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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것이면 손을 대지 마세요
길가 남의 채소밭을 자기아이 학습장으로 사용하던 사람들
2013-06-19 08:29:24최종 업데이트 : 2013-06-19 08:29:24 작성자 : 시민기자   이수진

주말마다 고향에 내려간다. 우리 집은 외곽지역에 있어서 논이나 밭을 쉽게 구경할 수 있다. 그리고 지나가는 길 옆의 틈새 땅에도 채소 등을 심어 놓은 곳들이 많다. 
도로가 있고 인도가 있고, 인도 옆에 채소밭이 있는 상황을 상상 해보면 된다. 파나 상추가 무성히도 자란 갓길을 지나가다 보면 걱정부터 든다. 왜냐하면 그냥 사람들이 자주 지나가는 길이니까, 심어놓은 채소들을 도둑 맞을까봐 그렇다. 솔직히 내 땅 소유는 아니지만 괜히 누군가가 새벽에 파를 뿌리 채 뽑아가진 않을까?라는 걱정을 한다.

마트에서 파 한단 가격이 싸진 않기 때문에, 간혹 몰래 뽑아 가는 사람들도 한 두명씩은 있을거란 예상을 해 본다. 이렇게 무방비 상태에 있는 갓길에 작은 채소 재배 땅을 보면서 사람이 아닌 동물들도 채소밭을 망가뜨릴 위험이 있을 것만 같았다.

떠돌아 다니는 강아지나 고양이들이 먹이를 찾아서 쉽게 밭에 들어가는 모습을 심심치 않게 발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아파트 밑에는 바로 앞서 말한 길 옆 채소밭이 많다. 세탁소를 가는 길에 길 옆에 작은 채소 밭을 일구시는 아저씨를 보았다. 등을 굽힌채 열심히 채소 가꾸는 일에 집중하시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누군가에게는 자식같이 소중하게 가꾸는 밭이고 채소들일텐데, 이것들을 맘대로 훔쳐가는 사람이나 망가뜨려 놓는 동물들을 막기 위해 보호장치라도 설치했으면 하는 마음까지 들었다. 그런데 따로 보호장치 같은 것은 설치 되어 있지 않았다. 내가 주말 마다 내려가는데 한번도 본적이 없다. 

그렇게 열심히 채소밭을 일구시는 아저씨를 뒤로 한 채 볼일을 보고 다시 집에 돌아가는데 내 앞을 걸어가고 있던 아이들과 아줌마들이 상추밭을 보고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땅에서 자라고 있는 채소들이 무엇인지를 설명해주는 듯 했다. 
손가락으로 '이것은 상추고, 저것은 파고, 집에서 우리 @@이 좋아하는 꼬기랑 같이 먹는 녹색상추'라는 설명을 덧붙이며 한창 관찰탐구에 열중이었다. 그런데 아이들은 아직 잘 모르니까 행동이 막무가내일수밖에 없다. 

그냥 신발을 신은채 밭을 성큼성큼 들어가서 파가 막 자라기 시작한 것을 앉아서 손으로 뽑아보는데, 아이 엄마들이 크게 말리지는 않고, 그게 파라며 교육을 시키는 것에 여념이 없었다. 그래도 남의 땅인데 저렇게 아이가 막 들어가는 것을 가만 내버려두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애꿏은 파 하나만 뽑혀 버렸다. 그 뒤에 엄마가 아이의 행동을 수습 하기 위해 대충 파를 다시 땅에 박아 두긴 한 것 같지만, 진짜 양심 없다라는 생각을 해 본다. 하물며 자기 소유의 땅도 아닌데 그렇게 맘대로 발로 밟고 채소들을 뽑아도 되나?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나마 다행인게 검은 봉지로 쌓아놓은 밭이라서 작은 체구의 아이가 밟아도 그리 큰 손상이 가지 않아 보였다. 

남의 것이면 손을 대지 마세요_1
오른쪽을 보세요. 뽑혀진 파

반정도 뽑혀진 파뿌리를 다시 심어주고 싶었지만, 까마귀 날자 배떨어진다는 속담이 있듯이 괜히 내가 오해를 받을까봐 그냥 모른척 하고 지나쳐 왔다.  이 채소밭 아저씨는 어떤 마음으로 보호장치 하나 없이 채소밭을 일구고 계실까? 
그냥 마음을 비우시고 계신 것인지 아니면 사람들을 믿는 것인지 알도리가 없지만, 그래도 나무 판자떼기라도 하나 설치해서 밭에 들어가지 말라는 표시정도는 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나의 이런 오지랖을 이 채소밭 주인 아저씨는 아실까? 참 여러 가지 위험성이 도사리고 있는 도로 옆 채소밭에서도 그래도 굳건하게 자라나고 있는 건강한 녹색 빛의 파들을 보면서 새삼 생명은 끈질기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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