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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아에게 '네 마음대로 해봐라'고 했더니
아이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는 교육
2012-07-23 07:59:11최종 업데이트 : 2012-07-23 07:59:11 작성자 : 시민기자   김만석
서해안 안면도쪽에 조그만 체험형 농장을 지어 놓고 사시사철 농장을 찾는 사람들을 맞이하는 친구가 있다. 특히 방학때는 이곳을 찾는 학부모들이 많아서 기왕지사 찾아오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한조그만 텃밭을 가꾸며 함께 풀도 뽑고 상추도 따고 가지도 따며 농사도 짓고 환경교육도 시긴다. 
전국에 이런 체험형 농장이 꽤 많은걸로 안다.

그런데 방문객 중 한 엄마가 학교에서 소위 문제아로 찍힌 아이를 데려 왔더란다. 걸핏하면 학교가기 싫어하고 친구들과 싸우고 부모 말 안 듣는 그런 아들이라며 여기에 놔둘테니 아이좀 어떻게 해 달라고. 
친구는 자신에게 내맡겨진 그 아이들에게 별다른 이야기는 하지 않고 "여기 있는 동안 네 마음대로 해라. 잠자고 싶을 때 잠자고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단, 식사시간은 정해져 있으니 안 먹는 것은 너의 자유지만 먹고 싶다면 정해진 시간에 식당으로 와서 먹어라" 라고만 했단다. 

그렇게 아이를 내버려두자(?) 처음 며칠간은 자기 방에 틀어박혀 꼼짝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친구 역시 농사지으랴 농장 관리하랴 봉사 활동하랴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니 거의 관심도 기울이지 않았다고 한다. 텔레비전도 컴퓨터도 없으니 아이는 방에서 무엇을 하며 지냈을까. 

며칠이 지나자 아이가 밖으로 기어(?) 나와 슬슬 주변경관을 둘러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은 뭘 하나 기웃거리기도 하더니 농장 주인인 친구에게 면담요청을 하더라나. 
"그래 뭐 내게 하고 싶은 말 있니?"하고 묻자 아이는 "가만히 생각해봤는데요. 지금 다니는 학교 계속 다녀야 할 것 같아요. 졸업도 해야 할 것 같고요."라고 하더라는 것이다. 
그러고선 올 때의 침울한 표정과는 달리 훨씬 밝은 얼굴로 집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친구는 "문제아는 없다. 아이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안주는 어른들이 문제이고 아이들 스스로 해결하는 것을 못미더워하는 부모들이 문제다."라고 결론 짓는다.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들은 이미 머릿속에 아이의 인생계획표가 그려지기 시작한다. 한글은 몇 살에 떼야 하고 영어공부 시작시기가 결정되면 아이들은 부모가 계획한 시스템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학교의 숙제는 왜 해야 하는지 이해시키기보다 인터넷을 뒤져 숙제를 대신 해주면 부모 된 도리를 하고 있다고 느끼고, 피아노를 배우는 이유와 목적을 함께 의논하기보다는 남들이 다하니 너도 해야 된다는 일상적 규칙으로 정해버린다. 

문제아에게 '네 마음대로 해봐라'고 했더니_1
문제아에게 '네 마음대로 해봐라'고 했더니_1

아이들 스스로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과 사색할 여유 없이 부모는 앞질러서 자식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나선다. 있어봐야 한두명인 아이들을 키우는 한국사회의 부모들은 그렇게 아이들의 역할과 권리를 앗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그렇게 부모 말 잘 듣고 일류대학 나왔다고 해서 과연 모두 행복한가? 알려지다시피 우리나라의 행복지수는 낮은 편이고 아이를 길러내는 비용은 그 어떤 나라보다 많으니 부모와 자식들 모두 행복하지 못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영국 부모들은 자녀가 자율적으로 인생의 방향을 찾아가도록 어린 시절에 다양한 것을 경험하게 함으로써 자신 특성을 발견하도록 지원한다고 한다. 
그러나 부모는 자식과 서로 독립성을 유지하며 자식에게 무언가를 강요하지 않고, 자녀의 인생에 깊게 관여하지는 않는다. 또한 자녀들을 위해 희생을 생각하지도 않는다. 

우리 교육도 자녀의 독립성과 그들이 사색할 시간을 주는 가정교육이 돼야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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