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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잃은 5형제..눈물의 모내기
모내기철 비가 내리면 아버님이 좋아하셨는데
2013-06-12 14:32:46최종 업데이트 : 2013-06-12 14:32:46 작성자 : 시민기자   박종일

운동이 부족한 기자는 시간이 날 때마다 부지런히 마을 뒷산(매봉산)과 서호천을 찾아 운동과 정신의 힐링을 즐긴다.
매봉산 입구 청개구리공원 배후지에 논이 있다. 그곳에서 '손모내기 체험행사'를 율천동마을만들기위원회와 자치위원회 주관으로 시행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세상 참 많이 변했다. 눈만 뜨면 했던 모내기를 체험해보는 세상이 되었으니 말이다.
도시에서 자라는 청소년들은 모내기를 왜 해야 하는지 조차 알지 못한다. 논에서 직접 손 모내기를 한 번도 체험해보지 못한 청소년들이 대부분일 것이다. 

아버님 잃은 5형제..눈물의 모내기_1
아버님 잃은 5형제..눈물의 모내기_1

시골 농번기, 바쁠 땐 부지깽이도 거든다.

'손모내기 체험행사'를 통해 청소년들이 쌀 한 톨의 소중함을 느끼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란 생각을 하며, 모(벼)가 곱게 심어져 있는 논을 바라본다. 조용히 고향의 농번기와 눈물의 모내기 생각에 잠긴다.
기자의 고향은 벼농사를 주업으로 하는 농촌이다. 어릴 적부터 논과 밭에서 뛰어놀며 들판의 곡식들과 함께 성장했다.

24절기 중 9번째인 망종(芒種)은 벼나 보리 등 수염이 있는 곡식의 씨앗을 뿌리기 좋은 때이다. 지금이 바로 그 시기로 보리베기와 모(벼)를 심는다.
시골에서 가진 거라곤 오직 논과 밭이 전부다. 이곳에 이모작 농사로 한시라도 놀리지 않는다.  보리와 밀을 수확하면, 그 자리에 모내기로 이어지는 농촌은 지금이 농번기 최고 절정이다.
바쁜 농번기를 빗대어 '불 때던 부지깽이도 거든다. 죽은 종장도 일어나 일을 거든다.'는 말까지 생길 정도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시골의 농번기도 많이 변했다.
가족들이 총출동해 나란히 줄지어 모를 심고, 양쪽 가장자리에서는 못줄을 잡고 "넘깁니다..."를 외치는 모습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또한 논둑길에 둘러 앉아 막걸리와 국수 새참을 먹던 시골 모내기 풍경도 찾아볼 수 없다.
모내기를 하는 사람도 찾아볼 수 없다. 사람이 하던 모내기, 그 자리에 이양기 한 대가 모내기를 전담하며 일당백 역할을 한다.

아버님 잃은 5형제..눈물의 모내기_2
아버님 잃은 5형제..눈물의 모내기_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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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잃은 5형제..눈물의 모내기_3
아버님 잃은 5형제..눈물의 모내기_3

눈물의 모내기

매년 모내기철만 되면 생각나는 분이 계신다. '아버님'이다.
18년 전 농번기철인 지금, 모내기를 위해 새벽에 논으로 나가신 아버님은 돌아오시지 않았다. 어머님은 아버님을 찾아 논으로 나가셨다.
아버님은 논둑에 앉아 모내기 할 논을 바라보고 계셨다. 어머님이 저 멀리서 아버님을 불러보았지만 아버님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에 어머님은 불안했다. "아이고 동네사람들아 뭐하노" 소리치며 논을 가로질러 뛰기 시작했다. 지나가던 동네사람들도 함께 뛰었다.

"왜 이러고 계세요." 어머님이 논을 바라보고 앉아 계신 아버님을 흔들어 보았지만, 아버님은 대답이 없었다.
농사와 함께 한평생 살아온 아버님에게 논과 밭은 당신의 생명처럼 소중히 여기는 존재였다.
생명과 같은 논을 바라보며 조용히 가족과 영원히 이별했다. 

아버님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며 삼우제를 끝내자, 큰 형님이 형제들에게 제안을 했다.
"아버님이 그토록 아끼는 논에 모내기를 하지 않으면 불효가 될 것 같다. 올해 모내기는 남의 손을 빌리지 말고, 우리형제들 손으로 마무리하자."
5형제와 며느리 10명이 모내기를 위해 논으로 향했다. 

주인을 잃은 논에서 모내기를 하는 이틀간의 시간이 왜 그리도 힘들고, 눈물이 나던지...
허리 숙여 모내기를 하는 5형제의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논둑에서 아버님이 지나가는 동네 분들과 흥겹게 막걸리 한잔을 나누며 호탕하게 웃는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눈물의 모내기, 18년이 지난 지금에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 것은 아버님에 대한 그리움 때문일 것이다. 

"아버님! 막내입니다. 잘 계시죠. 올해 여름은 무척이나 더울 것 같습니다. 어제저녁부터 비가 내립니다. 농번기 때 비가 오면 해갈이 된다며 좋아하셨는데...이렇게 비오는 날이면 아버님이 좋아하는 김치전에 막걸리 한잔을 나누며 노래라도 부르고 싶은데...다음주 아버님 기일 날 찾아뵙고 인사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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