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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농부의 텃밭에서 행복이 자란다
'수원 텃밭 보급소'가 마련한 씨앗 어린이 학교에 가보니
2013-06-15 02:33:05최종 업데이트 : 2013-06-15 02:33:05 작성자 : 시민기자   신연정

지난 봄, 6살 둘째가 유치원에서 토마토와 상추 모종을 가져왔다. 화분에 옮겨 심고 애지중지 했건만 영 시들시들 한 것이 기르는 내내 맘이 편치 않았다. 이렇게 겨우 모종 두 개도 잘 돌보지 못해 안절부절 하는 우리 가족이 과연 텃밭을 일굴 수 있을까? 의구심으로 시작한 텃밭 실험이, 지금 2달 째 순항 중이다.

실험에 적극 나선 것은 두 아들이다. 아무리 작은 텃밭이라 해도 뭘 좀 알아야 가꿀 수 있을 텐데, 마침 '수원 텃밭보급소'가 수원시 마을 르네상스 지원단의 지원을 받아 '씨앗 어린이 학교'를 마련한다고 해서 얼른 등록했다. 

씨앗 학교가 열리는 당수동 시민 농장에 처음 들어선 순간, 수원에 이렇게 넓은 농지가 있었다니 놀라웠다. 성인들을 위한 도시 농부 학교도 함께 이뤄지고 있어서 농장 곳곳에서 활기가 넘쳤다. 정말 텃밭 농사가 캠핑만큼이나 요즘 사람들의 관심사구나 싶었다. 
우리가 가꿀 텃밭은 아들 둘의 것을 합쳐도 겨우 한 평이나 될까 싶은데, 그래도 상추부터 토마토, 감자, 고추까지 두루두루 심어 꽤 알찬 모양새다.

어린 농부의 텃밭에서 행복이 자란다_1
어린 농부의 텃밭에서 행복이 자란다_1

첫째에게 텃밭 이름을 정하라 하니 '나무 농장'이라고 부르고 싶단다. 푯말까지 세우고는 자기 밭이라고 얼마나 좋아하는 지, 두둑 만들기부터 모종 심기에 요즘 한창인 잡초 뽑기 까지, 땀이 뻘뻘 나도록 열심인 녀석을 보며, 그저 개구쟁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저렇게 한 순간에 진지해 질 수도 있구나, 놀라웠다. 

씨앗 학교에서는 텃밭도 가꾸지만, 곤충 관찰, 천연 염색 등 농작물과 관련된 활동이 또 별도로 이뤄지기 때문에, 아이들의 호기심을 더욱 충족 시켜준다. 어린 둘째도 선생님 말씀 따라 상추를 거두고 잡초를 뽑고 제대로 일꾼 노릇을 한다. 물론 심어놓은 고추를 송두리 째 뽑고선 잡초라고 우길 때도 있지만 말이다.

어린 농부의 텃밭에서 행복이 자란다_2
어린 농부의 텃밭에서 행복이 자란다_2

상추를 따다 보면 종이 박스에 금방 한 가득 들어찬다. 일주일에 한 번씩 솎아주니 웃자란 것들도 있는 데, 그래도 야들야들 싱싱한 상추를 매 주 주말 마다 거두니 어린 농부지만 꽤 수확이 괜찮은 편이다. 덕분에 이웃들에게 상추 인심은 팍팍 쓸 수 있게 됐다.

어린 농부의 텃밭에서 행복이 자란다_3
어린 농부의 텃밭에서 행복이 자란다_3

잠시 쉬는 시간, 큰 녀석 어딘가로 사라졌다 했더니, 들꽃을 모아 꽃다발을 만들어 왔다. 엄마 선물이라며 내미는 데, 어쩜 이리 고운지, 뙤약볕도 저리가라 엄마 기분이 하늘을 난다. 텃밭을 가꾸며, 우리 가족은 토요일을 보내는 패턴이 완전히 바뀌었다. 

늦잠을 자거나 평소 잘 못 봤던 TV를 실컷 보는 날이었던 토요일 아침, 이제는 이른 아침을 먹고 텃밭으로 간다. 김도 매고, 물도 주고, 상추도 따고, 바삐 움직이면서, 일주일 동안 있었던 일들을 자연스럽게 얘기 하게 되니, 가족 간에 이보다 더 좋은 대화의 장이 또 없다.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니 늘 띵 하고 무겁던 머리도 상쾌하다. 

어린 농부의 텃밭에서 행복이 자란다_4
어린 농부의 텃밭에서 행복이 자란다_4

첫째가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교육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다. 남들 다 간다는, 영어학원이며 수학 학원에 우리 애도 맞춰 넣어야 할까 사실 이런 생각도 했다. 하지만 머리를 채우는 학원 대신에 몸을 움직이는 텃밭에서 놀고 있는 지금이 아이도 나도 몇 십 배는 행복하다. 

행복이 뭔지 알려주는 책을 몇 십 권 읽은들 뭐하겠는가? 정말 행복한 게 뭔지, 직접 느껴 봐야 하지 않을까? 상추, 고추, 감자뿐만 아니라 행복감도 함께 키우는 것이 바로 씨앗학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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