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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넉넉한 품으로 안아주는 엄마
2012-07-27 16:16:47최종 업데이트 : 2012-07-27 16:16:47 작성자 : 시민기자   최순옥
저녁식사 준비를 마친 7시 넘어서까지 초등학교 6학년 둘째 아이가 집에 들어오지를 않았다. 요즘 흉악한 일이 너무 많이 일어나 걱정이 되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전화도 받지 않는다. 슬슬 걱정이 되고 초조해 지기까지 했다.

남의 집에 놀러 갔더라도 끼니 때가 되면 빨리 집으로 돌아와야 하는게 예의인 것을, 그조차도 걱정이었다.
 아이에게 항상 그런거 잘 이르기는 했지만 친구 집에서 컴퓨터 같은것에 빠져 있다 보면 집에 돌아오는 타이밍을 놓치기도 일쑤고, 결국 그 집에서는 예상 찮은 꼬마손님 식사까지 준비해야 하니 그것도 번거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전화조차 받지 않던 녀석이 밤 8시가 되어서야 집에 나타났다. 그것도 아주 굳은 얼굴로 씩씩거리면서.
그리고는 학원에 들고 갔던 가방을 패대기 치며 더욱 씩씩거렸다. 무슨일이냐며 채근하듯 물었더니 아이는 눈에 눈물이 글썽거리며 훌쩍거리기까지 했다.  뭔가 억울하다는 그런 표정이었다.

한참만에 말문을 연 녀석. 학원에서 남자 아이가 여자애의 닌텐도 게임기를 낚아채 뺏은뒤 장난삼아 잘 돌려주지 않으며 놀려대자 여자애가 울음을 터트렸다고 한다. 보다 못한 우리 애가 빨리 돌려주라고 하자 그 아이가 네가 뭔데 까부냐고 하길래 싸움이 붙었다는 것이다.

아이들을 넉넉한 품으로 안아주는 엄마_1
아이들을 넉넉한 품으로 안아주는 엄마_1

짜아식... 순간 우리 애가 대견스러웠다. 
아무튼 싸움이 커져 선생님한테 불려가 혼이 났는데 그 아이의 잘못이 더 크다는 생각에 선생님한테 혼난게 너무 억울하다며 씩씩거렸다.

아이를 끌어당겨 꼭 안아주었다. "그 아이가 잘못한건 맞지만 선생님은 너희들이 주먹다짐까지 하면서 싸운건 옳지 않아서 그러신거야. 너희들이 다칠까봐 염려가 되신거지"라며.  등을 토닥이며 제 이야기를 들어주고 설득하는 엄마의 품속에서 녀석은 내 말을 금세 이해했다.  

다음날 저녁. 
버스를 타고 퇴근하는 길이었다. 바로 옆자리에서 다섯살쯤 되 보이는 어린 아기가 엄마의 품에 웅크리고 앉아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다. 쌔근쌔근... 그 어떤 시련이나 고통 없이 평화를 만끽하며 잠잘수 있는 공간은 어머니 품속만한 곳이 또 있을까.

나도 부모님이 계시지만 이미 내 나이가 너무 들어 나를 품에 안아주시기 어렵다. 이젠 내가 안아줘야 하는 자식이 있을뿐...
머리라도 기대고 응석을 부릴 때도 지났지만 품이라는 말이 주는 안온하고 편안하고 따뜻한 공간에 대한 그리움을 버릴 수가 없다. 

그 옛날 내가 중학교에 다닐 때였다. 새 학기라서 교복도 새것으로 사고 운동화도 새것으로 바꿨다. 그런데 학교에서 청소를 하다가 한 아이가 걸레를 빨고 난 더러운 물이 담긴 통을 들다가 놓쳐서 내 등에 부어버렸다. 옷과 운동화가 더러운 물로 젖었다. 그날 집에 돌아와 옷을 벗자 어머니가 벗어놓은 새옷을 집어들며 나를 혼냈다.

그때 나는 어쩔 수 없이 당했던 일이라서 억울한 마음이 생겨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그날 밤 자초지종을 들은 아버지는 나를 꼭 안아주며 "속상했니? 그 아이도 실수한거 너한테 미안했을거야"라시며 토닥여 주셨다. 아버지의 품안에서 그 한마디에 나는 너무나 행복했고 억울한 마음이 싹 가셨다.

그리고 서너달 후. 마을에서 좀 떨어진 곳에 상점이 있었는데 엄마는 내게 외상값을 갚으라시며 누런 봉투에 지폐와 동전을 넣어주셨다. 빨리 가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휭하니 갔는데 상점에 도착해보니 그만 돈이 모자랐다. 자전거를 타고 씽씽 달리다 보니 그만 누렇고 얇은 봉투의 돈이 술술 빠져버린 것이다.

이 일을 어쩌나... 어쩌나... 그 돈 벌기 위해 엄마아빠가 얼마나 고생했는데...
상점에 앉아 한참을 고민고민 하다가 집으로 돌아가 엄마에게 사실대로 말했다. 엄마는 한동안 그냥 앉아계시다가 나를 꼭 안아주셨다. 
"괜찮다. 실수할수 있는거지. 어린것이 얼마나 맘고생 했니?"라며 등을 토닥여 주셨다. 나는 어머니 품에 안겨 엉엉 울었다.  엄마의 이해심과 솜털처럼 따뜻한 품 안에서 나의 고민과 억울함 같은건 모두다 눈녹듯 사라지고 행복하기만 했다. 

어릴적 그런 엄마의 품속에서 자랐다. 그래서 나도 항상 그런 마음으로, 자라는 나의 아이들에게 이런 넉넉한 품을 열고 꼭 안아주며 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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