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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하우스 구경만 하고 나오는 심정
2012-07-29 16:02:42최종 업데이트 : 2012-07-29 16:02:42 작성자 : 시민기자   김기봉

모델하우스 구경만 하고 나오는 심정_1
모델하우스 구경만 하고 나오는 심정_1

출퇴근길 길 건너에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더니 얼마 전부터 드디어 입주가 시작되었다. 밤이면 캄캄하던 아파트에 하나 둘 불이 켜지고, 아파트 입구에는 상가도 문을 열었다. 

여기저기서 이사 오는 모습을 보면서 아내가 부러워하는 눈치기에 '우리도 이번에 분양한다는 동탄2도시 모델하우스나 한번 가볼까' 했더니, 아내는 '괜히 시간만 낭비하는 것 아니냐'면서도 선선히 따라 나섰다. 
모델하우스에는 토요일 오후라 그런지 사람들이 꽤 많았다. 

높은 천장과 화려한 조명 그리고 예쁘게 차려 입은 도우미들의 입심 좋은 설명을 뒤로 하고 이곳저곳 둘러보았다. 역시 모델하우스에 가 보면 정말 집 좋아 보이고, 당장 계약하고 싶고, 빚을 내서라도 입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사실. 예전표현으로 25평짜리를 거쳐 33평에 38평, 그리고 45평형까지 정말 마감재도 훌륭하고 탐이 날 정도였다. 

몇 군데를 다녀봐도 사정은 비슷했고 사람들 저마다 자기 형편에 맞는 평수를 골라 위치나 시설, 주변 환경 등등 꼼꼼히 묻고 체크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 정도 집이면 이사 안 다니고 죽을 때까지 눌러 살아도 되겠다." 
아내는 33평 아파트를 둘러보며 마치 내 집이라도 되는 듯 혼자서 가구를 머리 속으로 옮겨본다.
결혼 생활 수십 년이 지나도록 아직 내 집은 고사하고 변변한 아파트 전세도 마련하지 못한 가장의 미안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내는 들떠 있었다. 

"다음에 돈 많이 벌면 방금 본 집보다 두 배 더 큰 집에서 살게 해 줄게." 
모델하우스 문을 열고 나오면서 큰 소리를 쳤더니 아내는 피식 웃었다. 
"가면서 그림 액자나 하나 사가지고 가자, 아까 거실 벽에 걸려 있던 농촌 초가집 액자 예쁘더라." 아내의 말에 그만 웃고 말았다. 

예전에 모델하우스 앞에 갔다가 속칭 '떴다방'이라는 부동산업자들이 텐트를 쳐 놓고 있으면서 분양권 넘기거나 살 거면 꼭 전화 달라며 명함을 건네기에 한바탕 싸운 일이 떠올랐다. 모델하우스만 들어서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서 이런 식으로 분양가에 거품을 만들고 그 부담을 고스란히 실수요자에게 떠넘기는'떴다방'업자들에게 너무나 화가 났기 때문이었다. 

다른 이들은 아파트 분양 받는 것이 재산 증식의 수단이 되어 분양을 받고 프리미엄을 붙여 되파는 일이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르지만 그런 이들 때문에 실수요자들이 기회를 놓치고 그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사게 되든지 아니면 포기해야 하는 것이 현실 아닌가. 

그래서 그때 당시 불끈 분노가 치솟아 혼잣말로 "나쁜 자식들"했는데 떴다방 남자가 그 소리를 알아듣고 한바탕 싸움이 붙은 것이다. 아내가 말리지 않았으면 정말 주먹질이라도 할 기세로 서로 험악한 분위기였는데 지금도 그때 생각만 하면 정말 속상하다. 

세월이 흘러 정부가 집값을 안정시켜서 이제는 부동산 경기가 예전 같지 않아 이런 떳다방들도 사라진 듯 하다. 
사실 어찌 보면 세상사는 이치가 다 그런 것인데도 현실을 현실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심한 박탈감을 느끼는 제 자신에게 화가 난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해 본다. 냉엄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 정도도 못하는 내가 바보스러워 생겨난 자격지심은 아니었는지... 

많은 사람들이 제 잇속 차리며 아파트를 사고파는 동안 아직 그 정도 여건이 안 되는 내 자신의 초라함에 화가 났는데, 그 화풀이를 다른 이들에게 한 것인지도...그렇지만 그런 거 안하는 내가 바보스럽다는 점은 40점, 그런 거 안해서 정직하게 살고 있다는 생각에 60점을 주며 살고 싶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모델하우스에서 봤던 비슷한 농촌 초가집 그림 액자를 하나 샀다. 다음에 내 집이 하나 생긴다면 그때 거실 벽에 걸어 놓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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