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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용차 대신 버스타고 출근해보니
2012-07-26 12:53:24최종 업데이트 : 2012-07-26 12:53:24 작성자 : 시민기자   권혁조
승용차 대신 버스타고 출근해보니_1
승용차 대신 버스타고 출근해보니_1

오르는 기름 값이 무서워지면서 최근에 버스 타는 날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내도 건강 생각해서 가끔 걸어 다니는 남편을 보면서 기름값 아껴서 좋다며 반겼다. 
내가 사는 곳에서 회사 가까이에 가는 버스를 타려면 버스 정류장까지 20분 조금 넘게 걸어야 하니 운동삼아 걷기에는 너무 딱 좋다. 

얼마전 오랜만에 편안한 내 차 놔두고 버스를 타려고 나선 첫 날. 마치 첫 직장에 첫 출근을 하는 듯이 떨리고 긴장됐다. 오랫동안 안탔던 버스다. 
10여분 기다리니 버스가 왔다. 눈치껏 버스에 올랐다. 교통카드는 준비했지만 한 번도 써본 일이 없으니 어떻게 할 지 모르겠다. 
그냥 엉거주춤 카드를 내밀었더니 기계에서 '삐'하며 거부하는 소리. 잘 대라는 자동음성 안내에 따라 다시 카드를 갖다 댔지만 계속 '삐삐'하는 소리만 났다. 승객들이 모두 날 쳐다보는 것 같고, 뒷사람은 어서 들어가라고 재촉하는 것 같고, 날도 더운데 아저씨는 더 더워하는 것 같고. 식은땀이 흘렀다.  

뭐가 잘못 됐는지는 몰라도 일단 카드가 안되니 서둘러 지갑을 꺼냈다. 그런데 버스 요금이 얼마지? 버스요금을 몰라 놀림감이 됐던 국회의원이 떠올랐다.
눈치 봐가며 겨우 얼마인지 묻고 동전을 세어 천원짜리 한 장과 함께 통에 짤그랑 털어 넣었다. 어릴 때 받은 반공교육에선 간첩 식별요령 첫 번째가 버스 요금 모르는 건데. 내가 딱 그꼴이 된것 같아 의자에 앉아서도 뒷통수가 뜨겁다. 

버스가 복잡한 시내로 들어서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내려서 보니 시내버스 갈아 타는 일은 더 난감했다. 노선 안내도는 복잡하기만 하고, 바쁜 아침 시간에 버스마다 일일이 물어보기도 번잡스럽다. 이미 출근 시간은 촉박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몇 번 버스를 타야할 지, 버스 타고 노선대로 돌아가다 보면 너무 늦어지는 것은 아닌지. 순간, 택시를 탈까 싶은 유혹이 생겼다. 후우, 그래도 여기까지 온 게 어딘데. 

결국 사무실까지 무작정 걸었다. 한여름 아침 햇살이 그렇게 뜨거운건지는 처음 알았다. 오후 12시는 넘어야 날이 더운줄 알았는데, 이렇게 뜨거울줄이야.
결국 버스도 택시도 포기한채 뜨거운 여름 햇살을 이고 20분을 빠른 걸음으로 걷고 나니 운동을 하고 난 듯 온 몸이 땀에 흠뻑 젖었다.   

사무실에 도착하고서도 젖은 옷과 더위 때문에 에어콘 앞에서 한참 멍하게 서 있었다. 자가용으로는 20분이면 시원하게 도착했을 것을, 한 시간도 넘게 걸렸다. 마음이 잠깐 흔들렸다. 기름 값만이 아니고 이런 시간까지도 계산에 넣으면 자가용 출퇴근이 더 나은 게 아닐까? 

일단 그 날은 직원들에게 내가 갈아타야 하는 곳에서 버스의 노선을 확인하는게 급했다. 물어물어 확인해 보니 회사 앞으로 오는 버스가 의외로 많았다. 
그리고 다음날은 출장이 끼어 있어서 차를 가지고 나왔고 그 다음날은 다시 버스로 출근을 했다. 아울러 버스를 갈아 타야하는 곳에 도착해 직원들이 알려준 번호대로 기다렸더니 정말 금새 당도했고 회사까지도 쉽게 갔다. 지각은 안했다.

이렇게 출근한 며칠은 기진맥진이었다. 그런데 그것도 몇 번 오가다 보니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익숙해질수록 버스 타는 일도 점점 편해졌고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걷고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회사 업무에 대한 계획도 세워 보고.

그렇게 2, 3주 지났다. 이거 정말 버스 타볼만 하다. 
어느 새 이젠 차를 끌고 나오는 게 더 불편하다는 생각이 커져가고 있다. 정체에 시달려 가며 운전하기도 귀찮고, 주차장에 세워놓고 하루 종일 뙤약볕으로 차를 달구는 것도 마뜩찮다.  
재미도 있다. 앞으로 버스 타는 날을 더 늘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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