문에 노심초사하면서 미안해하고 안절부절 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까봐서 였을 것이다.

엄마의 불안한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는 도서관 순례가 싫증이 나면 책 읽는 형 누나들 틈에 슬쩍 끼어들어 슬슬 시비를 걸어보다 상대를 안 해주면 죄 없는 유아용 의자들을 깡그리 모아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기발한 방법을 동원시켜 깔아 놓고 넉살 좋게 앉아서 놀았다. 

그렇게 두세 달 시간이 흐르면서 도서관 직원 선생님들도 슬슬 이 아이의 행동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첫 단계인 도서관 순례를 끝내고 다음 단계로 이어지는 자연스런 행동을 모두 생략 한 채 슬그머니 책을 꺼내더니 구석진 자리에 엎드려서 낄낄대면서 책을 읽는 것이 아닌가!. 

내가 주말에 도서관에 갈 때마다 아이를 본 것이니 이 아이의 엄마도 주말마다 짬을 내어 아이를 데리고 온 게 분명한데 늘 이 녀석의 행동을 보아온 나는 이렇게 변해가는 아이에게 미안함마저 들었다. 

나도 처음에는 "뭐 저런 애가 다 있지? 왜 아이 엄마는 저런 아이를  왜 데리고 와서 도서관 분위기를 해치는 거야?"라면서 불만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나이가 어린 아이들에게 책은 그저 재미가 없는 낡은 장난감정도의 개념이다. 어른들의 욕심에서 책에는 관심이 없는 아이들에게 억지로 책을 떠넘기고 읽으라고 강요하면 당연히 아이들은 책과 멀어 질 수 밖에 없다. 아이들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아이들의 마음으로 기다리는 일을 어른들은 잘 하지 못한다. 

어른들이 아이들 앞에서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고 책 속에 재미있는 장면이 나오면 체면 불구하고 배를 잡고 뒤집어지는 모습, 낄낄대며 콧물을 흘리다 슬쩍 책장에 닦는 모습, 이런 모습을 어른들이 보여준다면 옆에서 지켜보는 아이들은 그걸 보면서 책에 호기심을 느끼고 좋아하는 게임만큼 책도 재밌는 거라고 슬며시 느끼게 되지 않을까. 

이 아이를 보면서 역시 아이들에게 도서관은 무조건 책만 읽어야 하는 엄숙한 곳이 아니라 실컷 놀다가 짬나면 책도 보는 '놀이터'로 인식하게 하는 게 참 중요하다 는걸 깨달았다. 그 놀이에 익숙해지다 보면 아이들은 그만 읽고 집에 가자고 사정해도 책에 빠져 집에 갈 시간을 잊고야 만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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